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닐슨 경질로 견제·균형추 사라져...앨리스 경호국장 해임 등 추가 숙청 이어질 듯

트럼프식 충동적 국정 운영 우려 더 깊어져

커스텐 닐슨 미 국토안보부 장관이 8일(현지시간) 버지니아주 알렉산드리아의 자택 앞에서 기자들에게 발언하고 있다. 닐슨 장관은 갑작스러운 사임 후 이날 첫 공개 발언을 통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국경정책을 계속 지지할 것이라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전날 트위터를 통해 닐슨 장관을 전격 경질했다. 연합뉴스
커스텐 닐슨 미 국토안보부 장관이 8일(현지시간) 버지니아주 알렉산드리아의 자택 앞에서 기자들에게 발언하고 있다. 닐슨 장관은 갑작스러운 사임 후 이날 첫 공개 발언을 통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국경정책을 계속 지지할 것이라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전날 트위터를 통해 닐슨 장관을 전격 경질했다. 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8일(현지시간) 해임한 랜돌프 앨리스 비밀경호국(SS) 국장이 작년 10월 워싱턴 법무부에서 기자회견하는 모습. 세라 샌더스 백악관 대변인은 이날 성명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8일(현지시간) 해임한 랜돌프 앨리스 비밀경호국(SS) 국장이 작년 10월 워싱턴 법무부에서 기자회견하는 모습. 세라 샌더스 백악관 대변인은 이날 성명에서 "앨리스 비밀경호국장이 곧 떠날 예정"이라며 "그는 지난 2년간 국장으로서 훌륭한 업무를 했으며 트럼프 대통령은 그의 40년 공직 봉사에 대해 감사하고 있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후임 국장에 비밀경호국 출신인 제임스 머리를 임명했으며 임기는 5월부터 시작한다고 샌더스 대변인은 덧붙였다. 연합뉴스

지난달 21일 미국 백악관 집무실인 오벌오피스. 참모들과 회의를 하던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당시 커스텐 닐슨 국토안보부 장관과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에게 다음 날 정오에 엘패소 쪽 국경 입구를 폐쇄하라고 지시했다. 그러나 닐슨 장관은 "나쁘고 위험한 발상"이라며 그 조치가 합법적 무역과 여행마저 차단할 것이며 이민자들은 편법으로 유입될 수 있다며 보다 유연한 대안을 제시했다. 닐슨 장관은 트럼프 대통령의 다른 지시에도 법적으로 맞지 않는다며 반대했는데 트럼프 대통령은 결국 "국경 안보는 나의 핵심 어젠다"라고 고함치며 격노했다. 미국 CNN방송이 한 참석자를 인용해 전한 당시의 상황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7일(현지시간) 초강경 이민정책을 놓고 견해 차를 보인 닐슨 장관을 트윗 경질한 데 이어 8일 자신의 경호 책임자인 국토안보부 소속의 랜돌프 앨리스 비밀경 호국(SS) 국장을 해임했다. 후임 국장에는 비밀경호국 출신인 제임스 머리를 임명했다고 사라 샌더스 백악관 대변인이 밝혔다. AP 통신 등 외신은 트럼프 대통령이 국토안보부의 다른 고위 관료들을 더 쫓아낼 예정인 등 추가로 '숙청 작업'에 나설 것이라고 보도했다.

숙청 작업은 강경 보수파로서 백악관 내 숨은 실세로 알려진 스티븐 밀러 백악관 선임고문이 지휘하고 있다고 AP가 보도했다. CNN도 트럼프 대통령이 최근 밀러 고문에게 멕시코 국경 관련 정책에 대한 전권을 맡겼으며, 그 결과로 "거의 조직적인 숙청이 일어나고 있다"고 전했다.

닐슨 전 장관의 퇴장으로 트럼프 대통령에게 '반기'를 들었던 인사들은 대다수 무대에서 사라지게 됐다. '어른들의 축'으로 불리며 충동적인 트럼프 대통령에게 '견제와 균형'의 역할을 했던 렉스 틸러슨 전 국무장관, 제임스 매티스 전 국방장관, 존 켈리 전 백악관 비서실장, 제프 세션스 전 법무장관 등이 이미 떠났다.

'고압적이고 적의로 가득찬' 대통령을 위해 일하는 행정부 관료 누구든 간에 언제 잘릴지 모르는 트럼프 행정부의 혼란상을 보여주는 사례들이다다. 이는 자신을 유일한 의사결정자로 여기며 '정책적 문제의 복잡다단함 등을 무시·혐오하고 직관에 의존해 반대 의견을 견디지 못하고 충동적 스타일로 국정운영을 해온 트럼프식 용인술의 단면이기도 하다.

닐슨 장관의 경질을 계기로 대통령에게 직언을 할 수 있는 인사들은 사실상 자취를 감추고 '예스맨'만 남게 됐다는 얘기도 워싱턴 정가 안팎에서 나오고 있다. 이때문에 트럼프 행정부의 빈약한 인재풀이 더 협소하게 돼 트럼프식 국정 운영이 더욱 큰 우려를 안겨주고 있다. 김지석 선임기자 jiseok@imaeil.com·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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