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이 기자의 아이돌 탐구생활] 드림캐쳐, 새로운 '걸그룹'의 음악

몽환적이며 음울한 이미지, 록 음악을 기본 장르 선택

13일 타이틀곡
13일 타이틀곡 '피리'로 컴백한 드림캐쳐. 드림캐쳐컴퍼니 제공.

'드림캐쳐'를 설명하기 전에 이 팀의 전신이라 할 수 있는 '밍스'라는 팀을 먼저 이야기해야겠다. 2014년 말괄량이 컨셉트로 데뷔한 5인조 걸그룹 밍스는 싱글 1집 '우리집에 왜 왔니'와 미니 1집 'Love Shake'를 발매했지만 사람들의 기억 속에 큰 인상을 남기지 못했다. 그런데 이 팀이 소리소문없이 없어지더니 멤버 2명을 더 보강해 '드림캐쳐'라는 이름으로 이른바 '재데뷔'를 한다.

재데뷔 이후 드림캐쳐는 매우 독특한 길을 걷는다. 일단 음악 측면을 보면 걸그룹이 하리라고는 절대 생각하지 않을 헤비메탈에 가까운 음악을 들려줬다. 그렇다고 멤버들이 기타를 들고 헤드뱅잉을 하는 건 아니지만, 전주만 들으면 록 음악을 상상하지 않을 수 없다. 특히 이번에 나온 미니앨범 4집 타이틀곡 '피리'의 인스트루멘털 버전(노래 없이 연주만 있는 버전)을 들으면 마치 헤비메탈 밴드의 연주라는 느낌을 받게 된다.

거기에 컨셉트 또한 청순, 섹시를 넘어 '어두움'을 들고 왔다. 팀의 컨셉트가 '악몽을 잡아주는 꿈의 요정들'이라고 하니 어둠에 맞서 싸우는 이미지를 부여하는 건 당연한 것인지도 모른다. 데뷔곡 '악몽'부터 최근 발표한 '피리'까지 이 팀은 꾸준히 몽환적이면서도 어딘가 음울해보이는 이미지를 고수해왔다.

처음에는 이러한 이미지와 음악이 장벽처럼 보였다. 하지만 이 팀의 존재가 어느순간부터 록 음악을 하는 사람들에게 알음알음 퍼지기 시작했다. 급기야는 2017년에는 전주얼티밋뮤직페스티벌에 초대받으며 '로커들에게 반응이 좋은 아이돌'로 인식되기 시작했다. 그러면서 네이버 V라이브와 같은 플랫폼에서도 호응이 오기 시작했고, 아이튠즈의 일부 해외차트에서 1위를 기록하는 등 슬슬 반응이 오고 있다.

사실, 드림캐쳐의 컨셉트나 음악은 쉽게 성공하기 힘든 종류의 것이다. 사람들이 걸그룹에게 바라는 '밝은 부분'은 거의 없고, 음악도 유행하는 스타일의 팝이나 EDM도 아닌 록, 그것도 요즘 세대에게는 진입장벽이 낮지 않은 '메탈'이라는 장르를 선택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팀이 꾸준하게 활동을 계속할 수 있는 이유는 어찌보면 이러한 약점을 강점으로 만들어내고 있기 때문이다. 록 음악을 자신들의 기본 장르로 선택하면서 새로운 시장의 문을 두드린 격이 됐다. 또 어두운 컨셉트가 단지 컨셉트로서 기능하는 것이 아니라 스토리텔링의 한 부분이라는 점을 강조해 아이돌을 탐구하는 입장에서 흥미를 불러일으키는 부분이 분명히 생겼다.

아직은 주목하는 사람이 많지는 않지만 꾸준히 팬을 모으고 있는 중이다. 우리가 드림캐쳐를 주목해야 하는 이유는 이미 기본을 갖춘 실력에 색다른 컨셉트를 보여주고 있다는 점이다. 걸그룹의 새로운 모습을 보고싶다면 드림캐쳐를 추천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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