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기고]지혜롭게 나이 든다는 것  

강주원 세종스피치 커뮤니케이션 대표/올리비에 헤어살롱 대표

강주원 세종스피치 커뮤니케이션 대표/올리비에 헤어살롱 대표
강주원 세종스피치 커뮤니케이션 대표/올리비에 헤어살롱 대표

옛말에 미운 자식은 밥으로 키우고 귀한 자식은 매로 키우라는 말이 있다.

얼마 전 신문을 통해 '제설기 부모'라는 신조어를 알게 되었다. 자식이 실패와 좌절을 겪지 않도록 무슨 일이든 서슴지 않고 제설기처럼 해결해 주는 부모를 일컫는 말이다. 출가한 자식의 머리 위에서 맴맴 돌며 평생을 따라 다니며 보살핀다는 '헬리콥터 맘'이 신조어로 회자되더니 이제는 내 자식을 위해 쌓인 눈은 물론 모든 것을 싹 밀어버리는 제설기 부모까지 등장하는 세태가 되었다.

미용실 고객 중에 아이가 상전인 부모는 흔히 볼 수 있다. 어떤 젊은 엄마가 다섯 살 된 남자아이를 미용실에 데리고 와서 여러 디자이너들을 가리키며 하는 말이 참 가관이었다.

"○○야, 여기 있는 이모들 중에 누가 마음에 들어? 어느 이모가 머리 해주면 좋겠는지 한 명 골라 봐."

이런 경우도 있었다. 미용 특강 수업 중 수강생이 실습하는 과정에서 기술을 막 익힌 엄마가 중학생 딸아이 앞머리를 잘라주게 되었다. 그런데 앞머리를 조금 짧게 잘랐다는 이유로 아이는 "엄마는 다시 내 머리 자를 생각 하지 마!"라고 화를 내며 말하면서 엄마에게 있는 대로 눈을 흘긴다. 그 상황에서 엄마는 아이의 눈치를 보며 안절부절못하는 모습이 너무나 안쓰럽다.

아이를 상전으로 모시는 엄마들은 얼마든지 많다. 미용실에 와서 파마를 하거나 짧게 자르면 아이에게 혼난다는 엄마, 시종일관 아이에게 예예 하며 존댓말을 하는 엄마도 있다.

어떤 아버지는 "나 어릴 때는 아버지가 오실 때까지 먹고 싶어도 아버지가 오셔야 먹을 수 있었는데, 요즘은 퇴근 후 냉장고에 있는 수박이라도 먹으려 들면 아내가 아이 학원 갔다가 올 때까지 손 대지 말라고 한다"며 섭섭함과 난처함을 토로했다.

부모가 자식을 기르는 동안 지혜를 발휘하지 못한다면 그 결과와 대가는 고스란히 부모가 떠안게 된다. 자식은 부모가 인정하는 사람이 아니라 남이 인정하는 사람으로 키워야 한다. 일류 대학 학생들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서 10명 중 7명의 학생이 부모가 많은 재산을 남겨줄 것과 60대까지만 살다가 죽기를 바란다고 답했다고 한다.

자식에 대한 무조건적인 사랑이 변질되어 우리가 살아가는 사회로 스며들 땐 고스란히 악순환의 연속이 될 수밖에 없다. 돈을 주지 않는다는 이유로 부모를 살해하고, 살해 현장을 빠져나가는 아들에게 숨이 넘어가는 순간에도 피 묻은 옷을 갈아입고 가라고 말한 어머니의 마지막 말은 참담하기 이를 데 없다.

제설기 부모란 신조어가 생겨날 만큼 자식이 실패와 좌절을 겪지 않도록 무슨 일이든 서슴지 않고 해결해 줄 것이 아니라, 자식을 귀하게 여긴다면 스스로 헤쳐 나갈 수 있는 힘을 길러 주어야 한다.

'우리 아이가 신발 끈을 잘 못 묶으니 살펴봐 주세요.'

유치원 선생님께 부탁하는 쪽지가 아니라 군대 지휘관에게 부탁하는 쪽지다. 부대 앞에 방을 얻어 상사에게 자기 아들의 피부가 예민하다며 선크림을 전달하는 부모도 있다. 부모가 아이를 망치는 데 앞장서고 있는 것이다. 모름지기 부모라면 자기 자식의 감추어진 본모습을 바라보는 통찰력을 발휘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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