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에이즈 사망 나와도 대처 발동동…감염 우려 키우는 '에이즈 예방법'

"에이즈 예방법이 환자 발생 시 도리어 보건·수사·출입국관리 등 기관 간 공조 막아"
포항 마사지 업소서 일하던 40대 외국인 여성 에이즈로 사망 관련, 법령 검토 필요 목소리도

포항 한 마사지 업소에서 일하던 불법체류자 신분의 40대 외국인 여성이 AIDS(후천성면역결핍증·이하 에이즈) 합병증으로 숨진 사건(매일신문 9일 자 8면, 10일 자 1·3면, 11일 자 3면)이 발생한 지 열흘이나 됐지만 관련 기관들은 아직 여성의 행적, 감염 우려 등과 관련된 이렇다할 조사를 못하고 있다.

환자 신분 보호 때문에 관련 기관 간의 공조가 오히려 원활하게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게 기관 관계자들의 얘기다.

에이즈 환자를 보호하기 위해 만든 에이즈 예방법이 환자 발생 시 도리어 보건·수사·출입국관리 등 기관 간 공조를 막아 빠른 대처를 어렵게 한다는 것이다.

법 개정을 통해 새로운 에이즈 환자 발생 시에는 역학조사 등을 위해서라도 기관 간 협업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설득력을 얻고 있다.

포항시남구보건소 등 관련 기관들은 "에이즈 예방법은 개인 신분을 철저히 보호하게 돼 있다. 에이즈 감염 의심 환자가 실명으로 검사를 받게 되면 관할 보건당국의 관리를 받을 수 있지만, 익명의 검사를 통하면 본인 외에는 감염 사실을 알 수 없다"며 "실명 검사라고 해도 환자 의사가 앞서기 때문에 주변인들은 감염 사실을 알지 못한다"고 했다. '비밀 누설 금지 조항'에 따라 의료진들도 에이즈 환자의 감염 사실을 비밀로 해야 한다.

때문에 지난달 26일 포항 마사지 업소에서 일한 외국인 여성의 에이즈 양성 반응에도 관련 기관들은 제대로 대처하지 못했다.

현재도 보건·경찰·출입국관리소 등이 해당 여성의 근무지로 추정되는 마사지 업소도 제대로 찾지 못하는 등 행적 확인 작업에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 이 여성이 숨지면서 단서조차 확보하지 못해 초기대응이 늦어졌기 때문이다.

경찰 등은 여성보호단체가 해당 여성을 병원으로 데려갈 당시 들었던 '포항 마사지 업소에서 일했다'는 증언과 여성 가족이 현지인들을 상대로 모금을 위해 올린 외국 SNS(사회관계망서비스)를 토대로 지역 마사지 업소를 훑고 있다.

하지만 마사지 업소 수가 많은 데다 자칫 불똥이 튈까봐 우려하는 업주가 적잖아 수사에 난항을 겪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러는 사이 '여성이 부산에서도 근무했다', '마사지 업소 외국인 여성은 전국을 돌기 때문에 포항에만 근무했다고 볼 수 없다'는 등 온갖 루머가 떠돌고 있는 실정이다.

포항 한 병원 관계자는 "여성의 의식이 있었을 때 초기대응을 했다면 보다 많은 정보를 얻을 수 있었을 텐데 안타깝다"며 "이런 일이 재발되지 않도록 관련 기관 간 협업이 이뤄질 수 있도록 하는 장치가 필요하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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