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층 전시장 초입. 가장 먼저 눈에 띄는 작품이 오인환 작 '이름프로젝트:이반파티'다. 화면 가득 파티 참가자들의 사인이 뒤섞여있고 그 아래에 하얀 종이딱지가 나열돼 있는데 유독 한 딱지에만 '오인환'이란 이름이 드러나 있고 나머지는 감춰져 있는 꼴이다. 이유인 즉, 파티에 모인 사람들은 모두 동성애자인데 이중 커밍아웃한 사람의 이름만 드러나 있다. 작품 설명을 듣기 전까지는 작품의 내용을 알아내기란 쉽지 않다.
(재)대구문화재단 산하 대구예술발전소는 올해 첫 기획전시로 'What Is Contemporary Art?'전을 1, 2 전시실에서 열고 있다.
이 기획전시는 동시대 미술의 주요 무대에서 활동하며 21세기 미술사를 써내려가고 있는 지역과 타 지역 및 해외 미술가들을 초대, '컨템포러리 아트'의 흐름을 파악하고 창작, 기획, 비평, 감상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미술은 시대의 산물이고, 시대의 변화에 따라 미술의 개념이나 양식도 언제나 변해왔다'는 명제는 미술사의 고갱이이다. 따라서 '컨템포러리 아트'를 이해하려면 우선 '모던(Morden) 아트'와의 구별이 전제된다.
'모던 아트'는 18세기에 본격적으로 시작해 2차 세계대전 종말까지 이어져 온 근대시대의 산물로 에두아르 마네를 출발점으로 인상파, 후기 인상파, 야수파, 입체파, 추상미술, 앵포르멜, 추상표현주의 등 아방가르드 미술로 특징지어진다면, '컨템포러리 아트'는 1989년 베를린 장벽이 무너지면서 지구촌은 글로벌 자본주의 체제 아래 놓이게 됐고, 같은 해 웹(Web)의 창시로 지구촌이 네트워크로 연결되면서 그야말로 '동시대성을 갖는 세계의 미술'로 전환하게 된다. 그 특징은 기존의 형식적, 심미적, 정신적 미술로부터 개념적, 비판적, 사회적 미술로 전환하게 된 점이다.
전시를 총괄한 김기수 예술감독은 "'컨템포러리 아트'는 탈근대를 모티브로 미술사적으로 세계 도처에서 1960년대와 1970년대를 거치며 반모더니즘의 기치로 전개된 글로벌 개념주의로 1989년 이후 전 지구적으로 공식화됐다"고 말했다.
이런 까닭에 '컨템포러리 아트'전은 관람객 체험을 비롯해 사진, 회화, 설치, 비디오 등 다양한 예술 매체를 이용한 작품들이 선보인다. '마음에 지우세요'란 작품은 관객이 지우개를 이용해 뭔가를 지울 수 있도록 배려하는가 하면, '동료가 동료에게, 여성이 여성에게'란 작품은 나무 구조물에 구멍을 뚫어 놓고 화장실 휴지를 이용해 그 구멍을 직접 메꿔놓도록 한다.
이렇게 작품이 지시하는 대로 관객이 따라하다 보면 뭐가 모르지만 우리는 '모던 아트'와 '컨템포러리 아트'를 미술사적으로 어떻게 구분하는지를 인식할 수 있게 된다. 이 점이 이번 전시의 가장 큰 특징이라고 할 수 있다.
참가작가는 김희선 백승우 오인환 이미혜 이완 이지영 전리해 전명은 정아람 최선 홍영인 홍희령 엔리케 라미레즈 플로 카세아루 팅팅 쳉 등 15명이다.
대구예술발전소는 한편 '컨템포러리 아트'의 난해한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이번 전시와 연계해 지역 미술가와 시민들을 위한 '특강 시리즈'(5회)와 지역 청소년 예술가 지망생들을 위한 '스쿨 앤 틴'(School and Teen)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전시는 6월 9일(일)까지.
문의 053)430-1225 홈페이지 www.daeguartfactory.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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