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매일춘추]쌀독에서 인심 난다

현동헌 테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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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대표로 있는 지트리(G-Tree)아트컴퍼니는 사람을 세우는 기업이라는 모토로 Grape Tree(포도나무)의 줄임말로 음악을 통해 아낌없이 주는 나무가 되어 사람들에게 그늘과 같은 쉼과 싱그런 즐거움을 주기 위해 노력하는 기업이다. 단원들이 뛰어난 기량을 갖춘 해외유학파 정상급 성악가와 오페라 뮤지컬 전문가수들로 이루어져 다양한 레퍼토리의 음악으로 대중들은 물론 소외계층에 까지 관심을 기울이며 재능기부를 통한 다양한음악 교육 사업을 하고 있다. 그 노력의 대가로 대구광역시지정 전문예술인단체로 선정되기까지 했다.

그 가운데 수 년 동안 인연을 맺고 지도하고 있는 동구에 위치한 저소득층 아이들로 구성된 고우리(고운우리소리)합창단과 음악교실을 운영하는 일도 하고 있다. 프로연주자들이 강사로 거의 재능기부에 가깝게 헌신하며 소년소녀합창단과 아이들로 구성된 연주팀을 구성해 요양원, 재활시설 등 해마다 후원이나 지원의 유무를 떠나 찾아가는 문화공연을 하고 있다. 보통 공연과 달리 아이들과 프로연주자들이 함께 만들어가는 공연이다. 아이들의 공연을 보며 기뻐하며 감격하는 환우들과 어르신들을 뵐 때면 우리의 수고로움은 눈 녹듯 사라지고 아이들까지 보람을 찾아 서로 위로가 되는 기회가 되었고 다양한 수준 높은 공연을 보여 줄 수 있어 지금까지도 유지되고 있다.

하지만 난 지금까지 그 누구에게도 소속된 연주자들에게도 먼저 재능기부를 강요한 적이 없다. 그 뜻과 가치는 나에게 있는 것일 뿐 강요되어선 안된다는 지금까지 지켜오고 있는 나의 자존심이자 신조이다. 그렇게 지켜온 덕분에 처음엔 직접 사비를 들여 음향장비와 연주자들을 세워 시작된 것이 지금은 여기저기 후원과 자발적인 재능기부로 이어지고 있음에 감사한다.

비록 나에게 외적인 여유는 없을지라도 내가 하는 일에 대한 높은 가치와 자부심이 있었기에 나는 부족하다고 느끼지 않았고 보다 넉넉한 마음으로 그 일들을 기꺼이 할 수 있었다. 부자라 할지라도 늘 결핍을 가지고 산다면 그 마음의 쌀독에 쌀이 없는 것이다. 그래서 음악과 제작 일을 하면서 내가 해야 하는 일을 발견했다. 바로 사람들의 마음의 결핍으로부터 그 사람들이 무엇을 할 수 있는지 일깨워 주고 이어주는 일이었다. 내가 힘과 영향력이 있다면 사람들을 저울질하며 힘이 있는 쪽에만 줄서기보다 기울어져있는 저울의 반대쪽에 서서 균형을 이룰 수 있도록 나의 노래를 통해서 사람들에게 알리는 일은 아닐까 생각해본다. 이것을 음악적 용어로 하모니라 할 수 있을 것이다. 다양한 모습들이 어우러져 하나의 아름다운 앙상블의 소리를 만들어 내듯 어느 것 하나 천하게 취급받지 않는 세상을 나는 꿈꾼다. 아무리 경기가 좋지 못 하다할지라도 마음의 쌀독마저 비워진 채로 살지 않기를 바란다. 현동헌 테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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