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동강 물을 팔아먹은 봉이 김선달과 다를 게 없었다. 무료로 개방된 공공시설에 불법 컨테이너 사무실을 차려놓고, 이용객들에게는 연회비를 받는가 하면 관련 용품 구매까지 유도하며 사실상 시설을 사유화했다. 대한체육회 산하 민간단체 '대구시파크골프협회' 이야기다.
소규모 도심 공원에서 즐길 수 있는 '파크골프'는 최근 고령층을 중심으로 큰 인기다. 대구시파크골프협회 가입 회원만 1만명 안팎이다. 누구나 비용 부담없이 편하게 즐길 수 있는 레저스포츠이기 때문이다. 대구시와 8개 구·군이 수억원의 혈세를 들여 공공 파크골프장을 13곳이나 지은 목적도 여기에 있다.
그러나 골프장 이용 시민들에게 들은 이야기는 달랐다. 동호인들은 "파크골프협회에 연회비를 내면 스티커를 주는데, 이걸 골프채에 붙여야 이용할 수 있었다. 구·군 협회마다 스티커 색깔이 다르고, 이마저 매년 바뀌는 바람에 회원들은 해마다 구장별 연회비를 내고 스티커를 새로 구매해야 한다"고 털어놨다. 이에 협회 측은 "회비는 구청이나 시가 직접 신경 쓰기 어려운 구장 관리에 쓰인다"고 했다.
하지만 정식 관리 위탁조차 받지않은 상황에서 이는 앞뒤가 맞지 않는 변명이었다. 파크골프협회의 문제를 짚은 첫 보도 후 매일 서너명씩의 파크골프 회원이 전화를 걸어와 격려의 뜻을 전하며 "협회 비리를 제보하겠다"고 했다.
독단적인 협회 운영은 물론 이용객들에 대한 갑질 제보, 회비가 흥청망청 쓰였다는 의혹도 제기됐다. A구 협회의 경우 정당한 절차도 없이 간부들만 해외여행을 다녀오는 등 회비 사용이 투명하지 않다는 주장도 나왔다.
심지어 한 제보자는 "대구파크골프협회 회장과 갈등을 빚던 80대 수석부회장이 심한 욕설과 폭언을 듣고 그만두기도 했다"고 털어놓기도 했고, "총회 자료를 봐도 회비 사용에 대한 세부 내역이 전혀 없다"고 푸념하는 회원도 있었다.
더 큰 문제는 관리·감독해야 할 대구시가 탈법을 사실상 묵인·방조했다는 점이다. 취재 도중 대구시의 해명은 '모른다'는 한 마디로 요약된다. 권한도 없고 상황을 알지 못했으며, 가입 강요 사실도 전혀 몰랐다는 것이다. 정말 몰랐다면 관할 행정기관으로서 자격 미달이고, 알고도 모른 척 했다면 불·탈법을 묵인한 공범이다. 특히 대구시는 매달 파크골프장을 통째로 협회 측에 대관하는 방식으로 위탁 운영해왔다. 지역사회 한 유력 인사가 회장을 맡은 협회 측과 유착됐다는 의혹마저 제기된다.
계속된 보도 끝에 결국 시는 뒤늦게나마 대구시체육회 측에 감사를 의뢰했다고 밝혔다. 이마저도 "대구국제마라톤 때문에 인력이 부족하다"는 명목으로 7일 이후에야 시작할 계획이어서 협회의 증거 인멸 우려도 나오는 상황이다. 이번 감사가 오랫동안 이어져 온 협회의 적폐와 부조리를 청산하는 계기가 되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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