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리 노트르담 대성당 화재로 문화재 소실에 대한 경각심이 높아진 가운데 대구의 대표적 문화재들도 화재에 취약한 것으로 나타났다. 사용 기한이 20년 이상 지나 작동 여부가 불투명한 소화기를 비치하고, 소화전 앞에 짐을 쌓아두는 등 화재 발생 시 대응 취약점이 곳곳에서 발견됐다.
◆대웅전 소화기 충압 '보통' 이상, 위치 찾기도 어려워
16일 오전 대구 동구 부인사의 대웅전·산신각 등 목조 건물 한쪽에는 잔뜩 녹슨 소화기 한 대가 거치대도 없이 세워져 있었다. 소화기 제조 일자는 관련법 상 유효기간 10년을 훌쩍 넘긴 1999년 6월이었다.
주변의 다른 소화기도 1995~2005년 제조됐거나, 사용 용도가 '전기적 화재 전용'으로 제한돼 있어 다른 요인으로 인한 화재에는 대응하기 어려운 상황이었다. 일부 소화전 앞에는 짐을 쌓아놓기도 했다. 부인사에는 대구시 유형문화재 제16호와 17호인 쌍탑과 석등이 있다.
대한민국 보물 제1563호인 동화사 대웅전과 주변 건물도 상황은 비슷했다. 소화기 제조시기는 2015~2016년으로 비교적 최근이었으나 충전 압력이 '보통'보다 높아 정비가 필요했다. 대웅전과 산신각 소화기는 구석에 설치돼 찾기가 쉽지 않았다.
동화사는 가장 가까운 공산119안전센터와 차로 10분 거리(4.4㎞)에 있다. 소방차량이 도착하기 전까지 초동 대응에 특히 주의를 기울여야 함에도 허점을 보인 것이다.
동화사 관계자는 "매년 2차례 소방·지자체 합동 화재 진압 훈련을 벌이고 화재 감시 폐쇄회로(CC)TV와 화재경보기도 설치해 충실히 대비하고 있다. 소화기 등 소화시설을 재점검해 화재 시 초동 대처 능력을 강화하겠다"고 했다.
◆대구시 "수많은 문화재 일일이 관리 어려워, 감시 강화 방침"
문화재청에 따르면 2018년 기준 국내 국가지정 유형문화재는 4천641건 가운데 화재에 가장 취약한 목조류·종이류가 34%에 달한다.
특히 소방당국이 2016년 마련한 '문화재 화재 대응기술 편람'에 따르면 일부 문화재는 소방안전센터로부터 멀거나 교통이 불편한 곳에 있어 중형펌프차가 접근하기 어렵고, 건물 도면이 없어 진화에 어려움을 겪을 것으로 지적됐다.
소방당국이 관리하는 문화재 2천885건의 소방시설도 열악해 자동화재속보 설비 134곳(4.6%), 방수총 168곳(5.8%), 소화기 등 비상소화장치 272곳(9.4%), 옥외소화전 821곳(28.4%)이 설치된 데 그쳤다.
특히 국보·보물 등 중요문화재 119곳 가운데 산지에 있거나 도로가 협소한 탓에 출동 시간이 20분 이상 걸리는 곳도 27곳(22.7%)이나 됐다.
대구도 사정은 다르지 않다.
대구소방안전본부에 따르면 대구의 중요 건축문화재는 계산성당, 제일교회, 대구향교, 달성공원 관풍루, 동화사, 파계사, 구암서원, 도동서원 등 78곳에 이른다. 도동서원은 가까운 현풍119안전센터로부터 24분 거리(9.2㎞), 대구향교는 삼덕119안전센터에서 6분 거리(1.8㎞)에 있어 모두 화재 진압 '골든타임' 5분을 넘길 것으로 예상됐다.
이에 대구시는 현재 문화재청이 제작한 대응매뉴얼을 대구소방안전본부와 구·군청, 각 문화재 시설 관리자 등 모든 관리 주체와 공유하고 있다. 특히 국가 지정 주요 문화재 9개(동화사 대웅전, 도동서원, 계산성당, 파계사 원통전, 북지장사 지장전 등)에 대해서는 안전관리원이 주·야간 교대 근무하는 24시간 소방안전 방재시스템을 가동 중이다.
다만 지정·비지정문화재를 합쳐 280여건에 이르는 지역 내 문화재 전체를 일일이 관리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보니 대구시는 매년 국·시비 7억9천만원을 들여 민간단체 경비보조 사업인 '문화재 돌봄사업'을 벌이고 있다. 대구시 지정 단체가 지역 내 문화재를 돌아보며 재난 위험성과 보수 필요성을 지적하는 것이다.
소방 전문가들은 이번 노트르담 성당 화재를 계기로 대구시도 목조 방염처리나 불꽃 감지기, 건물 주변 자동 스프링클러 등 설비 보완이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최영상 대구보건대 소방안전관리과 교수는 "목조문화재 등의 화재 피해는 입지와 접근 환경에 따라 피해 규모가 천차만별이다. 인프라 구축을 통한 예방과 대비가 가장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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