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60년 자유당 정권 당시 2·28 민주운동과 3·15 마산의거, 4·19혁명 등과 관련된 시를 신문 잡지에 발표해 민주화에 기여한 서지(西芝) 김윤식(1928~1996) 시인. 김 시인이 세상을 떠난 지 13년 만에 올해 정부로부터 4·19혁명 유공자로 건국포장을 받는다.

김 시인은 경산 용성면 덕천리 출신으로 홍익대 국문과를 졸업하고 1957년 시집 '오늘'을 발표한 후 시동인회 청맥·시림 창립회원으로서 활동했다. 한때 경주여고에서 교직생활을 하다가 접고, 운문산 자락에서 농사를 지으며 시를 쓰고 농촌계몽운동을 하는 참여시인이자 저항시인이었다.

김 시인은 1960년 2월 28일 손수 농사지은 땅콩을 내다 팔고자 대구 염매시장으로 가던 중 대구 학생의거 데모대를 만났고, 당시 경북도청(현 경상감영공원)으로 진입하려다 경찰관의 제지로 진압으로 흩어지거나 잡혀가는 학생들을 목격했다.
그는 이같은 역사의 현장을 목격하고 분을 삭일 수 없어 그 길로 평소 드나들던 향촌동 '호수다방'으로 직행해 불과 1시간여 만에 '아직도 체념할 수 없는 까닭-2.28 대구 학생 데모를 보고'시를 썼고, 이 시는 3월 1일 자 대구일보에 게재됐다.
김 시인은 같은 해 3월 3·15마산 의거와 4월 11일 마산 앞바다에서 사체로 발견된 고 김주열을 애도하는 시 '강이여 산이여 봄이여'를 대구매일신문 4월 15일 자에 발표했다.
두 편의 시는 총칼이 난무하던 자유당 집권 시기에 발표되고 2·28민주운동과 3·15 마산학생시위를 자유당 정권의 폭정과 독재에 항거하는 학생들의 의거로 찬양하면서 그 정권을 반민주 독재정권으로 규정 증언한 유일한 시로 평가받고 있다.
김 시인은 그해 3월 30일과 31일 2회에 걸쳐 대구매일신문에 '사이비 학자 교사에게'란 제목의 글을 연재해 불의에 꿀 먹은 벙어리 노릇을 하는 지식인들을 성토하기도 했다.
그는 시국사범으로 체포돼 연행되던 중 탈출해 서울로 피신해 있다가 4·19 혁명을 체험하고 시 '합장'을 '새벽' 1960년 6월호에 발표했다. 이후 자유당 독재정권이 무너지고 5·16 이후에도 달라진 것은 별로 없자 박정희 정권을 비판한 장편시 '4월에 ,종이여'를 1964년 4월 19일 대구매일신문에 발표했다.
김 시인은 고향에서 머물며 시를 쓰고 농촌계몽운동을 했다. '아직은 체념할 수 없는 까닭' 등 5권의 시집을 발간했고, 향토 출신 항일 여류소설가 백신애를 30여년간 추적한 '백신애 연구'와 소설집 '꺼래이'를 발표해 한국문학사에 크게 기여했다.
경산문학회와 한국문협 경산지부를 창립해 초대 지부장을 역임했고, 농촌계몽운동으로 향토문화공로상(상록수상)과 경상북도 문화상을 수상했다.
김 시인이 발표한 시는 4·19민주묘지에 '합장' 시비를 비롯해 대구 2·28기념중앙공원에 '아직은 체념할 수 없는 까닭' 시비 등 6곳에 시비가 세워졌다.
김 시인의 장남 김약수(66) 전 대구미래대 교수(경산학연구원장)는 "선친은 생전에는 많은 고초를 겪었고 지식인으로 뜻을 펴지 못했지만, 초연하고 일관성 있게 살아오셨다"면서 "뒤늦게나마 국가에서 아버지가 시를 통해 민주화 운동에 기여한 공을 인정해 줘 저세상에서도 기뻐하실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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