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건강+] 봄인데…내 몸은 아직 으슬으슬 '겨울'이라면

면역력 저하 진단과 치료

고혜진 경북대병원 가정의학과 교수

#주부 A씨(45)는 몇달째 피로감과 함께 감기 기운이 떠나지 않는다. 동네병원에서 약도 처방받았으나 그 때 뿐이고 검사를 해도 특별한 이상소견이 없다고 해서 답답하다. 최근 집안일로 심한 스트레스를 받았는데 이로 인해 면역력이 떨어졌다고 생각한다.

#중년 직장인 B씨(52)씨도 콧물과 기침이 한달 내내 지속된다. 초기에는 감기약을 열심히 먹었지만 약이 독한 것 같아 중단했다. 지난 연말 이후 벌써 세 번째다. 스스로 면역력이 떨어졌다고 판단하고 건강기능식품, 비타민제를 구입하기 시작했다.

봄이 왔지만 날씨만큼 몸 상태가 개운하지 않아 '면역력이 떨어진 것 같다'고 느끼는 환자들이 부쩍 늘었다. 과연 '면역력이 약해졌다'는 진단은 있는 것인가? 고혜진 경북대병원 가정의학과 교수는 "많은 사람들이 자각하는 면역력 저하라는 말은 반은 맞고, 반은 틀렸다"고 했다.

◆면역력이 약해졌다?

면역력이란 사전적으로는 우리의 몸을 보호하기 위해 병원균이나 독소 등의 공격에 저항하는 능력이라고 되어 있다. 우리가 살고 있는 환경에는 무수한 종류의 미생물 및 독소가 존재하므로 이들에게서 생존하기 위해서 면역력은 우리를 지키기 위한 중요한 방어체계다.

의학적으로 면역력 저하는 방어체계에 직·간접적으로 손상을 주는 질병에 의한 면역기능 저하를 말하며 각 질병마다 나타나는 증상과 진단 방법이 다르다. 고 교수는 "흔히 '면역력이 떨어져서' 진료 받으러 오는 환자의 대부분은 신체적으로 이상이 없다"면서도 "그러나 드물게 감염성 질환, 자가면역질환, 혈액질환 등이 발견되는 경우가 있으므로 이전에 비해 정도가 심해지는 증상이나 체중감소, 혈변이나 객혈, 지속되는 발열 등의 증상이 있을 경우에는 진료를 받아보는 것이 좋겠다"고 했다.

그렇다면 건강에 큰 문제가 없는 사람들이 말하는 면역력 저하에 대해서 알아보자. 일반적으로 '자꾸 감기에 걸려서' '온몸이 쑤시고 아파서' '기운이 없고 처져서' 등의 증상을 호소한다.

의학적으로 다른 문제가 없고 이러한 증상만 있는 경우 면역력 저하가 있다고 진단할 수 없으므로 흔히 말하는 '면역력이 약해졌다'는 올바른 표현이 아니다. 그러나 사실 완전히 틀린 말이라고 할 수도 없다.

조금 더 정확한 용어로 바꾸어 이를 표현하자면 '완전히 건강하지 않다' '질병에 취약하다' 등으로 바꿀 수 있다. 즉, 사람들이 말하는 면역력 약화는 정상범위 하단에 있어 아직 질병에는 이르지 않은 상태라는 것이다.

예를 들어 심한 스트레스를 받아서 면역력이 떨어졌다는 말을 살펴보자. 이는 의학적으로도 가능한 이야기이다. 스트레스는 시상하부-뇌하수체-부신 축(HPA axis)의 불균형과 스트레스 호르몬인 코티솔의 분비를 증가시킨다. 코티솔은 면역체계에 영향을 미쳐 면역력을 저하시키고, 심장, 뼈, 내분비계, 뇌에 이르기까지 전신에 부정적인 영향을 준다. 이러한 원리로 심한 명절 스트레스를 겪은 며느리가 면역력이 저하되어 대상포진에 걸릴 수 있다는 이야기이다.

◆어떻게 면역력을 높일 수 있을까?

그렇다면 어떻게 면역력을 높일 수 있을까? 이 질문도 올바르게 표현하자면 '어떻게 하면 건강함을 유지할 수 있을까?'로 바꾸어야 한다. 건강하면 면역력도 온전하고, 감염에 저항할 수 있고, 외부 독소의 영향을 덜 받는다. 사실 이에 대한 정답은 이미 우리가 다 아는 내용이다.

먼저 충분한 수면, 휴식과 스트레스 완화다. 스트레스로부터 벗어나기 위한 정신적 안정이나 명상이 도움이 된다. 또한 수면이 충분하지 않은 경우 뇌기능 저하, 대사불균형을 초래하고 감염이나 만성질환에 취약해진다. 일할 때 일했다면 쉴 때 쉬고 푹 자도록 해야 한다.

다음으로 노동으로서의 신체적 활동이 아닌 운동이 필요하다. 일반적으로 주 3회 이상, 회당 30분 이상, 중간 강도의 운동이 권장된다.

술과 담배가 나쁘다는 것은 기본적인 것이고, 비타민과 미네랄이 풍부하고 5대 원소가 골고루 포함된 건강한 식단을 유지하는 것은 무엇보다 중요하다.

고가의 건강식품보다 건강한 한 끼 식사를 하는 것이 더 효과적이다. 항산화 성분, 비타민, 미네랄, 섬유질이 풍부하여 대표적인 건강 음식으로 알려진 것으로는 토마토, 시금치, 견과류, 브로콜리/양배추, 마늘, 녹차, 통곡류(귀리, 보리 등), 연어, 블루베리, 버섯 등이 있다.

고혜진 경북대병원 가정의학과 교수

또 인간에게 가장 중요한 역할을 하는 수분도 빼 놓을 수 없다. 섭취한 영양분은 수분이 아니면 세포로 이동할 수 없고, 수분이 있어야 신장을 통해 체내 독소와 노폐물을 몸 밖으로 배설할 수 있다. 남성은 하루 13잔, 여성은 9잔 이상의 수분 섭취가 권장된다.

여러 노력에도 불구하고 만성질환 등으로 면역력이 저하된 사람이라면 감염으로부터 안전하게 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특정 바이러스 유행 시기에 사람이 많이 모이는 장소를 피하고, 부득이 가야 한다면 마스크를 착용하는 것이 좋다.

도움말 고혜진 경북대병원 가정의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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