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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턱 낮춘 수성의료지구 개발 계획 왜?…상세했던 계획이 오히려 기업 유치 걸림돌

대구경북첨복단지와 기능 중복 우려…"기업 유치 풀 더 넓힐 것"

대구경북경제자유구역청은 기업 유치가 전무한 의료시설용지 활성화를 위해 개발 계획을 대폭 수정했다. 수성알파시티 전경. 매일신문 DB.
대구경북경제자유구역청은 기업 유치가 전무한 의료시설용지 활성화를 위해 개발 계획을 대폭 수정했다. 수성알파시티 전경. 매일신문 DB.

수성의료지구(수성알파시티) 의료시설용지는 5년 째 공터 신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택지 조성과 기반 공사는 지난해 끝났지만, 투자 유치 성과는 전무한 탓이다. 외국인 투자를 바탕으로 특화전문병원과 의료관광호텔, 국책 기관 유치 등을 하겠다는 당초 취지가 무색한 셈이다.

이 때문에 일부에서는 '의료관광'라는 개발 목적 자체를 원점에서 재검토하자는 주장이 제기되기도 했다. 고심하던 대구경북경제자유구역청(이하 대경경자청)은 '의료관광'이라는 당초 취지를 유지하되, 입주 문턱을 크게 낮추는 방식으로 방향을 선회했다.

◆비현실적 개발 계획 고치고 스마트 분야 추가

대경경자청은 현실과 맞지 않는 개발 계획안을 수정하는데 집중했다. 우선 2013년 문화체육관광부의 대통령 업무보고에서 나왔던 '체류형 의료관광 시범단지 조성' 사업에서 '시범단지'를 삭제했다.

의료관광호텔을 사실상 포기한 점도 현실을 고려한 선택이다. 의료관광호텔은 연간 내국인 투숙객 비율이 40% 이하로 제한돼 수익성이 극도로 떨어진다. 전국에 의료관광호텔이 단 한 곳도 없는 이유다.

외국병원이나 외국인 투자병원 유치도 일단 손을 놓았다. 영리병원이 허용되지 않는 건강보험 제도 하에서 투자개방형병원 설립은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대경경자청은 외국인 투자가 가능한 제약, 의료기기, 임상실험 등 의료관련 연구소나 교육기관 유치에 집중할 방침이다.

특성화병원의 도입 분야도 전면 개방했다. 기존에는 특화전문병원을 재생의료, 장기이식, 유전체치료, 항노화 등 특정 분야로 국한했고, 세부 분야도 줄기세포, 희귀병 게놈치료, 보완대체의학 등 제한적으로 적용, 투자 유치가 어려웠다는 것이다. 대경경자청은 특성화병원에 '첨단의료기술 및 경쟁력 보유 병원' 기능을 추가해 사실상 의료 전 분야로 확대했다.

스마트헬스케어 실증 기능을 추가한 점도 눈길을 끈다. 스마트헬스케어는 4차 산업혁명의 핵심 ICT 기술인 사물인터넷과 클라우드 컴퓨팅, 빅데이터 및 인공지능을 헬스케어와 접목한 분야다. 한국보건산업연구원에 따르면 전 세계 스마트 헬스케어 시장은 2020년에는 1천15억 달러에 이를 것으로 추산된다.

대경경자청 관계자는 "지금까지 의료시설용지 개발 계획이 지나치게 상세해 오히려 투자 유치를 막는 걸림돌이 됐다"면서 "기존의 틀에 얽매이지 않고 시민이 공감할 수 있는 제안이라면 수용할 것"이라고 말했다.

수성알파시티 조감도.
수성알파시티 조감도.

◆유연하게 변경하기로…첨복단지와 기능 중복 우려

대경경자청은 투자 유치를 위해 적극적인 홍보·마케팅을 벌일 방침이다. 지금까지 개발 제안서에 의존해 입주 허용 여부를 검토했다면, 앞으로는 직접 찾아가는 투자 유치를 강화하겠다는 것이다.

국내외 주요 잠재 투자자를 발굴, 직접 방문하는 등 지속적으로 네트워크를 구축하고 수도권과 해외 홍보설명회도 추진하기로 했다. 아울러 기존에 접수됐던 투자제안서도 재검토해 현실화 방안을 마련할 계획이다.

또한 변경된 기능과 세부시설, 유치업종 등을 바탕으로 국내외 보건의료기관과 ICT 기업들을 상대로 홍보와 투자 유치 활동도 벌이기로 했다. 개발계획 및 실시계획 변경은 일괄적으로 하지 않고, 각종 투자 제안에 유연하게 대처할 수 있도록 적정한 투자 유치가 성사되는 시점에 진행하기로 했다.

그러나 대구경북첨단의료복합단지(이하 대경첨복단지)와 기능이 중복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수성의료지구는 그동안 연구개발이나 의료산업보다는 '의료관광'에 초점을 맞춰왔다. 그러나 의료 연구개발 및 산업 분야로 영역을 확대하면 대경첨복단지와 기능 부분에서 영역이 겹칠 수밖에 없다. 현재 대경첨복단지에는 현재 87개 기업이 입주해 신약 및 의료기기 개발에 주력하고 있다.

대경경자청 관계자는 "첨복단지의 지리적 여건을 이유로 입주를 꺼리던 의료 관련 기업들을 유치할 수 있어 기업 유치 풀을 키우고 지역 전체에 상승 효과를 낼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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