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17년 11월 15일 포항에서 발생한 규모 5.4의 지진은 항간의 의혹처럼 엄연한 인재(人災)였음이 드러났다.
정부조사연구단은 최근 지열발전소가 촉발시킨 지진이라고 발표했다.
정부조사연구단장인 서울대 이강인 교수는 "포항지진은 자연지진이 아니다. 지열발전을 위해 실시한 수리자극이 작은 규모의 지진을 유발했고 그 영향이 시간이 지나면서 본진의 진원 위치에 도달하면서 누적돼 포항지진으로 이어진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정부조사연구단의 발표가 나오자마자 포항시민들은 일제히 환영했다. 무엇보다 '지진 도시'라는 오명에서 벗어날 수 있는 계기가 마련됐기 때문이다.
실제 그동안 포항은 지진으로 인한 인구감소, 도시브랜드 손상, 지진 트라우마 호소 등 금액으로 환산할 수 없는 피해를 봤을 뿐 아니라 기업의 투자심리 위축, 관광객 감소 등의 막대한 경제적인 피해도 입었다.
포항시민 입장에서는 이번 정부조사연구단의 발표가 마치 시원한 청량음료와도 같았다. 무엇보다 포항시민 모두의 간절한 바람이 결과로 나타났고 각 분야의 전문가가 하나로 똘똘 뭉쳐 얻어낸 결과라는데 이견이 없다.
특히 포항시민들은 포항지진을 인재로 입증시키는데 가장 결정적인 역할을 한 인물로 고려대 이진한 교수를 꼽는다. 이 교수는 지난해 4월 국제 학술지 '사이언스'에 게재한 '2017년 포항지진의 유발지진 여부 조사'라는 제목의 논문에서 포항지진이 지열발전소 때문일 가능성이 크다고 지적하면서 주목을 받았다.

해당 지자체인 포항시는 지열발전소가 지진 발생의 원인이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고, 동해의 이산화탄소(Co2) 저장시설에 대한 시민들의 우려가 높아지자 산업통상자원부 등 중앙정부에 대해 적극적인 시설 폐쇄를 요구했고 정부조사가 미흡할 경우에 자체조사단을 구성해서라도 강력한 대응에 나설 것이라며 정부를 압박했다.
지진 이후 여진으로 지열발전소에 대한 시민들의 불안과 의심이 지속되고 트라우마마저 겪고 있어 중앙정부 차원에서 이를 해소하는 특단의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포항시의회도 국내 첫 지진대책국을 만드는데 힘을 보태며 조직과 지진예산편성, 자체조사단 구성 등 지진 초기 대응부터 조사연구 과정에서 포항시와 한몸과 같은 소통과 협업으로 포항지진이 인재였음을 밝혀내는데 한 몫을 했다.
포항산업과학연구원과 포스텍, 한동대 교수, 변호사 등으로 구성된 '11·15 지진 지열발전공동연구단'도 빼놓을 수 없다.

이들은 지열발전소에 대한 정밀조사의 조속한 실시와 함께 정확하고 투명한 결과 공개를 요구하는 등 좀처럼 움직이지 않던 정부를 압박했고 지난해 12월 이미 지열발전소가 포항지진의 직접적 원인이라고 밝혀내 시민보고회를 열기도 했다.
이처럼 포항시가 구성한 자체조사단은 스위스와 독일, 미국 등 해외를 오가며 자료를 수집하고 연구를 거듭한 끝에 정부조사연구단의 발표에 앞서 비슷한 연구결과를 도출해낼 수 있었다.
모든 시민과 전문가들이 하나가 돼 지열발전소가 지진을 촉발했다는 정부조사연구단의 결과를 이끌어낼 수 있었지만 정작 문제는 지금부터라는 지적도 나온다. 당장에 피해배상 등에 한목소리를 낼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현재 포항에는 지난 11.15지진과 관련해 각종 시민·사회단체가 활동을 벌이고 있다. 일부는 지열발전과 포항지진 진상규명 등의 활동을 펼쳐왔고, 일부는 이재민 대책을 요구하고 있다.
포항시민들은 이제 이들 단체가 주장하는 각각의 다른 목소리를 하나로 모을 수 있는 또 다른 숨은 주역을 기다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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