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에선 54명이 숨지고, 237명이 살아남았다. 경북에선 68명이 목숨을 잃었고, 176명이 고통 속에 삶을 이어가고 있다. 전국 사망자는 무려 1천390명에 이른다. 지난해 말 집계 기준보다 사망자가 15명 더 늘었다. 바로 가습기 살균제 피해자들이다. 피해 신청자 기준 사망률은 22%에 이른다. 건강을 위해 가습기를 켜고, 보다 안전하게 가습기를 쓰고픈 마음에 살균제를 썼는데 10명 중 2명꼴로 목숨을 잃었다.
옥시레킷벤키저(옥시)에서 가습기 살균제 흡입 독성 실험을 의뢰받아 수행한 조모(59) 서울대 수의학과 교수가 연구자료를 조작하고, 연구데이터를 축소·왜곡 해석했다고 서울대 연구진실성위원회가 결론 내렸다. SK케미칼(현 SK디스커버리)과 애경산업에 대한 검찰 수사가 본격화하자 SK 측은 일부 피해자에 대한 의료비 보조를 시작했다. SK케미칼의 '가습기 메이트'는 옥시의 '옥시싹싹 가습기당번' 다음으로 많은 피해자를 냈다. 하지만 SK는 지금껏 공식 사과나 피해 보상이 없었다. 검찰 수사로 책임을 면하기 어려워지자 뒤늦게 '선별 지원'에 나섰다는 비판이 나온다.
가습기 살균제가 처음 등장한 게 1994년이었고, 판매 중단 처분이 내려진 게 2011년 말이다. 무려 17년간 가습기 살균제는 국민 건강 지킴이 행세를 해왔다. 대기업과 외국계 기업들은 '인체 무해' 자료를 뿌렸고, 정부는 품질인증 마크까지 붙여줬다. 지난 2016년 국회 국정조사특위가 현장조사 및 청문회를 통해 밝혀낸 사실은 어떤 기업도 제품을 팔기 전이나 판매 중에 인체 위해 안전 점검을 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국민들은 '설마 사람에게 해로운 물질을 그렇게 마구 뿌려대도 괜찮도록 정부가 가만두었겠는가'라고 생각했지만 그런 순진한 믿음을 철저히 짓밟는 일이 20년 가까이 이어졌다. 그런데 정작 문제는 이런 피해가 아직 진행 중이라는 것이다.
가습기 살균제 판매 기간 중 폐렴으로 사망한 7만 명 중 2만 명이 가습기 살균제에 의한 것일 가능성이 있다는 의학계 보고가 나와 있다. 우리나라 인구 중 18~22%가 가습기 살균제 사용 경험이 있다는 조사 결과에 2010년 인구 4천941만 명을 대입해 보면 가습기 살균제 사용 인구가 약 894만~1천87만 명에 이른다는 추산이 나온다.
이를 토대로 잠재적인 가습기 살균제 피해자를 따져보면 최소 29만 명에서 최대 227만 명이 고농도 노출자 또는 건강 피해 경험자라는 결과가 나온다. 2017년 환경독성보건학회는 환경부 의뢰로 진행한 피해 규모 조사 연구에서 제품 사용자가 350만~400만 명에 이르고, 이 중 14%인 49만~56만 명이 건강 피해 경험자라고 발표했다.
하지만 대다수가 가습기 살균제의 사용 자체를 기억하지 못하고, 사용했더라도 영수증 등 증빙 자료가 없으면 신고를 못하는 줄 알고 있다. 지난 3일 사회적참사특별조사위원회는 '가습기 살균제 대구경북 피해자 지역설명회'를 가졌다. 한 주부는 이 자리에서 "뒤늦게 무언가 잘못된 것을 알고 피해 신청을 했지만 여전히 인정받지 못하고 있다"며 가슴을 치며 오열했다. 이런 의심조차도 못하고 그저 알 수 없는 이유 때문일 것이라며 혼자서 몸과 마음의 고통을 참고 있는 가습기 살균제 피해자, 바로 당신일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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