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주 전 출장으로 중국 단둥을 다녀왔다. 5년 만에 방문한 단둥은 도시가 크게 발전한 것처럼 보였다. 중국의 경제성장이 동북 3성에까지 영향을 끼치고 있음을 알 수 있었다.
그보다 더 놀라게 된 것은 압록강 너머로 보이는 신의주의 풍경 변화였다. 5년 전의 신의주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도시는 컬러풀해졌고 많은 건물이 세워져 있었다. 북한의 변화가 국경 도시 신의주까지 영향을 미치고 있음을 단번에 느낄 수 있는 모습이었다.
우리 일행이 머무른 호텔은 압록강 철교 바로 앞에 위치한 곳이었다. 창문으로 신의주 전경이 한눈에 들어오고 자정 무렵 북한에서 단둥으로 압록강 철교를 넘어오는 기차를 볼 수 있는 위치다. 얼마 전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탄 열차가 압록강 철교를 지나 단둥을 거쳐 베트남까지 갔던 바로 그곳이었다.
당시 상황을 호텔 관계자에게 물어보니 김 위원장이 탄 열차가 통과하던 그 시점을 전후로 호텔은 전면통제가 되었으며, 숙박 중인 손님들은 다른 호텔로 이동해야 했다고 한다.
다음 날 아침, 일행과 함께 압록강 상류 쪽의 수풍댐을 보러 갔다. 우리 민족이 분단되기 전 한반도 전체의 전기를 공급하던 수풍댐이다. 수풍댐에서부터 단둥까지 압록강 하구에는 많은 섬이 있는데 그중에는 조선 건국과 관련한 위화도, 북중경협 관련으로 언론 보도가 된 황금평 등도 있다.
북중협정을 통해 압록강은 공동관리구역으로 정해져 있다. 관계자의 설명을 들어보니, 북한과 중국의 국경협정에 따라 압록강 안에 있는 여러 섬의 80%는 북한 소유이고 나머지 20%는 중국 소유라고 한다. 이로 인해 압록강 유람선을 타면 압록강 너머 북한 땅과 북한 소유 섬 사이를 지나게 되어 양쪽 지역에 모두 인공기가 걸려 있는 곳을 지나가는 색다른 경험을 할 수 있다.
강을 사이에 둔 북한과 중국의 국경 개념은 서로 오고 감을 통해 각자의 생활환경이 경계를 넘나드는 개념이다. 우리 의식에 각인된 국경은 휴전선과 비무장지대로 감히 접근하거나 교류를 할 수 없는 개념이라 압록강을 사이에 둔 국경을 통해 살아가는 단둥과 신의주 사람들에게는 우리가 인식하는 국경 개념이 너무나 낯선 것이다.
긴 세월 국경을 사이에 두고 함께 살아온 두 도시의 사람들은 중국과 북한이라는 국가 개념보다는 강 건너 마을에 다니러 간다는 개념으로 살아오고 있는 듯했다. 매일 두 도시 간 많은 사람들이 오고 감으로써 경계를 함께하는 일상생활을 목도할 수 있었다.
북한과 연결된 압록강 철교 근처를 거닐다 보니 압록강 철교에 쭉 늘어선 북한 차량들이 눈에 들어왔다. '묘향산려행사'라는 로고를 붙인 버스 20여 대가 중국 단둥으로 입국하기 위해 기다리는 모양이었다. 그 버스들은 아침 일찍 단둥으로 가서 북한을 관광하려는 외국인들을 태워 북한으로 돌아간다고 한다.
요즘 북한을 관광하는 외국인들은 하루 1천800여 명에 달하고 있다. 강력한 대북 제재로 모든 것이 통제되고 있으리라 상상했지만 UN의 대북 제재에 관광은 제외되기 때문이다. 그 이유는 제재하는 국가 때문에 다른 국가 시민들의 거주 이동의 자유를 침해할 수 없기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압록강 철교를 통해 기차를 타고 평양까지 여행하는 중국인들을 비롯한 외국인들의 그 여행길이 너무나 부럽다. 필자는 남쪽의 한국에서 나고 자랐고, 북쪽의 한국에서 나고 자란 우리 할아버지, 할머니가 살던 곳을 아직도 가볼 수가 없다.
단둥 압록강 철교 앞에 서서 강 건너 신의주 땅을 바라보며 먼 옛날 의주를 거쳐 압록강을 넘어 열하일기를 썼던 연암 박지원을 떠올리고, 일제에 맞서 압록강을 넘나들며 목숨을 걸고 조국의 독립을 소망했던 지사들을 생각했다. 그리고 고향 땅을 다시 못 밟고 돌아가신 할아버지와 할머니를 생각하며 안타까운 마음으로 발길을 돌려야만 하는 그 길이 못내 아쉬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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