매일신문

[스페셜올림픽] 중동까지 동행한 아빠 캐디 "널 위해서라면 어디든 갈 수 있어"

정구봉·김호기씨, 지적장애 자녀 캐디로 스페셜올림픽 참가

지적장애 골프선수 정준영(왼쪽)과 캐디인 그의 아버지 정구봉 씨가 지난 17일 아랍에미리트 아부다비에서 열린 2019 아부다비 스페셜올림픽 남자 골프 경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연합뉴스
지적장애 골프선수 정준영(왼쪽)과 캐디인 그의 아버지 정구봉 씨가 지난 17일 아랍에미리트 아부다비에서 열린 2019 아부다비 스페셜올림픽 남자 골프 경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연합뉴스

광고회사를 운영하는 정구봉 씨와 대기업 임원인 김호기 씨는 최근 회사에 장기 휴가를 냈다.

지적장애인들의 스포츠 대축제인 2019 아부다비 스페셜올림픽에 캐디로 참가하기 위해서다.

정 씨와 김 씨는 지적장애 선수인 아들 정준영(29)과 딸 김아라(32)를 위해 무거운 골프백을 들고 중동의 모래바람을 헤치고 있다.

정구봉 씨는 18일(현지시간) 아랍에미리트 아부다비 야스 링크스 골프장에서 아들의 캐디가 된 계기를 설명했다.

정 씨는 "(정)준영이가 3살 때 지적장애 진단을 받았다. 그때 아들을 위해 남은 인생을 살기로 결심했다"라고 말했다.

이어 "골프가 지적장애인에게 집중력과 사회성을 키워줄 수 있는 최고의 스포츠라는 조언을 듣고 아들에게 골프채를 쥐여줬는데, 여기까지 왔다"라며 웃었다.

정구봉 씨는 더울 때나 추울 때나 아들의 손을 잡고 골프장에 나가 골프백을 짊어졌다.

처음엔 주변의 시선이 두려웠다. 정 씨는 "골프장 예약을 잡기조차 힘들었다. 주변의 곱지 않은 시선도 느껴졌다"라며 "그럴수록 더욱 이를 악물고 아들을 바라봤다"라고 말했다.

이날 정구봉 씨는 아들이 어떤 플레이를 펼치든 상관하지 않았다. 계속 손뼉을 치며 격려했다.

정준영이 잘못 친공이 코앞에서 데굴데굴 굴러갈 때도 정구봉 씨는 엄지손가락을 들고 아들을 칭찬했다.

정 씨는 "처음엔 준영이의 운동 성과에 집착했다"라며 "하지만 장애는 극복의 대상이 아니라는 것을 깨닫게 됐다"고 말했다.

그는 "스포츠를 통해 자녀의 발전을 기대하면 안 된다"라며 "스포츠를 통해 자녀가 웃고 행복할 수 있다면 그것으로 족하다. 나 역시 준영이의 골프채를 메고 준영이가 웃는 모습을 보는 지금이 매우 행복하다"라며 미소를 지었다.

김호기 씨도 비슷한 이유로 딸에게 골프를 시켰다.

김 씨는 "우리 딸이 하고 싶어하는 것, 좋아하는 것을 찾기 위해 노력했다"라며 "(김)아라는 골프를 칠 때 행복해한다. 웃음 짓는 딸의 모습을 많이 보고 싶어 캐디가 됐다"고 말했다.

김 씨는 "사실 나와 우리 딸은 축복받았다고 생각한다"라며 "세상엔 힘든 환경에서 살아가는 장애인들이 매우 많은데, 사회가 좀 더 관심을 가져줬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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