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도시농업이 경쟁력이다]6. 침산 2차 화성타운 텃밭

마당이 된 아파트 텃밭

4개동에 488가구 규모인 침산 2차 화성타운(대구시 북구 침산남로) 주민들은 대략 1000㎡(300평) 부지에서 텃밭을 가꾸고 있다. 1999년 아파트 완공 때 이미 텃밭 부지를 따로 조성했다. 도심 아파트들이 주차공간으로 쓰는 면적 중 하나를 텃밭으로 만들었는데, 단지 맨 앞동 남쪽 면에 각각 약 7㎡(약 2평) 규모 텃밭 80여 개가 구획돼 있다. 전체 1000㎡ 중 나머지 면적은 통로, 공동 창고, 수도시설, 숲 그늘 등으로 꾸며져 있다.

매년 봄에 이용 희망자 신청을 받고, 추첨을 통해 당해 연도 텃밭 이용 가구를 선정한다. 1999년 이래 해마다 80여 가구 주민들이 텃밭을 가꾸어 왔으며, 2019년까지 전체 1천600여 가구가 텃밭을 가꿨다.

1년 텃밭 사용료는 물 값을 포함해 5천원이다. 한 가구가 분양 받을 수 있는 면적은 2평에 불과하지만 그 정도만 해도 한 가족이 주로 먹는 채소의 약 70%를 수확할 수 있다고 한다. 상추나 쑥갓, 들깨(잎), 배추, 가지, 고추, 시금치, 부추, 총각무, 열무 등은 조금만 심어도 수확량이 많아 이웃 2,3집이 나누어 먹는다.

이곳에는 텃밭농부들이 공동으로 사용할 수 있는 삽, 물뿌리개, 물통 등이 준비돼 있다. 주민들은 각자 호미 하나만 들고 텃밭에 가면 된다. 도심 아파트에 거주하는 사람들이 삽을 들고 왔다 갔다 해야 하는 불편, 흙 묻은 농기구나 채소를 집으로 들고 가는 불편은 없다.

대구시 북구 침산 2차 화성타운 아파트 텃밭. 박노익 선임기자 noik@imaeil.com
대구시 북구 침산 2차 화성타운 아파트 텃밭. 박노익 선임기자 noik@imaeil.com

이곳 텃밭농부들 다수는 60대 이상이다. 어린 자녀를 둔 30대 부부들도 일부 참가하고 있다. 60대 이상 주민들은 가벼운 운동과 함께 매일 충만한 생명력을 만끽할 수 있고 신선한 채소를 직접 재배해 먹을 수 있어서 좋다고 자랑이 대단하다.

어린 자녀가 있는 젊은 부모들은 아이들에게 땅과 흙을 접하고, 식물을 키우는 재미와 의미를 자연스럽게 알려줄 수 있게 돼 좋다고 말한다. 텃밭에서 땅을 파며 놀아본 아이들은 흙을 더럽다고 생각하거나, 곤충을 징그럽게 생각하지 않는다.

텃밭을 안 가꾸는 주민들도 가끔 텃밭으로 산책을 나오는 덕분에 주민들은 대부분 서로 얼굴을 안다. 텃밭을 가꾸는 주민들은 대화를 나누고 수확한 채소나 음식을 나누는 등 시골동네처럼 서로의 집안일에 대해서도 어느 정도 알고 지낸다. 도심 아파트에서는 드문 텃밭을 보유한 덕분에 아파트값도 비슷한 위치, 비슷한 규모의 다른 아파트에 비해 조금 비싸다고 한다.

아파트 주민들에게 그 아파트에 대해 꼬치꼬치 묻는다면 얼마나 흔쾌히 대답해줄까? 기자와 만난 침산 2차 화성타운 주민들은 무척 즐거운 얼굴로, 거리낌 없이 여러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한 주민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는데, 지나가던 다른 주민이 걸음을 멈추고 부연 설명을 해주기도 했다. 텃밭이 '이야기 마당' 역할을 하는 것이다.

주민들은 "텃밭 덕분에 집을 내놓으면 금방 팔린다"고 입을 모았다. 물론 텃밭 때문만은 아닐 것이다. 편리한 교통, 대형 상가, 문화시설 등 다른 장점도 많다. 주민들은 자부심 넘치는 얼굴로 "아파트 단지 안에 텃밭이 있어서 정말 좋다" 며 "노년들과 어린 자녀가 있는 부부들에게 텃밭이 상당히 인기 있다"고 덧붙였다. 다른 아파트 부녀회와 관리사무소 등에서 '침산 화성2차 아파트 텃밭'을 벤치마킹하기 위해 찾아오는 경우도 종종 있다고 주민들은 자랑했다.

대구시 북구 침산 2차 화성타운 아파트 텃밭. 박노익 선임기자 noik@imaeil.com
대구시 북구 침산 2차 화성타운 아파트 텃밭. 박노익 선임기자 noik@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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