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경수 경남도지사의 항소심 재판부의 차문호 부장판사가 19일 첫 재판 시작에 앞서 '재판에 임하는 입장'을 밝힌 것은 대한민국 법치의 현실을 잘 말해준다. 바로 법률과 법관의 양심에 따라 내려진 판결을 법정 바깥에서 진영 논리로 옳다거나 그르다고 재단하는 법치의 파괴다. 김 지사 유죄선고와 함께 법정 구속한 1심 판결과 성창호 재판장에 대한 여권의 반이성적 비난과 협박은 우리의 법치를 한참 뒤로 퇴보시키는 폭거였다.
2심을 앞두고도 마찬가지였다. 더불어민주당과 김 지사 지지자들은 양승태 전 대법원장이 대법관으로 있을 때 그의 전속 재판연구관으로 근무한 차 부장판사의 경력을 들어 '양승태 키즈' '적폐 판사'라면서 성 재판장처럼 '편파 재판'을 할 가능성이 크다고 했다. 말문이 막히는 예단이자 모욕이다. 사법부를 자신에게 유리한 결정을 내리고 그 결정에 법적 정당성의 가면을 씌워주는, 자신들의 법률대리인쯤으로 여기지 않으면 나올 수 없는 사법부 독립의 부정이다.
차 부장판사는 이날 "피고인과는 옷깃조차 스치지 않았고, 이해관계도 같이 하지 않는다"면서 "불공정한 재판을 할 우려가 있다고 생각하면 피고인과 변호인은 지금이라도 (재판부) 기피 신청을 하라"고 했다. 이렇게 판사가 재판 시작 전에 재판 당사자와의 무연(無緣)을 밝히고, 재판 결과가 걱정되면 기피 신청을 하라고 한 것은, 사법부의 권위가 이렇게 해야 할 정도로 훼손된 현실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사법부를 이런 곤경에 빠뜨린 주체는 현 집권 세력이다. 이들은 자신에게 유리하면 선(善), 불리하면 악(惡)이란 흑백논리로 모든 것을 재단한다. 이런 정신 구조에서는 이미 여러 번 반복됐듯이 같은 판사의 판결도 '환영'과 '비난', 극과 극을 오갈 수밖에 없다. 여권이 마음에 드는 판결을 원하면 민주적 재판이 아니라 결론을 정해놓고 벌이는 '인민재판'밖에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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