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텔 인터불고 대구
"호텔은 식음료 F&B(Food & Beverage) 사업장이다."
서기수 회장이 내린 호텔의 개념정리다. 2015년 외식업체 바르미의 '호텔인터불고 대구' 인수를 뜨악하게 보던 눈에 대한 답이다. '기승전식(起承轉食)'이다. 20년간 해온 사업이니 승부할 수 있다는 판단이 깔렸다.
'호텔인터불고 대구'를 4년간 운영하면서도 '밥 먹으러 호텔 가자'라는 구호를 슬로건으로 삼았다. 우리가 잘하는 걸로 승부를 보자던 것이 사업 외연 확장으로 이어지고 있다.
잘하는 걸로 우선 승부한 게 프리미엄 한식당 '심비디움'이다. 상견례 전문 식당이 없다는 점을 노렸다. 전망이 가장 좋은 곳에 자리를 틀었다. 8~15인석의 방 8개, 연회용 30~40인석 방 2개를 만들었다. 금호강과 팔공산이 보이는 곳이다. 상견례뿐 아니라 협상의 마무리에 알맞은 장소다. 맥이 막히면 금호강을 바라보게 되는 구조다. 판이 뒤집히기 힘든 공간이다.
'뷔페 앳 인터불고'는 모기업인 바르미의 존재 이유이자 자존심이다. 대구에 보기 드문, 줄 서서 먹는 집이라는 자부심이 여기에도 깔려 있다. 고객 입장에선 가성비가 높은 곳이다. 낸 돈에 비해 잘 먹었다는 평가가 나와야 한다는 거다. 호텔 입장에선 매출액은 오를지 몰라도 순수익은 떨어진다. 대신 입소문이 퍼진다. 최선의 마케팅이다. 한식, 중식, 양식, 일식을 섭렵한 전문 요리사만 70명이다. 바르미가 '호텔인터불고 대구'의 미래 사업을 펼쳐나갈 밑거름이자 캐시카우로 '뷔페 앳 인터불고'를 주저 없이 꼽는 이유다.

호텔의 기본을 숙박으로 보던 때가 있었다. 실제 '오늘 못 팔면 영원히 못 판다'는 게 호텔업계 숙박의 불문율이다. 바르미가 처음 이곳을 인수했을 때 뜻밖의 암초가 숙박시설 상태였다고 한다. 정작 1천25억원에 대구 최고의 호텔이라는 '호텔인터불고 대구'를 인수하고 보니 낮은 숙박 점유율이 골칫덩이였다고 한다. 객실 개선 등에 400억원이 넘는 돈을 들였다. 50%도 안 되던 점유율은 현재 80%에 육박할 정도라고 한다.
외식업으로 성공한 바르미는 '호텔인터불고 대구'의 위치에 주목했다. 망우당공원 안이다. 대구에서 공원 안에 호텔이 있는 곳은 '호텔인터불고 대구'가 유일하다. 따로 산책로 등을 만들 필요가 없다. 눈을 돌리면 금호강변이고 호텔 밖을 나서면 공원이다.

그러다보니 웨딩은 호텔 탄생과 함께 이어져온 강점이다. 뻥 뚫린 주변 형세가 돕는다. 최근 새로 개장한 웨딩홀, '파크 빌리지'는 독특한 디자인이 주변 경관과 잘 어울려 명품 느낌을 준다. 좋은 기를 뿜어낸다는 폭포가 웨딩홀 옆이다. 큰 선거를 앞두고 폭포를 바라보는 객실에 자러 온다는 이들이 있다는 속설의 그곳이다.
명품가방처럼 생긴 웨딩홀로 들어서니 고급 사우나에서 맡을 수 있는 편백나무 향이 강하게 풍긴다. 숲이다. 안정감을 준다. 장시간 주례사도 거뜬할 편백나무 향이 코끝에 한참 머문다.
호텔 측은 기존 객실을 구조 변경해 부띠끄 17개실로 만들었다. 기존 4개 객실을 하나로 텄다고 한다. 숙박 용도도 있지만 이벤트용 객실로 충분하다. 실제 신부 친구들이 결혼식 전 혹은 결혼식 직후 함께 파티를 열 수 있는 공간이다. 여자 친구들이 신부에게 줄 선물을 갖고 모이는 축하 파티인 '웨딩샤워(Bridal Shower)' 용도에 알맞다.
'호텔인터불고 대구'도 패키지 상품을 판매하고 있다. '호텔에서 놀자'라는 이름이다. 즐겁게 쉬고 재충전해가는 공간이라는 호텔 기능에 방점을 둔 것이다. 역시 기본은 바르미의 노하우가 잔뜩 묻은 석식 뷔페에서 시작한다. 뷔페 식사 후 사우나를 즐기고 밤이 되면 치킨과 맥주를 마실 수 있게 했다. 그리고 다음날 조식까지 패키지로 두 사람이 즐길 수 있는 가격이 26만9천원(1박2일)이다.
◆호텔드포레
가족형 물놀이장으로 익히 알려진 '스파밸리' 가는 길에 '네이처파크'라는 교감형 생태동물원이 있다. 아이들 키우는 집에서는 여기까진 기본 정보로 알고 있다.
그게 전부인 줄 알았더니 호텔이 있다. 네이처파크에서 방목중인, 어쩌면 자기들이 이곳의 주인이라 생각할지 모르는 동물들이 돌아다니는 호텔이다. '휴식을 위한 호텔', '숲의 호텔'이라는 이중적인 해석이 가능한 이름의 '호텔드포레(Hotel de forRe)'다.
한국관광공사에서 인증한 '웰니스 25선' 객실이다. 의료관광차 대구를 찾은 외국인들의 숙박 코스로 간택된 곳이다. 스파밸리, 네이처파크가 패키지로 묶인다.
주차장에서 호텔까지 가는 길을 바라보니 꽃길 오르막이다. 수목원 용도로 만들어진 공간을 교감형 생태동물원으로 만들어뒀으니 봄 분위기는 제대로다. 조금 더 시선을 멀리 던지자 온통 소나무다. 소나무밭이 있던 곳에 호텔을 지었다고 말해도 무리가 없을 정도다.

주차장에서 400미터 남짓 올라야 객실이 나온다. 심장의 박동이 강해질 즈음 도착하는 객실이다. 공작, 닭이 제 집에 온 손님 맞듯 왔다 갔다 한다. 걸어 올라가도 지겹지 않다. 수명이 20분 남짓 늘어난다. 오르막이 부담스러운 이들을 위해 전기차가 픽업 서비스에 나선다. 백팩 정도의 가벼운 짐이라면 오르막에 도전해볼 만하다.
이곳은 호텔인가, 요양마을인가. 예상했던 바지만 '웰빙'과 '건강'이 콘셉트다. 편백나무 기둥에 흙집이다. 새집증후군은 이곳에 사는 새들이 겪는 증후군이냐는 농담이 나온다. 봄은 왔지만 아침저녁으로 기온은 낮아 난방이 필수다. 객실 아랫목 구들장이 데워지는, 군불 때는 냄새가 온 천지에 퍼진다. 밥 짓는 냄새까지 나준다면 영락없는 시골마을 풍경이다.
아침잠에서 깨어날 때 알람이 따로 필요 없다. 새 소리에 잠을 깬다. 얼마나 짹짹대고 지저귀는지 분명 이곳의 주인은 새들이다. 이동하는 곳마다 부스럭댄다. 고양이 울음소리가 나기에 돌아보니 공작새다. 공작 울음소리가 그런지 처음 알았다. 산책로에는 '공작새와 토끼 주의'라고 쓰여 있다.
식당과 객실 간 걸어서 5분 거리다. 바꿔 생각하면 시장기를 북돋우는 산책이다. 자연스레 네이처파크 내부를 둘러보게 된다.

이르면 5월부터 선비의 풍류와 멋을 소재로 한 공연도 열린다. 일본의 고급 료칸에서 식사, 온천욕, 공연이 한꺼번에 이뤄지는 걸 떠올리면 쉽다. 대구경북에서는 처음으로 시도되는 프로그램이라고 한다.
워크숍 장소로 인기가 높다. 객실이 32개에 불과해 반드시 예약 확인을 해야 한다. 워크숍이 예약돼 있으면 객실이 모자란 경우가 생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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