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9년 베를린 장벽이 무너졌다. 더불어 냉전체제도 사라졌다. 그 후 미국이 초강대국으로 부상한다. 그다음은 어떻게 되었을까? '렉서스와 올리브나무'는 바로 '그다음' 이야기다. 뉴욕타임스 국제문제 칼럼니스트인 토머스 프리드먼이 1989년 이후 새로운 국제체제로 자리 잡은 세계화를 다각도로 분석한 책이다. 제목에서 '렉서스'는 인간이 가진 물질 향상 욕구를, '올리브나무'는 개인과 공동체가 추구하는 정체성을 상징한다.
책은 1부 세계화 바로 보기, 2부 세계화에 접속하기, 3부 세계화에 대한 저항, 4부 미국과 세계화로 구성했다. 저자는 세계 곳곳을 다니며 정치인, 경제인, 시민을 인터뷰한 경험을 제시한 후, 이런 경험을 토대로 세계화를 둘러싼 환경을 관찰한다. 세계화가 냉전체제를 대체해서 국제체제가 되는 과정과 경제를 중심으로 연결된 지구촌 현실을 각계각층의 입장에서 서술한다.
저자는 '냉전체제와 세계화 체제, 렉서스와 올리브나무', 이들 개념을 중심축에 놓고 급격하게 바뀌는 상황에 개인과 정부가 대응하는 방법을 보여준다. 어느 한 분야에 국한하지 않고 1989년부터 2000년까지 세계 곳곳에서 일어난 금융, 정치, 문화를 두루 들여다본다. 특히 세계화에 민첩하게 대처한 국가와 그렇지 못한 국가의 사례를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이를 통해 냉전체제 '느린 세계'에서 세계화 체제 '빠른 세계'로 변한 사회에 적응하기 위해 개인이 새롭게 가질 의식이나 국가가 지향할 제도를 제시한다.

'정보 차익거래, 황금 스트레이트 재킷, 전자 소 떼'와 같이 낯선 용어가 등장하나 1990년대를 지나온, 40대 이후 세대라면 내용을 무난하게 이해할 수 있다. 이 책은 저자가 밝히듯 세계화를 어떻게 이해하고, 어떻게 관리할 것인가에 대한 안내서다. 자신이 배운 전공으로만 세계화에 접근했던 독자라면 '렉서스와 올리브나무'는 우물 밖 세계를 이해하는 데 유익하다.
"환경을 보호하지 않고는 문화를 지속시킬 수 없고, 문화가 지속하지 않으면 공동체를 유지할 수 없으며, 지속가능한 공동체 없이는 지속가능한 세계화도 없다." 이는 저자의 가치관이며 책 결론이다. 세계화 체제를 이루는 바탕으로 개별 국가나 지역 공동체의 독특한 문화와 환경, '올리브나무'가 중요함을 강조한 말이다. 필자도 저자의 주장에 동의한다. 우리가 발 딛고 있는 공동체와 환경이 없다면 그 무엇도 존재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1997년 IMF 외환위기와 2008년 서브프라임에서 촉발된 미국 경제위기가 어떤 식으로 생활에 영향을 주었는지 우리는 이미 겪어봐서 안다. 국내에서 발생하는 위기든 지구 반대편에서 일어나는 경제 변화든, 그 일은 독자에게 직접·간접으로 영향을 준다. 우리는 모두 같은 방향으로 흐르는 강이 되었다. 이제 이 물줄기를 돌아볼 시간이 필요하다. 미국화 된 세계화가 일자리를 없애고, 지역 경제를 무너뜨리며, 다국적 기업이 날뛰는 현실이라고 생각하는 독자가 있다면, 그 생각의 반대편에 '렉서스와 올리브나무' 두기를 권한다.
김준현 학이사독서아카데미 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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