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내이사 자리를 지켜내지 못하면서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은 1999년 아버지 고(故) 조중훈 회장에 이어 대한항공 최고경영자(CEO) 자리에 오른 지 20년 만에 대한항공 경영권을 상실하게 됐다. 특히 주주권 행사에 따라 대기업 총수가 경영권에 제한을 받는 첫 사례로 기록될 전망이다. 국내 의결권 자문사들은 "역사적 사건"이라며 "자본시장 촛불혁명"이라는 평가를 내놓기도 했다.
조 회장의 연임안 부결은 전날 국민연금이 반대 의결권 행사를 결정하면서 어느 정도 예상됐다. 국민연금 수탁자책임위는 전날 회의에서 조 회장 연임안에 대해 "기업가치 훼손 내지 주주권 침해의 이력이 있다고 판단해 반대 결정을 했다"고 밝혔다.
조 회장은 현재 총 270억원 규모의 횡령·배임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상태다. 대한항공 납품업체들로부터 항공기 장비·기내면세품을 사들이며 중간에 업체를 끼워 넣어 중개수수료를 챙긴 혐의 등을 받고 있다.
대한항공은 이날 조 회장의 사내이사 재선임 부결에 대해 "사내 이사직을 상실한 것은 맞지만 경영권 박탈은 아니다"라는 입장을 내놨다. 조 회장이 여전히 대한항공의 최대주주이고, 그룹 지주사인 한진칼을 통해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한편 전국경제인연합회는 배상근 전무 명의로 낸 입장문에서 "국민연금이 이번 결과에 결정적 역할을 한 것으로 판단되는데 이는 그동안 조 회장이 대한항공 주주가치 제고를 위해 노력해 왔다는 점은 고려하지 않은 결정으로 판단된다"고 말했다. 또 "주주들의 이익과 주주가치를 고려해 신중한 입장을 견지해야 하는 사안임에도 사회적 논란을 이유로 연임 반대 결정을 내린 데 대해 우려스럽게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한국경영자총협회도 유감을 표명하는 입장문에서 "공적연금이 기업 경영에 대단히 중요한 사내이사 연임 건에 대해 의결권을 행사하기 위해서는 주주가치 제고와 장기적인 기업의 성장 등 제반 사안에 대한 면밀하고 세심한 검토가 선행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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