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이은주의 잉여현실] 우리 속에 어린아이

이은주 힐링드라마아트센터 대표 심리치료사
이은주 힐링드라마아트센터 대표 심리치료사

우리 속에는 어린아이가 살고 있다.

지난 주말, 1박 2일로 사이코드라마 세 마당을 진행했다. 사이코드라마는 주인공의 이야기를 드라마 형식으로 행위화한다. 즉, 몸으로 또 다른 나의 현실을 살아봄으로써 얼어붙었던 생명력을 회복해 가는 과정이다.

50이 넘은 세 주인공의 화두는 "어린 시절 남동생은 왜 나를 때렸을까?" "며칠 전부터 자궁이 이유 없이 심하게 아프다" "나는 언젠가부터 배에 가스가 차고 부글부글 끓는다"였다.

우리는 몸이 얼어붙었던 순간을 여기로 불러왔다. 밥상 앞에서 젓가락이 얼굴에 꽂혔던 사춘기 시절의 나를 만났고, 속으로는 엄마가 너무너무 좋은데, 말도 못 하고 참고 있는 엄마가 바보 같아 '엄마 싫다'고 했던, 엄마가 갑자기 돌아가셔서 영영 좋아한다는 말도 하지 못하고, 자신의 여성성을 부정했던 소녀를 만났다.

세 번째 주인공은 엄마에게 학대당했던 세 살, 네 살 적 아이를 만났다. 화나고 위축되고, 눈치 보고, 말문이 막히는 주인공에게 안전한 공간에서 울고 소리치고 뱃속 가득하게 참았던 말을 토해내도록 했다.

몸은 기록한다. 우리가 경험하는 모든 것들이 기운과 감정과 기억으로 의식과 무의식에 저장된다.

즐겁고 신난 경험들은 우리를 긍정적이고 당당하게 세상을 기꺼이 맞이하도록 하지만 두려움이나 공포, 놀람과 고통의 경험들은 우리 몸을 얼어붙게 한다. 특히 학대나 트라우마적 상황들은 에너지의 응축과 함께 그대로 몸에 각인된다. 그래서 지금 이 순간을 보지 못하고 생각에 갇혀 살게 한다.

우리 속에 어린아이는 성장하기를 기다린다. 안전한 공간에서 자신에게 필요했던 것을 채우고 목소리를 돌려주면, 각인되었던 감정은 소멸되고 아이는 성장한다. 이 봄의 기적처럼, 자기 존재의 꽃이 피어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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