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GM 군산공장이 지난해 5월 폐쇄한 지 10개월 만에 매각에 합의해 새 주인을 찾게 됐다.
군산공장은 1996년 첫차를 생산한 지 22년 만에 문을 닫았다가 재가동의 기회를 맞았다.
◇ 바다 메운 땅에 공장 설립…1996년 첫 차량 출시
대우자동차(현 한국GM)는 1996년 전북 군산시 소룡동 앞바다를 매립한 129만㎡에 공장을 완공하고 12월 '대우 누비라 1호 차'를 처음 출고했다.
이후 누비라, 레조, 라세티, 쉐보레 올란도, 크루즈, 크루즈 터보, 올 뉴 크루즈 등을 생산했다.
그동안 IMF 경제위기 등을 겪으며 사명은 '대우'에서 2002년 'GM DAEWOO'로, 2011년 '한국지엠주식회사'로 변경됐다.
군산공장은 연간 최대 27만대를 생산하는 최신식 자동화 생산 시스템에 주행시험장을 갖췄다.
공장에서 생산한 자동차는 인근 전용부두를 통해 전 세계로 수출됐다.
군산공장은 2009년 준공한 현대중공업 군산조선소와 함께 한 해 생산액 12조원, 전북 수출액의 43%까지 기록하며 지역경제 전성기를 이끌었다.
덕분에 2010년대 초반까지 군산경제도 전성기를 구가했다.
◇ 군산경제 쌍두마차에서 나락으로
군산공장은 잘 나갈 때 협력업체 130여 곳, 연간 고용인원 1만2천여명, 지방세 580억원 납부 등도 기록했다.
그러나 2011년 26만대를 정점으로 수출이 내리막을 걸으면서 생산량이 점차 감소했다.
특히 2013년 쉐보레가 유럽에서 철수하면서 군산공장은 큰 타격을 입었다.
판매 대수가 2013년 15만대, 2014년 8만대, 2016년 4만대로 줄더니 2017년 3만대에 그쳤다.
공장가동률은 2016년부터 20%대로 떨어지고 생산직 근무일이 한 달에 1주일도 안 됐다.
판매는 부진한데도 인건비는 매년 상승했다.
공장가동률이 평균 20%로 떨어지면서 위기를 맞았다.
결국 한국GM은 지난해 2월 13일 '군산공장 폐쇄'를 전격으로 발표했다.
경영난과 구조조정을 이유로 공장 가동 중단을 선언했다.
직원들은 같은 해 5월 말 공장 폐쇄와 함께 정든 일터를 떠나야 했다.
폐쇄 발표 전 2천여명이던 근로자 가운데 정규직 1천200명 정도가 희망퇴직했다.
잔류를 원한 근로자 600여명 가운데 200여 명은 부평 또는 창원공장으로 배치됐다.
나머지 400여명은 일자리가 날 때까지 무급휴직에 들어갔지만, 아직 부름을 받지 못했다.
200명이 넘는 사내 비정규직은 폐쇄 발표 직후 계약종료를 통보받고 실직했다.
군산지역 부품·협력업체 160여곳의 노동자 1만2천여명 가운데 상당수가 실직하기나 위기를 겪는다.
폐쇄 전 2천여명이 근무한 군산공장에는 공장 유지인력과 부품 생산 근로자 등 수십명만 남아 있다.
◇ 지역사회 공장 매각·재가동 요구에 '부응'
군산경제는 조선소 가동 중단에 자동차 공장 폐쇄까지 겹치면서 급격히 추락했다.
군산공장 폐쇄 후 부품·협력업체 가동률이 급락하고 자금난으로 도산하는 곳이 속출했다.
실직자 양산, 인구 감소, 내수 부진, 상권 추락 등으로 이어졌다.
부품·협력업체 164곳에서 일하는 노동자 1만여명이 일자리를 잃거나 실업 위기에 처했다.
이는 군산지역 고용 비중의 20%가량에 해당하고, 가족을 포함하면 4만여명에 이른다.
군산공장 폐쇄로 감소한 지역 총생산액은 전체의 16%인 2조3천억원에 이른 것으로 추산됐다.
경제 추락하고 침체가 이어지자 정부는 지난해 4월 군산을 고용위기 및 산업위기대응 특별지역으로 지정했다.
지역사회는 '재가동만이 해답'이라며 공장 매각, 위탁물량 생산, 타 용도 활용 등 줄기차게 요구했다.
이런 요구에 부응하듯 결국 군산공장은 새 주인을 맞이하게 됐다.
한국GM은 지난해 9월 군산공장 매각 방침을 확정하고 다수 업체와 접촉했다.
회사는 미래에도 지속가능한 기업, 고용창출 및 유지가 가능한 기업에 방점을 두고 매각을 진행했다.
결국 연말부터 엠에스오토텍이 주도하는 컨소시엄과 매각 협상을 벌여 이날 합의서를 체결했다.
군산을 '자동차 고장'의 반열에 올린 한국GM 군산공장은 폐쇄의 아픔까지 겪었지만, 가동 23년 만에 재가동의 희망을 품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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