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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좌파적 사고 왜, 열광하는가?/ 공병호 지음/ 공병호연구소 펴냄

지난해 한국외식업중앙회 대구시지회 회원들이 개최한 최저임금 인상 철회 요구 집회 모습. 매일신문DB
지난해 한국외식업중앙회 대구시지회 회원들이 개최한 최저임금 인상 철회 요구 집회 모습. 매일신문DB

역사는 특정 관념이나 이데올로기 그리고 사상이 다수의 사람을 이끌어왔음을 보여준다. 특히 현대 한국 사회는 정치, 경제, 문화, 군사 등 거의 모든 면에서 가치관과 세계관의 불꽃 튀는 격돌을 경험하고 있다. 흡입력과 중독성이 강하고 사람들의 심성에 호소력이 큰 '좌파적 사고'는 다수로 하여금 깊은 고민 없이 무작정 특정 길로 달려가도록 만든다. 이런 현실에서 좌파적 사고의 본질을 이해하는 일은 한국 사회의 현재를 진단하고 미래를 전망하는 데 큰 도움이 된다.

시장 친화적 자유주의자의 대표적 인물인 공병호가 좌파의 낙관주의에 뿌리를 둔 이상주의적인 정책들이 경제와 안보 상황을 더욱 악화시키고 있는 현실을 조목조목 진단하고 있다.

"좌파적 사고는 우리의 사고 패턴 가운데서 기본값에 가깝다. 특별한 노력이나 체험이 더해지지 않으면 좌파적 사고를 벗어날 가능성이 높지 않다. 따라서 좌파적 사고는 어느 시대나 호소력이 강하고 감동적으로 다가오기 때문에 이를 뿌리치기가 쉽지 않다."

좌파적 사고는 좌파가 공유하는 사고, 사고 방식, 사고 유형 또는 사고 패턴을 말한다. 좌파적 사고는 독특한 프레임이나 관념을 갖고 세상의 이모저모를 바라본다. 좌파적 사고는 이성보다 본능의 힘이 강하고 논리를 동원할 필요가 없어 에너지를 절감시켜주며 특정 정보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신경회로망을 갖고 있다. 인간은 먼 미래의 일보다 가까운 날의 일에 더 관심이 많고, 사회라든지 전체의 이익보다 내 이익에 더 끌리는 존재다. 그래서 어느 사회든 좌파적 사고는 인기를 끈다.

"삶의 알파와 오메가는 사상이자 신념이다. 사람은 무엇이 옳다고 생각하면 실상에는 눈을 감고 만다. 올바른 사상과 신념은 개인에게 성공을 그리고 공동체에게는 번영을 가져다 준다. 반대로 잘못 된 사상과 신념은 개인에게 실패를 그리고 공동체에게는 몰락을 안겨준다."

좌파적 사고의 특징은 본능의 목소리를 따른다. 인간의 따뜻함을 강조하고 선함에 대한 믿음이 강하다. 또한, 자신의 도덕적 우월성을 믿으며, 태생적 차이를 중히 여기지 않는다.

좌파적 사고, 왜 열광하는가
좌파적 사고, 왜 열광하는가

우선 좌파는 세상을 보는 관점이 다르다. 세상에 대해 통제할 수 있다는 믿음이 강하고 악을 제거하는 일에 만족하지 않는다. 역사를 집단간의 갈등으로 파악하며 급격한 단절이 가능하다고 믿는다. 지배와 피지배 구조로 파악하는데 모두가 평등해야 한다고 믿는다. 그리고 모든 것을 만들어낼 수 있다고 믿는다.

좌파는 공학적 사고를 갖고 있다. 출산율이 하락하면 출산율을 몇 퍼센트까지 끌어올리기 위해 각종 수혜 계층을 선택한 다음에 이들에게 보조금을 지원하는 정책을 사용한다. 대부분 결과물을 거두지 못하고 자원만 낭비하는 경우가 많다.

좌파는 시장에 대한 생각도 다르다. 시장을 신뢰하지 않는다. 경쟁을 싫어하고 부침과 도태가 필수적이라 받아들이지 않는다. 경제주체들의 문제 해결 능력을 과소평가하고 경제정책의 보이지 않는 효과에 무관심하다. 좌파는 경제도 민주화의 대상이 되어야 한다고 믿고 앞선 자에 대한 원념(怨念)에서 자유롭지 않다. 또한, 평준화와 획일화를 선호하고 유연성에 거부감을 느낀다. 마음의 중요성을 이해하지 못하고 정부개입주의와 항상 함께한다.

최저임금이 낮은 사람들을 보호하기 위해 최저임금을 급격하게 인상하려는 것도 좌파적 사고를 가진 이들의 전형적인 특징이다. 최저임금 인상으로 당장 혜택을 받는 사람이 증가할 것으로 쉽게 예상하지만 인건비 인상을 고려해 새로운 사업가의 시장 진입을 막고 고용자를 줄이는 것은 간과하고 있다.

좌파는 정치에 대한 사고도 다르다. 자유가 목적인 정체를 추구하지 않는다. 재산권을 수단이나 도구로 간주하고 민중주의에 친화적이다. 좌파는 정치 과잉의 시대를 이루며 역동성에 대한 대안 제시가 어렵다. 그리고 감각의 선택을 선호한다.

감각의 선택의 예로 특정 그룹에 무상급식을 제공하는 정책을 들 수 있다. 정책 추진자들은 "아이들에게 따뜻한 밥 한 끼 먹이자는 데 무슨 말이 많은가" "누구에게는 무상으로 주고 누구에게는 유상으로 주는 것은 문제가 많지 않는가"라고 지적하면 대부분 사람들은 마음이 따뜻해지는 것을 느낀다.

지은이는 "한 시대를 풍미하는 사상이나 신념은 한 사회가 갖고 있는 지적 인프라에 속한다. 풍요의 세월이 지배하는 한국 사회의 주류는 눈에 보이지 않는 사상의 중요성을 간과하고 말았다. 건강한 생각이 무너지면 눈에 보이는 물질도 함께 허물어진다. 더한 어려움이 닥치기 전에 본능을 극복하는 시민들이 더 많이 나오길 소망한다"고 당부하고 있다. 300쪽 1만3천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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