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로써 5천 년을 넘게 이어왔는데 우리말이 참 생경스럽다. 말은 입에서 입으로 전해지고, 사는 방식과 주어진 환경에 따라 그 뜻이 있기 마련이다. 한 아침방송을 통해 들은 '니나'라는 말이 '민중'이라는 순우리말이라니, '아' 하는 감탄사가 절로 나온다. 통일운동가 백기완 선생이 10년 만에 탈고하고 출간한 소설 '버선발 이야기'다.
백기완 선생은 1964년 한일회담 반대운동을 시작으로 평생을 통일운동과 시민운동에 바쳐왔다. 백범사상연구소와 통일문제연구소 등을 설립해 자주적인 겨레의 정신을 잃지 않고, 잊지 않도록 노력해온 분이다. '장산곶매 이야기' '우리 겨레 위대한 이야기' '백기완의 통일 이야기' 등을 저술한 선생은 1932년생이다. 올해로 여든일곱의 나이에 소설집을 낸 것이다.
선생이 쓰는 언어들은 대부분 순우리말이다. 한 살매(일생), 달구름(세월), 말뜸(화두), 바랄(희망), 땅별(지구), 온이(인류), 누룸(자연) 등등 듣는 순간 잃어버린 소중한 것을 찾은 듯 미소가 자신도 모르게 흘러나온다. 책 제목인 '버선발'은 '맨발, 벗은 발'이라는 뜻으로 '버선발'이라는 아이가 세상을 겪으며 자유와 희망을 일궈가는 과정을 담아냈다. 평생 부조리하고 비인간적인 권력과 부패에 맞서 싸운 선생은 꿈꿔온 '다 같이 잘살되 올바로 잘 사는 세상'인 '노나메기'를 이야기로 풀어낸 것이다.
우리 땅에서 낳았으니 우리말과 우리 것들을 소중히 여기고 함께 더불어 살아야 하는 것이 사람살이의 이치가 아니겠냐는 선생에게 세상은 이념의 잣대를 들이대기도 했다. 18년 군사정권이 막을 내리던 때, 보안사령부로 끌려가 82㎏이던 몸이 38㎏이 될 정도로 모진 고문을 당했다. 그런 핍박을 견디며 지금까지 겨레 정신을 지켜온 선생은 자서전 같은 이야기를 고운 겨레말에 담아 세상에 내놓았다. 감히 기쁘고, 감사하다. 이렇게 소중한 또 하나의 우리 것을 지켜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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