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들을 유심히 보고 있노라면, 지지리 못생긴 모습이나 거칠게 다루어진 손질이 용하게도 서로 닮았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 굿거리나 타령 같은 속곡, 기껏해야 영산곡 같은 가락에 맞추어서 짚신바람에 추어 온 탈놀이에는 당초부터 권위니 아첨이니 하는 따위의 자잘한 신경이 필요하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야릇한 탈들의 눈웃음을 보고 있으면, 제 고장 사투리에 신명이 나는 듯하다. 또한 당장이라도 외어 넘길 만큼 봉산탈춤․양주산대․하회별신 같은 생생한 탈놀이 대사가 입전에서 아물거린다. 직업광대는 말할 것도 없지만, 마을 사람들은 탈을 한 번 얼굴에 덮어쓰면 북소리며 증쟁기 소리에 저절로 어깻바람이 솟아나게 마련이다.
그런가 하면 탈이 한 번 입을 벌리면 보기 싫고 역겨운 것들 앞에 못할 말이 없어지는 것이다. 참을 수 없는 것을 참고, 겪을 수 없는 일들을 겪으면서 살아야만 했던 봉건체제에서 밑바닥 민서들의 이지러진 웃음과 눈물이 얼룩진 모습들을 우리는 이 같은 탈들의 눈웃음을 통해서 실감나게 바라볼 수 있는 것이다.
하회탈 같은 오래된 탈들을 바라보고 있으면, 울고 웃는 자국과 착한 마을 사람들의 눈물과 콧물과 비지땀이 떠오른다. 또한 그 좋은 입심마저 무시로 탈에 배어들어서 무슨 망령 같은 것들이 서려 있는 것 같기도 하다. 그 농판스러운 눈웃음이나 헤식은 얼굴 표정에는 수많은 마을 아저씨와 아주머니들의 얼굴이 겹쳐져 보이기도 한다.
하회탈에는 애절한 사랑 이야기가 깃들어 있다. 하회마을에는 고려 중엽까지 허씨 문중이 모여 살았고, 그 뒤에는 안씨들이 모여 살았으며, 조선 초부터 유씨 문중이 모여 살았다고 한다. 그때 허씨 문중에 멋진 청년이 있었는데, 어느 날 꿈속에서 하회탈을 만들라는 신탁을 받았다. 허도령은 목욕재계하고 별실에 금줄을 친 다음 탈을 만들기 시작하였다. 정성을 다하였다. 그런데 마을에는 그를 사모하는 고운 처녀가 있었다. 날이 가고 달이 가자 이 처녀는 허도령의 안부와 그리운 정을 참지 못해 금기를 어기고 창구멍을 뚫어 그의 모습을 엿보았다. 그 순간 탈의 완성을 서두르던 허도령은 마지막 '이매'의 턱을 맞추지 못한 채 피를 토하며 죽고 말았다. 처녀의 연정은 뜻하지 않게 연인을 죽였다. 또한 열두 개의 하회탈 가운데 마지막 이매는 턱이 없는 상태로 오늘까지 전해 오고 있다. 참으로 기막힌 사연이다.
이 같은 전설로 미루어보면, 각시․중․초랭이․양반․선비․이매․부네․백정․할미․떡달이․별채․총각 등 열두 개의 하회탈은 고려시대 중엽에 허도령이 만들었다는 이야기가 된다. 또한 탈들의 시대양식을 고려시대까지 끌어올릴 수 있는 좋은 근거가 되기도 한다.

김 종 욱 문화사랑방 허허재 주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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