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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고부] 성추문과 정치

박병선 논설위원
박병선 논설위원

요즘 한국에는 온종일 섹스 스캔들로 시작해 그것으로 끝난다. '성 추문 사회'를 방불케 한다. 인터넷·방송 등에서 쏟아지는 것은 버닝썬·김학의 전 법무부차관·장자연 사건이다.

이들 사건에는 폭력, 몰카, 별장 동영상, 성 접대 등 말로만 듣던 추문이 모두 들어 있다. 거기다 가수, 배우, 전 법무부차관, 언론사 사장 일가 등 잘나갔거나 높은 지위의 인물이 대거 연루돼 있다. 높이 올라간 인사들이 추락하고 폭망하는 모습은 관객에게 즐거움을 줄지 모른다. 이 때문에 스캔들은 대중에게 스트레스를 해소시키는 필요악이란 말이 있는 모양이다. '너도 별 볼 일 없구나. 역시 같은 인간이었구나'는 생각과 함께.

세 사건 모두 정치적 배경을 갖고 있는 것도 이채롭다. 예상 밖에 버닝썬 사건까지 정치권과 관련이 있다고 주장한다. 오영훈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22일 국회에서 "버닝썬과 관련해 연예인 승리를 매개로 YG엔터테인먼트와 양민석 대표, 국정 농단의 차은택 감독, 조윤선 전 장관까지 연결된다"며 "이 사건의 최초 폭행자인 서현덕은 최순실의 조카로 알려져 있다"고 했다. 실체적인 진실인지 알 수 없으나, 어쨌든 여당은 '제2의 최순실 게이트'라고 규정한다.

김학의 전 법무부차관 사건의 불똥은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 곽상도 자유한국당 의원에게 튀어 그 여파가 상당하다. 황 대표가 김 차관의 재임 시절 장관이었고, 곽 의원은 당시 청와대 민정수석이라는 점 때문인데, 제법 그럴듯한 그물망으로 보인다. 장자연 사건은 정권과 대립각을 세우는 조선일보와 관련된 만큼 공소시효가 지났다고 해도 검찰이 열심히 파헤칠 것이 분명하다.

우연인지, 의도한 일인지 모르겠지만, 세 사건 모두 현 정권 인사는 아무 관련이 없고, 야당 혹은 정권에 적대적인 인사뿐이다. 집권 세력이 유독 깨끗하고 도덕성이 있기 때문일까. 문재인 대통령까지 이례적으로 검경의 명예를 걸고 이들 사건의 진상을 밝히라고 지시했다. '정치적 음모설'에 기름을 붓는 지시였다. 성 추문을 정치에 이용하는 것은 저급하고 정치 도의에 맞지 않다. 성 추문은 성 추문으로 놔두는 게 어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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