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사설] 언제, 어디서 북 김정은이 비핵화 의지를 거듭 천명했나

문재인 대통령이 15일 제안한 제4차 남북 정상회담은 설사 열린다 해도 '사진만 찍는' 회담이 될 공산이 크다. 북한 비핵화 해법을 놓고 미국은 '북한식'은 안 된다고 하고 북한도 '미국식'은 안 된다고 하기 때문이다. 북한식이란 부분 비핵화와 대북 제재 해제의 맞교환을, 미국식은 북핵의 완전 폐기와 대북 제재 해제의 일괄 타결을 말한다. '노딜'로 끝난 하노이 핵 담판 이후 미국은 이런 입장에서 전혀 변화가 없다. 북한도 마찬가지다.

김정은은 12일 최고인민회의 시정연설에서 이를 재확인했다. 김정은은 "근본 이익과 관련한 문제에서 티끌만 한 양보나 타협도 하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핵무기를 포기하지 않겠다는 것이다. 트럼프 미국 대통령도 15일 3차 북미 정상회담과 관련해 "빠를 필요는 없다. 올바른 딜이어야 한다"며 물러날 뜻이 없음을 분명히 했다. 그뿐만 아니라 "(대북)제재는 그대로다"라고도 했다. 북한의 비핵화 조치가 없으면 대북 제재 완화도 없다는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문 대통령이 북한 김정은을 만난들 무엇을 할 수 있을까라는 의문이 드는 것은 당연하다. 미국의 강경한 태도로 보아 문 대통령이 김정은에게 줄 수 있는 것은 사실상 없기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4차 남북 정상회담은 개최 가능성이 낮다고 봐야 한다. 열린다 해도 북한 비핵화라는 핵심은 건드리지도 못한 채 변죽만 울린 3차례의 남북 정상회담의 의미 없는 반복에 그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어이없는 것은 '김정은 감싸기'다. 김정은은 핵을 고수하겠다고 했는데도 문 대통령은 김정은이 "한반도 비핵화와 평화 구축에 대한 확고한 의지를 거듭 천명했다. 변함 없는 의지를 높이 평가한다"고 했다. 김정은이 그 발언 그 어디에서 '변함 없는 비핵화 의지'를 거듭 천명했는가. 이렇게 싸고 도니 김정은에게 오지랖 넓은 촉진자, 중재자 행세를 그만하라는 모욕적인 소리까지 듣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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