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을 개돼지로 비하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하지만 최근 들어 개돼지라는 단어가 갑자기 유행어가 되어버린 것 같다. 몇 년 전에는 교육부 고위 공직자가 민중을 개돼지로 비하했다가 공공의 적이 된 사건도 있었다. 국민의 세금으로 살아가는 공직자가 이런 망언을 한 것이 지금도 도저히 믿기지 않는다. 제왕 시절에도 민중은 군왕이 잘 보살펴야 할 대상이지 개돼지는 아니었다.
춘추 전국시대의 사상가 순자(荀子)는 '왕제'(荀子'王制) 편에서 "군왕은 배요, 백성은 물이로다. 물은 배를 띄울 수도 있고 뒤집어 버릴 수도 있다"(君者舟也, 庶人者水也. 水則載舟, 水則覆舟)는 유명한 말을 남겼다. 당나라의 태종은 늘 이 말을 되새기면서 대신들에게 백성을 잘 보살피라고 했다. 그래서 그는 성군으로 남았다고 한다.
한중일의 동아시아에서는 인간과 짐승의 구분은 도덕에 있다고 생각했는데, 인간을 동물에 비유한 것은 순자가 처음이다. 순자는 인간의 본성을 악하다고 생각하고, 그 악한 것이 동물적 본능이라 봤다. 인간은 원래 동물적 본능이 있으니, 사회적 존재가 되면서 교육과 감화를 통해 선한 행위를 하도록 이끌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런데 그렇지 못한 인간을 순자는 '영욕'(榮辱) 편에서 구체불약(狗彘不若)이라 했다. 개(狗)나 돼지(彘)보다 못하다(不若)는 뜻으로, 인성을 갖추지 못한 사람을 가리키는 말이다. 개나 돼지는 원래 그렇다지만 인간이 제구실을 못하면 사실은 개돼지보다 더 못한 것이다.
최근 버닝썬 사태와 관련된 뉴스들을 접하면서 구체불약이 떠오른다. 인간이 되는 교육과 감화를 받지 못하고 쾌락의 동물적인 생활을 한 일부 연예인들의 이야기이다. 순자가 일부러 거의 쓰이지 않는 체(彘)자를 사용한 것은 개돼지 같은 인간이 그만큼 적기 때문이리라.
김준 고려대 사학과 초빙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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