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히 2G폰이라 불리는 피처폰을 잘 사용하시던 어머니가 언제부턴가 불평하기 시작하셨다. 배터리가 금방 닳는다든가, 폰이 자꾸 꺼져버린다고 툴툴대신다. 휴대전화가 오래되기도 했지만, 실상은 스마트폰을 갖고 싶어셨던 거였다. 복지관 친구들이 모두 다 스마트폰을 갖고 다니신다는 거였다. 자식들이 사주더라며 자랑하시는데, 당신만 구식 폰이신 게 은근히 부아가 나셨던 모양이다. 오히려 불편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있었지만, 그 마음을 이해할 것도 같아 헐한 걸로 하나를 사드렸다. 고맙다며 들고 다니시지만 전화기 용도 외에는 별로 쓰시는 것 같지 않다. 문자메시지는 1년에 서너 번 정도 아들이나 손자에게 보내신다.
우리나라 성인들의 93%가 스마트폰을 사용하고 있다. 지난해 7월 한국갤럽이 조사한 바에 따르면 20대와 30대, 40대에서 각각 100%, 99%, 99%의 스마트폰 사용률을 보였고 50대 이상이 96%, 60대 이상도 77%나 되었다. 그야말로 스마트폰 세상이다. 은행 업무, 영화관 예약, 음식 배달, 호텔 예약도 이것 하나만 있으면 언제 어디서나 OK다. 웬만한 비즈니스도 손 안에서 모두 해결할 수 있는 세상이 되었다. 하지만 이런 세상에서 소외감을 느끼는 이들도 적지 않다. 50, 60대 이상 고령층이다. 60대 이상 인구의 77%가 스마트폰을 들고 다니지만, 이들의 스마트폰은 별로 '스마트'하지가 않다. 전화나 문자메시지를 보내는 용도로만 사용하는 이들도 적지 않다. 얼마 전 매일신문에 고령자들의 모바일 뱅킹 이용 실태가 보도되었다. 20~40대 이용자가 76~89%인데 반해, 50대는 52%, 60대 이상은 13%만 모바일 뱅킹을 이용하고 있다는 내용이었다. 고령자의 대다수가 통장을 들고 은행 창구에서 차례를 기다리고 있다는 얘기다. 은행 업무뿐만이 아니다. 기차표의 경우 코레일 모바일 앱 '코레일톡'을 통해 판매되는 비율이 전체 좌석의 67%에 달한다고 한다. 하지만 상당수 고령자들에게 모바일 예매는 낯설 뿐이다. 그들은 표를 사기 위해 직접 역에 나가야 한다. 출발 한두 시간 전 일찍 나가 보지만 주말에는 매진되었거나 입석밖에 없을 때가 많다.
세상은 급속도로 바뀌어가고 있다. 모든 정보가 디지털 기반으로 확산되는 시대가 되었다. 모든 생활 서비스가 모바일 중심으로 제공되는 현대에서 고령자들은 상대적 불이익을 받지 않을 수 없다. 고령자들을 대상으로 한 모바일 교육이 절실한 이유다. 이는 고령자들의 삶의 질이 걸린 문제이다.
고령자들의 '디지털 사각(死角)'을 없애기 위해서는 교육을 강화해야 하지만, 상당수는 배우는 것 자체가 어렵다고 토로한다. 낯선 용어에 낯선 사용자 환경이 그들을 괴롭힌다. 고령자에겐 뭐니뭐니 해도 현장에서 하는 직접 교육이 가장 효과가 높다. 일대일로 물어보고 조언을 들으며 하나하나 익혀나가는 게 최고다. 그래서 복지관이나 도서관에서 대학생 자원봉사자들에게 배우는 강좌의 인기가 높다.
하지만 문제는 그럴 수 있는 기회가 많지 않다는 것이다. 노인복지관 등에서 그런 혜택을 받는 고령자들은 극소수에 불과하다는 통계다. 복지관을 한 번도 가보지 않은 고령자가 84%에 달한다는 조사도 있었다. 민간단체를 활용한 일대일 방문교육 같은 사업에도 관심을 가져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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