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야고부] 외교 결례

조향래 논설위원
조향래 논설위원

과거 전두환 대통령 내외가 미국을 방문했을 때 백악관에서 레이건 미국 대통령 부부와 커피 브레이크(Coffee Break)를 가졌다. 웨이터의 주문 요구에 레이건 대통령이 "Coffee please"라고 하자, 낸시 여사가 "Me too"라고 했다. 그러자 전 대통령이 "미쓰리"라고 했는데, 옆에 있던 이순자 여사가 "왜요? 나 여기 있는데…"라고 했다.

김영삼 대통령의 방미 때는 클린턴 대통령에게 "How are you?"라고 인사말을 건네고, 클린턴이 "I'm fine, thank you. And you?"라고 하면, "Me too"로 마무리하라고 영어 자문을 했다. 그런데 김 대통령이 그만 "Who are you?"라고 인사를 하는 바람에 이를 조크로 받아들인 클린턴 대통령이 "I'm Hillary's husband"라고 받아넘겼다. 그런데 김 대통령이 "Me too"라고 해버린 것이다. 대통령의 방미 후 유행한 우스갯소리다.

최근 동남아 3국 순방을 다녀온 문재인 대통령의 잇단 말실수가 외교적 결례 논란으로 비화했다. 말레이시아 총리와 만난 자리에서 인도네시아 말로 인사를 하고, 낮 행사에서 밤 인사를 하기도 했다. 지난해 11월 체코를 방문했을 때도 뒷말이 무성했다. 방문국 대통령이 외국에 나가고 없는데 정상외교를 한다고 가서는 국내에서 적폐 취급하는 원전을 팔려고 했다는 것이다.

2017년 12월, 중국을 방문했을 때는 문제가 더 심각했다. 차관보가 공항 영접을 나오는 푸대접에 이어 외교부장이 팔을 툭툭 치는 결례를 서슴지 않았다. 대통령을 수행 취재하는 기자들이 집단 폭행을 당하는 참사까지 겪었다. 베이징에 머물던 대통령이 열 끼 식사 중 중국 관계자들과 함께한 것은 두 끼에 불과해 '혼밥' 논란이 벌어지기도 했다.

현 정부 출범 이래 외교 결례와 의전 엇박자가 빈발하고 있다. 실수를 범하든 박대를 당하든 외교 결례는 나라 망신이다. 경험을 갖추고 능력이 검증된 외교관들을 적폐로 내몰고 코드 인사에 집착한 결과라는 비아냥이 그래서 나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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