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향(歸鄕)의 의미는 누군가에게는 각별하고 누군가에게는 잔인하다. 군대에서 '고향 앞으로'라는 소리를 들으면 가슴이 뛰었다. 오랜 외국 생활이나 타지에서 고생할 때도 마찬가지 심정일 것이다. 반대의 경우도 있는데, 잘나가던 공직자에게 '고향 앞으로'는 '옷을 벗으라'는 최악의 순간이다. 고려시대만 해도 '귀향'은 형벌의 일종이었다. 관리·승려가 죄를 지으면 '본관(本貫)으로 돌려보내는' 벌을 내렸는데, 도성에서의 지위와 특권을 박탈하는 의미였다.
요즘 김부겸 국회의원(대구 수성갑)의 귀향이 화제다. 22개월간 행정안전부 장관을 지내고 지역구 의원으로 복귀해 '잠룡' 행보에 나섰으니 관심을 끌기에 충분하다. 지역구 곳곳에는 '김부겸, 장관직을 마치고 돌아왔습니다'라는 큼직한 현수막이 내걸려 귀향 소식을 모르는 사람이 없다.
근데, 김 의원의 발걸음은 그리 가볍지 않을 것 같다. 대구가 문재인 대통령의 지지율이 전국 최저인 데다, 김 의원이 자유한국당의 표적이 돼 있어 악전고투할 가능성이 높다. 김문수 전 경기지사는 '수성갑에 뜻이 없다'고 했지만, 재대결을 고심한다는 얘기가 나오고 있고, 김병준 전 비대위원장도 뜻이 없지 않다고 전해진다.
3년 전 총선에서는 김 의원은 대구시민에게 더불어민주당 정치인 가운데 반드시 당선시켜야 할 사람으로 통했다. 이제는 그런 공감대가 많이 퇴색됐고, 오히려 쫓기는 상황이 됐다. 더욱이 김 의원은 국회의원으로 대구를 위해 한 일이 거의 없다는 평가를 받는다. 장관직에 오래 머물면서 시간이 부족한 것도 있고, 정권의 'TK 패싱' 기조에 제동을 걸지 못하는 당내 위상과도 관련이 있다. 김 의원이 지역의 소중한 인적 자산임은 분명하지만, 그의 성패는 대구를 위해 얼마나 뛸 수 있을지, 제 목소리를 낼 수 있을지에 달려 있다.
오늘 아침만 해도 김 의원의 '귀향 신고' 현수막이 도로변에 걸려 있더니 오후에는 보이지 않았다. 낮에 바람이 세게 불었기 때문에 그런가 했는데, 알고 보니 허가받지 않은 불법 현수막이라 구청 단속을 받은 모양이다. 김 의원의 귀향이 순탄치 않음을 예고하는 것인지, 두고 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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