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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고부] 文대통령의 '잔인한 봄'

이대현 논설위원
이대현 논설위원

문재인 대통령에게 2019년 봄은 '잔인한 봄'으로 기억될 것 같다. 올해 신년사에서 천명한 '함께 잘 사는 나라'를 만들려고 나름 애쓰고 있는 가운데 봄에 터져 나온 악재들로 발목이 잡혔기 때문이다.

베트남 하노이 북미 정상회담 결렬 이후 문 대통령은 북미 사이에 낀 '샌드위치 신세'가 됐다. 최악의 미세먼지 사태로 문재인 정부의 탈원전 정책 반대 여론은 거세졌다. '환경부 블랙리스트' 수사 칼끝은 청와대로 향하고 있고, 장관 후보자들 부실 검증에 대한 조국 청와대 민정수석 책임론이 불거졌다. 버닝썬 사건엔 청와대 민정수석실에 재직한 경찰 총경이 연루됐다. 설상가상으로 청와대 대변인의 부동산 투기 논란까지 터져 문 대통령으로서는 곤혹스럽기 짝이 없다.

국내외 악재들을 어떻게 헤쳐나가느냐에 문 대통령의 앞날이 달렸다. 조기 레임덕에 빠져 국정 혼란이 갈수록 심해지느냐, 국정 동력을 회복해 국민이 체감하는 성과를 보여줄 수 있느냐 갈림길에 섰다.

부동산 투기 논란으로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이 사퇴했다. 대통령에게 부담을 주지 않으려는 선택이다. 부동산 투기에 대한 국민의 시선은 엄중하다. 부동산 투기 의혹을 비롯해 하자투성이 장관 후보자들에 대해서는 문 대통령이 지명을 철회하는 게 마땅하다. '김학의·장자연·버닝썬' 사건 수사를 지시할 때와 같은 결기를 문 대통령이 장관 임명에서도 보여줘야 국민 마음을 얻을 수 있다. 다음 달 한미정상 회담에선 북한 비핵화 해법 찾기는 물론 흩트러진 한미 공조를 회복하는 것도 문 대통령이 힘써야 할 일이다.

2월 산업활동동향에서 생산, 소비, 투자 등 3대 경제지표가 일제히 마이너스로 돌아섰다. 이들 지표가 모조리 마이너스인 것은 경제 위기 때나 나타나는 현상이다. "우리 경제가 올해 여러 측면에서 개선된 모습을 보이는 것은 다행스러운 일"이라는 등 문 대통령 말에 동의하는 국민은 거의 없다. 바닥으로 추락한 경제를 끌어올리는 것이 문 대통령 본인도 수렁에서 끌어올리는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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