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가 이름을 함부로 짓는가'. 신천대로를 시원하게 달리다 보면 이런 광고판이 눈에 들어온다. 문득 둘째 애 이름을 지을 때 고생했던 일이 생각난다. 첫째 애는 태어나기도 전 집안 어른들이 미리 이름을 지어 놓았던 터라 둘째만큼은 내 손으로 직접 짓고 싶었다. 그러나 다짐과 달리 생각보다 어려웠다. 자칫 평생 원망을 들을 수도 있다는 생각에 신중에 신중을 기했다. 작명 책을 놓고 며칠을 끙끙거리기도 했고 밤새 이름 수백 개를 만들어 나열하기도 했다. 지인들에게 설문조사까지 하는 소동(?)을 벌였지만, 마음에 딱 드는 이름을 만드는 데는 실패했다. 결국, 작명소를 찾을 수밖에 없었다. 이름처럼 마음 씀씀이가 넉넉하고 밝고 건강하게 자라는 둘째를 볼 때마다 작명소에 가길 잘했다는 생각이 든다.
요즘 대구FC의 인기가 하늘을 찌르고 있다. K리그와 ACL리그에서의 맹활약에다 '새집'까지 마련해 경기 보는 재미가 이전과는 비교할 수 없이 좋아져서다. 그러나 이곳도 이름이 문제다. '새집'의 명칭에 대해 일부 팬들이 혼란을 겪고 있다. 대구FC 축구 전용구장의 이름은 'DGB대구은행파크'. 그러나 ACL에서는 '대구포레스트아레나'라는 명칭을 사용하고 있다. 기업명을 넣을 수 없는 아시아축구연맹 규정 때문이다. 당초 대구시는 '포레스트 아레나'(Forest Arena)로 이름을 붙이려 했다. '도심 속 숲'이라는 테마로 경기장을 만들었기 때문이다. 축구팬들의 반응도 나쁘지 않았다. 지역명 뒤에 구장, 경기장 등이 붙은 틀에 박힌 이름이 아니라 유럽의 축구 경기장들 명칭처럼 신선해서다. 하지만 그 신선함은 오래가지 못했다. 열악한 예산 탓에 대구은행에 명칭 사용권을 팔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DGB는 대구은행의 영어 이니셜이고, 여기에 대구은행을 더해 '확인 사살'까지 했다. 아레나 명칭을 유지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컸지만 대구은행 임직원들의 투표 결과, 지금의 이름으로 결정됐다. 명칭 논란은 창단 때도 있었다. 2002년 창단 당시, '지역명+FC'라는 형식은 대구FC가 최초였다. 처음에는 '대구이글스'라는 이름으로 정해졌으나 시민들이 반대했다. 독수리라고는 달성공원에 있는 두 마리가 전부였던 시대에 '뜬금 없다'는 이유였다.
최근에는 '애칭' 문제까지 논란이 될 조짐이다. '전용구장에 애칭을 붙여줘야 한다'는 공감대가 축구팬들 사이에 형성되면서 미묘한 신경전이 벌어지고 있다. 공식 명칭이야 DGB대구은행파크이지만 삼성라이온즈 구장을 두 글자로 줄여서 '라팍'이라고 부르는 것처럼 긴 공식 명칭을 대신할 애칭이 필요하다는 공감대가 형성되고 있는 것이다. 현재 팬들 사이에는 '대팍'이나 '디팍' 또는 '대파'라고 부르는 세 부류가 형성돼 있다. 언론 역시 '대팍', '디팍'을 혼용하고 있다. 대팍을 주장하는 팬들은 디팍은 어감이 좋지 않고 대파는 채소 이름 같다는 이유에서, 디팍은 라팍처럼 부르기 쉬워서, 대파는 상대를 대파하자는 소망을 담았다는 점에서 모두 이유 있는 지지를 받고 있다.
이왕이면 축구 팬들과 대구 시민이 하나 되어 부를 수 있는, 발음도 좋고 뜻도 좋고 어감도 좋은 애칭이었으면 좋겠다. 디팍, 대팍, 아니면 대파. 몇 번이고 이름들을 소리내 보지만 결정이 쉽지 않다. 어디 애칭도 잘 짓는 작명소는 없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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