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녀자들 이별 눈물 늘 싫어하지만 때에 따라갈 땐 가고 쉴 때는 쉬는 것. 구성자(이담)여, 이날 정이 더욱 깊으니 두 늙은이가 이별하기 어려움을 알겠구려.'
퇴계 선생은 봉은사를 떠나 임금이 내려준 배를 타고 한강을 거슬러 올라갔다. 반나절 지나 광나루에 이르니 정존재 이담(1510~1575)이 맞이했다. 그는 병환 중에도 몸을 추스려 퇴계 선생에게 헤어지기 섭섭함을 담은 시를 건넸고, 선생은 다시 시로 화답했다.(퇴계선생연보 중 일부 내용 축약)
퇴계 선생 마지막 귀향길 450주년 재현단이 10일 첫 출발했다. 이날 재현단은 봄비가 내리는 중에 오전 8시 서울 강남 봉은사를 출발해 남양주시 미음나루까지 19㎞를 걸었다. 흰 도포에 갓을 쓴 재현단의 모습에 지나가던 시민들도 열띤 응원과 함께 휴대폰 카메라로 촬영하기 바빴다. 재현단에 참가한 이들의 평균 연령은 70세로, 당시 69세에 귀향한 퇴계 선생보다도 나이가 많다.
총 11일 동안 서울에서 안동까지 320㎞를 이동할 예정인 재현단에는 김병일 도산서원 단장을 비롯해 이광호 퇴계학회 회장, 허권수 경상대 명예교수, 변상호·김순기 도산선비문화수련원 지도위원, 이원봉 퇴계 종가 유사, 손기원 지혜경영연구소장 등이 참여하고 있다.

이날 재현단은 단순히 귀향길을 따라 걷는 것에 그치지 않고 퇴계 선생이 귀향길에 지은 시를 창수(唱酬)하고, 강연하는 등 선생의 정신을 되새겼다.
첫 날 일정의 중간지점인 광나루(광진교 북단의 예스24 라이브홀)에선 퇴계 선생이 정존재에게 준 답시와 동호에서 재현들이 지은 전별시 중 가장 걸작으로 평가받는 고담 이순인의 시를 창수했다. 경기 남양주에 있는 실학박물관에서는 다산 정약용 선생이 남긴 도산사숙룩에 대해 김시업 성균관대 명예교수가 강의했다. 다산 선생은 매일 퇴계집을 읽을 정도로 퇴계 선생의 학문에 심취했다고 한다.

이날 행사에는 일반시민들도 많이 참여했다. 재현단은 이번 귀향길 재현을 통해 퇴계 선생의 귀향길이 스페인 산티아고 순례길처럼 자리잡기를 희망하고 있다.
김병일 퇴계선생귀향길재현단장(도산서원 원장)은 "정재숙 문화재청장도 이번 행사에 많은 관심을 갖고, 비공식 일정으로 재현행사에 참석하겠다는 뜻을 전해왔다"며 "퇴계 선생 귀향길이 한국의 자연과 문화를 세계에 알릴 수 있는 인문 콘텐츠로 발돋움했으면 좋겠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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