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팔공산의 복합문화공간 '카페 헤이마'

카페 마당에 있는 250~300년 된 소나무. 박노익 선임기자
"기업 이윤의 사회 환원 차원에서 카페를 조성했다"는 홍석호 대표가 수백년 된 향나무 앞에서 활짝 웃고 있다. 박노익 선임기자 noik@imaeil.com

카페 마당에 있는 250~300년 된 소나무. 박노익 선임기자

팔공산에 또 하나의 명소가 생겼다. 수백년 된 향나무와 소나무 분재를 비롯해 모과나무, 자작나무 등으로 둘러싸인 카페 '헤이마'(HEIMA:아이슬란드어로 '집'이란 뜻)가 바로 그곳이다. 미술작품을 전시하는 갤러리도 운영하고 있어 생긴 지 얼마 안 됐지만 젊은층과 가족들의 발길이 이어지고 있다. 홍석호 대표는 "팔공산에 이런 문화공간이 하나쯤은 있을 될 것 같아 수년간 모아온 나무로 카페를 꾸몄다"면서 "기업 이윤의 사회 환원 차원으로 많은 사람들이 와서 보고 즐겼으면 한다"고 말했다.

◆ 오래된 향나무·느티나무·소나무 눈길

대구서촌초등학교에서 파계사로 올라가는 길에 위치한 헤이마는 언뜻 보면 '수목원' 같다. 그만큼 예쁘게 잘 꾸며놓았다. 이곳을 조성한 이는 홍석호 대표로 30여 년 건설업과 조경 사업을 해왔다. 그의 취미는 '나무 가꾸기'. 홍 대표는 오래전부터 이 자리에 터를 마련하고 전국에서 공수해온 귀한 나무를 심으며 자기만의 공간을 조성했다. "20년 전부터 나이들어 살고 싶은 터를 구했고, 이제 조경과 문화공간 조성도 거의 끝나 공개하게 됐다"고 말했다.

홍 대표는 나무가 좋아 전국을 돌아다니며 구했다. 좋은 나무가 있다는 연락이 오면 어디든 달려갔다. 구해온 나무는 한 그루 한 그루 조성한 터에 심어 나갔다. 나무 종류도 소나무와 향나무, 느티나무, 모과나무, 자작나무 등 다양하다. 나무 이야기가 나오자 홍 대표의 목소리 톤도 올라간다. "나무마다 저의 정성이 깃들여 있다. 조경업을 해 나무에 대해 알았고, 그래서 모두 죽이지 않고 키울 수 있었다"고 했다.

홍 대표는 나무는 언제 봐도 편하다고 했다. "아침에 일어나 나무를 보고 있으면 그냥 기분이 좋아진다. 직접 관리하면서 변하는 모습을 보면 시간 가는 줄 모른다"고 했다.

수십 그루 나무 가운데 눈에 띄는 것은 향나무와 느티나무, 소나무다. 높이 4.3m, 둘레 3m나 되는 향나무는 수령은 500년이 넘는다. "충청도 공주 수몰지역에서 가져왔는데, 나무를 보자마자 필이 꽂혔다. 처음에는 가격이 비싸 고민했다. 꿈속에서도 향나무가 어른거려 결국 8번이나 보고나서 구입했다"고 했다.

250~300년 된 소나무는 홍 대표가 가장 아끼는 나무다. 이 나무 역시 공주서 가져왔다. "홍송으로 처음에는 상태가 좋지 않았다. 모양 잡고 애정을 쏟은 결과 살렸다. 지금도 소나무를 보고있노라면 왠지 기분이 좋아진다. 나무도 사랑을 먹고 자란다"고 했다.

향나무와 함께 세월의 두께가 물씬 풍기는 느티나무는 목·팔·다리 등이 없는 동체만의 조각작품인 토르소(torso) 같다. 수령 500, 600년 된 이 나무는 가지가 두 개 있는데, 오른쪽 가지는 죽었고, 왼쪽 가지만 생명을 유지하고 있다. 이 나무 역시 홍 대표의 지극정성으로 살아났다. "카페를 조성하기 위해 옮겨야 했지만 다른 곳으로 옮기면 나무의 생사를 장담할 수 없어 돌로 담을 쌓아 보호하고 있다"고 말했다.

◆갤러리 같은 카페 '현대 미술의 거장 이성근전' 열려

카페 입구 유리창엔 '마음이 쉬는 공간은 시간을 잊게 합니다. HEIMA는 자연을 다른 해석으로 가져온 집의 풍경입니다'란 굴귀가 새겨져 있다.

카페 안으로 들어서면 동쪽 통유리창 너머에는 포토존이 있다. 콘크리트로 둘러싸인 공간에 배롱나무 한 그루를 심어 놓았다. "분위기가 좋아 공연장으로 사용하려 했는데, 손님들이 뷰가 좋다며 사진을 찍어 이제는 포토존으로 굳어졌다"고 했다. 카페 주위에는 좁을 물길도 조성해 놓았고, 카페 동쪽 옹벽 앞에 40여 그루의 자작나무를 심어 놓았다.

헤이마엔 다른 곳에서는 볼 수 없는 특별한 소파가 있다. 이탈리아 천으로 만든 블루컬러 매트리스형 소파다. 밝고 어두운 파란색 소파는 각기 채도도 다르고 천도 제각각이다. 발을 올려놓을 수 있는 발 소파도 잘 매치시켜 놓았다. "가족 손님들이 좋아한다. 아이들이 놀 수 있도록 편안함을 최우선으로 생각해 제작했다"고 설명했다.
커플쿠션존이 있다. 쿠션 역시 블루컬러다. 워낙 노리는 커플들이 많아 비어있을 틈이 없다.
홀과 좁은 계단, 2층 다락룸, 2층 회랑 등이 닫힌 듯 열려 있다. 홀을 지나면 여기가 갤러리 같은 느낌이 든다. 차를 마시면서 작품을 감상할 수 있다는 카페 겸 갤러리다. 현재 한국 현대 추상미술의 대표주자 이성근 화백전이 열리고 있다. 살아 움직이는 것처럼 생동감이 넘치는 말 작품 20여 점이 전시되고 있다. 이 화백은 청와대와 UN 본부, 미국 국방부 등에서 작품 소장 등에 작품이 소장돼 있을 정도로 현대미술의 거장이다. 5월 하순까지 이어질 이번 전시 기간 중 4월 5일(금)에는 이 작가를 초대해 성악 공연과 강연, 그리고 현장에서 말 그림을 그리는 퍼포먼스도 연다. "돈벌이보다 갤러리에서 차 마시면서 잠깐 휴식할 수 있는 공간 조성하고 싶었다. 앞으로 전시 공간을 필요로 하는 지역 작가에게 무상으로 갤러리를 대여해 작품활동을 이어갈 수 있도록 할 것"이라고 했다.

홍 대표는 "앞으로 이곳을 찾는 시민들이나 타 지역 사람들이 이 공간에서 커피나 차를 마시면서 그림작품을 감상하면서 쉬어갈 수 있는 팔공산의 명소로 만들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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