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날씨 따뜻해지자 다시 미세먼지 기승…폐지 줍는 노인들 "하루 3천원도 못버는데 마스크는 사치"

8일 대구시내 도로에서 한 노인이 폐지를 주워 가득 실은 손수레를 끌고 가고 있다. 성일권 기자 sungig@imaeil.com
8일 대구시내 도로에서 한 노인이 폐지를 주워 가득 실은 손수레를 끌고 가고 있다. 성일권 기자 sungig@imaeil.com

봄이 되면서 연일 미세먼지에 황사까지 극성이지만 돈 없는 서민들에게는 일회용 미세먼지 마스크도 사치다.

하루 종일 일해도 3천원을 벌기 어려운 폐지 줍는 노인들에게 방진 마스크는 엄두도 못 내는 사치품이다. 대부분 노인들이 마스크를 착용하지 않거나 방한용 마스크에만 의지하고 있어 폐까지 침투한다는 초미세먼지에 무방비로 노출돼 있다.

8일 오전 8시 30분쯤 남구청 인근에서 만난 박원례(81) 씨는 지난해 7월 이후 폐지 줍기를 포기했다가 지난달부터 다시 거리에 나섰다. 그는 "지난해엔 폐지 가격이 1kg에 40원이어서 아픈 다리를 이끌고 온종일 돌아다닐 기운이 안 났는데, 요즘은 가격이 70원으로 올라 다시 일을 시작했다"며 "하루종일 돌아다니면 목이 칼칼하다. 남들은 미세먼지 조심하라고 하지만 우리한텐 남 얘기일 뿐"이라고 했다.

마스크를 착용한 노인들도 대다수가 방진 기능이 없는 방한용 면 마스크를 착용하거나 관공서에서 얻은 미세먼지 마스크를 세탁해 재활용하고 있었다.

이날 오후 수성구 신천시장에서 만난 오중식(77) 씨는 2주일째 같은 마스크를 재활용하고 있다. 오 씨는 "노인 일자리에 나가서 받은 방진 마스크를 손빨래해서 계속 쓰고 있다"고 했다. 이현식(74) 씨도 "아침부터 저녁까지 돌아다녀도 5천원을 못 번다. 약국에서 몇천원에 파는 일회용 미세먼지 마스크는 엄두를 못 낸다"고 했다.

한국환경공단이 최근 발표한 '재활용 가능 자원 가격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대구경북 지역 3월 1kg당 폐골판지 가격은 75원대로, 지난해 7월보다 13원 정도 오르는 데 그쳤다. 그러나 2017년 1kg당 가격이 134원이었던 것과 비교하면 턱없이 낮아 하루종일 미세먼지를 들이마시며 길거리를 헤매도 5천원을 채 벌지 못하는 노인들이 대다수다.

남구에서 고물상을 운영하는 A(56) 씨는 "지난해 중국이 폐지 수입을 막은 이후로 계속 가격이 낮다. 폐지가 주 수입원인 노인들이 워낙 많아 안타깝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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