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내가 읽은 책]픽션과 논픽션/ 의사가 뭐라고 괴짜 의사의 '진짜' 의사 수업/ 곽경훈, 에이도스

최진혁 학이사독서아카데미 회원

"그렇다. 사실 환자가 응급실에 첫발을 내디딘 순간부터 의사와 환자는 포커 같은 카드 게임을 시작한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응급실을 들어오는 환자의 표정과 걸음걸이, 자세, 간호사에게 건넨 말, 과거 기록을 보고서 나는 정신과 문제일 가능성이 크다고 생각하며 혹시나 있을지 모르는 신체적 문제를 찾기 위해 노력했다."

위의 문장은 본문 '카드게임'의 시작 부분이다. 이렇듯 미스터리 소설의 탐정처럼 이야기를 풀어가는 저자 곽경훈은 동해안 끝자락에 있는 한 도시의 응급의학과 의사이다. 또 매체를 통하여 대중에게 보여지는 의사의 미화된 삶에 대한 인식을 타파해줄 사람이다.

이 책의 내용 대부분은 많은 비유를 들고 있다. 하지만 전하고 싶은 내용에 있어서는 상당히 직설적이며, 저자 본인의 경험에서 우러나오는 논리를 가지고 있다. 흔히들 말하는 허구의 전문가가 아닌 진짜 전문가의 이야기인 것이다. 조금은 의학적인 내용이 서술된다. 하지만 그런 내용이 나오는 이유와 그 의미를 레시피 대로 요리하듯 차근차근 설명해준다. 그래서 조금은 자전적인 분위기가 글에 담겨있다. 그런 분위기가 가장 잘 들어나는 부분은 소제목들이다.

"보호자는 환자가 아닙니다, 서울의사 지방의사, 편견, 공감, 카드게임, 선입견 등" 34개의 소제목과 그에 어울리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이러한 내용들은 짧으면 3페이지에서 길면 14페이지로 구성된다. 그 덕에 여유가 생기면 책을 펼쳐 읽기에 편리하다.

"어쨌든 그렇게 나는 유럽 배낭여행에서 '유럽의 흑인과 아람출신 이민자는 위험하다'라는 선입견을 품고 돌아왔다."

"…내가 가졌던 편견과 선입견은 과연 합리적이었을까? 그 새벽 야간열차에서 나를 바라보던 아랍인과 흑인의 눈동자는 정말 맹수의 눈동자였을까? 아니면 나만 그렇게 느꼈던 것일까?"

최수남 작
최수남 작 '대립된 자아'

위의 내용은 소제목 '편견'의 일부이다. 여기서 볼 수 있듯이 소제목들은 다루는 내용에 대한 의문을 직접적으로 표현한다. 우선 그는 자신의 과거 일상에서의 경험을 쓰고, 자신이 응급실에서 겪게 되는 경험을 이야기한다. 이후 당연한 수순처럼 과거의 자신을 돌아보며 스스로에게 고민의 여지를 남긴다. 그리고 이러한 장면에서 읽고 있는 우리에게도 똑 같은 질문을 던진다.

또 이 책은 오해하기 쉬운 의사들의 많은 행동을 이해할 수 있게 만들어준다. 이 책에서는 병에 대하여 자세하게 설명되는 경우가 있다. 하지만 정말 그것을 설명하는 것이 목적인건 아니다. 의사들이 그것을 하는 이유와 의미에 대하여 말해주기 위해서이다. 왜 그렇게 설명하고, 행동하는지 말함으로 의사들의 행동을 이해할 수 있도록 만들어 준다.

최근 뉴스에서 과로사한 응급의학과 의사들에 대한 소식을 들었다. 우리는 현대 사회의 많은 매체에서 미화되는 의사들을 보고 있다. 그곳에서의 올바른 의사라면 과중한 업무에서도 웃음을 잃지 않는 일종의 초인으로 미화된 것을 알 수 있다. 그래서 의사들이 그런 모습이기를 바라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실제 의사들의 삶은 드라마와 같은 극적이면서 희망적으로 끝나는 일만 있는 건 아니다. 그들도 사람이며 초인들은 더더욱 아니다.

최진혁 학이사독서아카데미 회원

최신 기사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