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돈 빌리려다 돈 뺐겨'…대출을 가장한 보이스피싱 성행

앱 이용한 악성코드 설치, 쉽고 빠른 저금리 대출 문자·전화 의심해야

A(40) 씨는 1월 말 은행을 사칭한 보이스피싱범에게 "정부지원 서민대출 ○○론 5~7%. 최대 3천만원 대환대출, 누구나 상담가능"이라는 문자메시지 한 통을 받았다. 당시 생활고로 수천만원의 대출금에 허덕거리던 A씨는 혹시나 하는 마음에 문자에 적힌 전화번호를 눌렀다. 한동안 A씨 재산과 타 금융 채무 등에 대해 질문하던 상담원은 "대출을 위해서는 몇 가지 서류가 필요한데 은행 앱을 다운받으면 추가이자 할인 혜택도 받을 수 있다"고 안내했다. 당장 눈덩이처럼 불어나는 이자가 큰 부담이었던 A씨는 상담원의 요구대로 앱을 설치하고 알려준 팩스번호로 서류까지 보냈다.

문제는 이때부터 시작됐다. 이들이 설치를 요구한 앱에는 악성코드가 심겨 있어 A씨가 은행 대표번호로 전화를 걸어도 곧장 중국에 있는 보이스피싱범들에게 연결됐던 것이다. 범인은 "대환대출이다 보니 일부를 변제해야 추가 저금리 대출 전환이 가능하다"며 1천600만원을 지정한 업체 계좌로 송금할 것을 요구했다. 하지만 이들이 알려준 계좌는 대포통장이었다. 돈을 입금하자 더 이상 연락이 닿지 않았다.

2월 말 "기존 대출을 저리로 전환해주겠다"며 걸려온 전화를 받은 B(38) 씨 역시 대출빙자형 보이스피싱 피해자다. 그는 "대출을 위해서는 공증료 등 부대비용이 든다"는 말에 속아 550만원을 보이스피싱범의 계좌로 송금했다.

B씨 역시 '저금리'라는 미끼에 속아 악성코드가 심어진 앱을 설치했다. B씨는 사기를 당하는 것은 아닌가 찝찝한 마음에 인터넷 검색까지 해가며 확인했지만, 이미 그의 휴대전화에 침투한 악성코드는 모든 전화를 보이스피싱범들에게로 연결했다.

신종 보이스피싱 수법이 횡행하면서 피해자가 눈덩이처럼 증가, 주의가 요구되고 있다. 20일 대구경찰청에 따르면 올 들어 발생한 보이스피싱 피해만 207건, 피해금액은 27억원에 달한다. 과거에는 '기관사칭형'이나 '가족피해형'이 많았지만 최근에는 보이스피싱 범죄 90%가 대출빙자형으로 바뀌는 추세다.

이종섭 대구경찰청 수사2계장은 "전화나 문자 대출광고로 앱 설치를 권유하거나, 대출 전 각종 명목으로 금전을 요구하는 경우, 특히 통장사본이나 OTP카드 번호를 요구한다면 보이스피싱 범죄라는 사실을 명심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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