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진그룹을 이끌던 조양호 회장이 갑작스럽게 세상을 떠나면서 장남 조원태 대한항공 사장으로의 경영권 승계가 순조롭게 이뤄질지가 경제계의 관심사가 됐다. 특히 1천700억원에 달하는 상속세 납부가 한진그룹의 지주회사인 한진칼의 1대주주 변경 문제와 연동돼 있는 상황이라 더더욱 초미의 관심사가 되고 있다.
조 회장은 슬하에 3남매를 두고 모두에게 대한항공 등 주요 계열사 경영에 참여하도록 길을 열어줬다. 하지만, 두 딸은 각각 이른바 '땅콩 회항', '물컵 갑질' 등 사회적 논란을 일으키며 여론의 따가운 질책 속에 경영에서 손을 떼야 했다. 9일 현재 장남 조원태 사장만 유일하게 그룹 지주회사인 한진칼과 주력 계열사 대한항공의 대표이사를 맡아 그룹 경영을 이끌고 있다.
재계에서는 조 회장 별세로 장남인 조 사장에게 그룹 경영권 승계가 속도감 있게 이뤄질 것으로 보고 있다. 재계 한 관계자는 "현실적으로 한진가(家)에서 경영권을 승계할 수 있는 사람이 조 사장밖에 없는 상황"이라며 "유족들도 그룹 경영권을 외부에 빼앗기지 않도록 상속 지분을 모아 조 사장에게 힘을 보태줄 것으로 보인다"라고 말했다.
조 사장이 경영권을 안정적으로 승계하기 위해서는 취약한 지배구조를 극복하고 행동주의 사모펀드 KCGI·국민연금 등 외부의 견제를 막아내야 하는 등 숙제가 있다.
한진그룹은 지주회사인 한진칼이 그룹 지배 정점에 있고, 대한항공과 ㈜한진을 통해 계열사를 거느리고 있는 구조다. 그룹 경영권 확보에 핵심인 한진칼 지분은 한진가가 28.8%로 가장 많이 보유하고 있다. 이어 KCGI가 12.8%, 국민연금이 6.7%를 각각 보유하고 있다. 외국인 등 기타 주주 지분은 51.6%다.
한진가 지분 가운데는 조 회장 지분이 17.84%(우선주 지분 2.40% 제외)로 대부분을 차지한다. 조원태(2.34%), 조현아(2.31%), 조현민(2.30%) 등 세 자녀의 지분은 각각 3%가 되지 않는 미미한 수준이다.
조 회장 지분을 모두 세 자녀에게 넘겨주고 두 딸이 상속 지분을 조원태 사장의 경영권 방어를 위해 우호 지분으로 남겨둔다면 한진가의 경영권 확보에는 큰 문제가 없다. 하지만 지분 상속 과정에서 막대한 상속세가 발생하는 점은 한진가로서는 해결해야 할 숙제로 꼽힌다. 상속세 납부를 위해 지분을 팔아야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조 회장이 유언을 통해 지분 상속과 관련한 법적인 정리를 끝냈을 수 있지만, 별도의 유언이 없을 경우 배우자와 자녀에게 재산이 상속된다. 배우자·자녀의 상속 순위는 같지만, 배우자가 자녀보다 50%를 더 받게 돼 있다. 상속세율은 상속액이 30억원을 초과하는 경우 50%로 책정된다. 여기에 최대주주의 주식을 상속받을 때는 경영권 프리미엄을 얹어 주식 평가 시 시가의 20∼30%를 할증하게 돼 있다. 한진칼은 조 회장 지분이 50% 미만이어서 20% 할증 대상이 된다. 이것까지 고려하면 경영권 승계 시 부담해야 하는 세율은 60%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조 회장의 재산은 한진칼 지분(약 3천221억원) 말고도 ㈜한진 지분 6.87%(약 348억원), 대한항공 지분 2.4%(약 9억원) 등 계열사에 산재해 있다. 여기에 현금과 부동산, 비상장 주식까지 합하면 그 규모는 더 커진다. 이를 모두 고려하면 유족들이 납부해야 하는 상속세는 2천억원 안팎이 될 것으로 추산된다.
상속세는 분납이 가능하지만, 워낙 액수가 크기 때문에 상속 주식 일부를 처분해 현금화하는 것이 불가피할 수 있다. 한진칼 지분까지 처분하는 경우 한진가 지분이 줄어들면서 KCGI, 국민연금의 지분이 상대적으로 부각된다. KCGI와 국민연금이 지분율을 끌어올리고 한진가 지분율이 낮아질 경우 경영권이 위협받을 수 있다.
실제로 KCGI는 지난 4일 공시를 통해 "한진칼 지분을 추가 취득해 기존 12.68%이던 보유 지분율을 13.47%로 높일 예정"이라고 밝히는 등 한진가에 대한 경영권 공세를 이어갈 것을 예고한 바 있다.
증권가에서는 한진가가 주식담보대출과 배당 등 방법을 통해 상속세 자금을 마련할 가능성도 있다고 분석했다. 주식담보대출은 주식 평가가치의 50% 수준까지 가능하다.
재계 관계자는 "한진가가 보유한 현금 등 자산이 상속세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규모인지가 관건"이라며 "상속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세 남매의 분쟁 가능성도 조 사장이 경영권 승계를 완료하기 위해서는 관리해야 할 숙제"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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