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1박 3일간의 미국 방문을 마치고 귀국했다. 북미 대화 재개를 위한 중재안을 제시한다며 도미했지만 북 비핵화를 둘러싼 한미 시각차만 확인한 것으로 판단된다. 트럼프 미 대통령과 허심탄회한 대화의 시간을 갖지 못했다. 정상회담 후 흔히 발표하는 공동성명이나 기자회견도 없었다. 이렇다 할 성과를 내지 못했으니 짧은 일정의 방미 이유를 이해하기 힘들다.
단독회담 시간이 줄어든 것은 트럼프가 기자회견에 대부분의 시간을 썼기 때문이다. 트럼프는 문 대통령과 머리를 맞대는 대신 기자들의 질문을 받는 쪽을 택한 듯하다. 트럼프는 문 대통령이 제안한 "'스몰 딜'을 받을 의향이 있느냐"는 질문에 "지금은 빅딜에 관해 논의하고 있고, 빅딜은 핵무기를 폐기하는 것"이란 입장을 분명히 했다. 북한이 요구하는 제재 완화와 관련해서도 "계속 유지되길 원한다"는 입장을 거듭 확인했다. 문 대통령과 함께 선 자리에서 북 비핵화에 대한 미국의 입장을 노골적으로 밝힌 셈이다.
청와대는 이번 회담에 대해 한반도 비핵화와 평화 정착에 대해 다양한 의견을 허심탄회하게 논의했다고 전했다. 하지만 이는 북 비핵화에 대해 한미가 이견을 해소하지 못했다는 자기 고백처럼 들린다. 문 대통령이 귀국길에 "비핵화를 위해 트럼프와 긴밀히 협력하겠다"는 뜻을 밝힌 것도 같은 맥락이다.
북은 여전히 위협적이다. 북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10일 노동당 전원회의에서 "제재로 우리를 굴복시킬 수 있다고 혈안이 된 적대 세력들에게 심각한 타격을 줘야 한다"고 했다. "자력갱생의 기치를 높이 들어 사회주의 건설을 더욱 줄기차게 전진시키자"고도 했다. 비핵화에 대해 일언반구 언급이 없었다. 다분히 위협적이고 제재에 맞서 장기전도 불사하겠다는 선동이다.
이런 북한을 상대로 한미 정상은 동상이몽을 꾸고 있다. 아무리 만나도 성과가 날 수 없다. 미국은 북한을 불신하고, 한국은 북한을 믿자고 한다. 북은 지난 수십 년간 '치고 빠지는' 기만과 '벼랑끝 전술'로 핵을 개발해 국제사회의 불신을 자초했다. 굳건한 안보는 믿음이 아니라 불신에서 비롯된다. 문 대통령의 꿈이 트럼프의 꿈과 달라야 할 이유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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