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김중기의 필름통] 영화 '다시, 봄' 리뷰

영화
영화 '다시, 봄'

'시간을 되돌릴 수만 있다면'

이 판타지는 시간과 관련된 무수한 영화들을 만들었다. 아내와 자식의 죽음, 또는 잃어버린 연인, 아버지와의 따뜻했던 시간… . 소중한 것을 되살리고 싶은 애틋함과 그리움은 타임리프, 타임워프, 타임슬립 등 여러 영화들로 세분화되면서 관객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다시, 봄'은 타임슬립 형 영화다. 시계가 거꾸로 가듯이 하루씩 시간이 되돌아가는 것이다.

싱글맘 은조(이청아)는 소중한 딸이 살해당하면서 힘든 하루를 보내고 있다. 수련회에 간 유치원생 딸이 치매 노인의 잘못으로 물에 빠져 죽지만 그 노인은 병을 이유로 요양원에서 잘 지내고 있다. 은조는 이를 바꾸기 위해 1인 시위도 벌이지만 세상은 아무도 그녀의 고통에 관심을 두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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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다시, 봄'

결국 그녀는 자살을 결심하고, 온라인으로 만난 이들과 결행에 옮긴다. 그러나 도중에 포기하는 이가 생기면서 그녀는 다시 눈을 뜬다. 그러나 함께 했던 호민(홍종현)은 세상을 떠난다. 다시 하루가 시작되는데, 바로 어제. 그 다음날은 그저께. 매일 하루씩 되돌아간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은조는 사고가 난 그날로 돌아가 딸을 구하려고 결심한다. 원래대로 돌아가고 싶지만 뜻대로 되지 않는다. 그렇게 시간이 흘러 7년 전 딸을 낳기 전으로 되돌아간다. 그녀는 호민의 인생까지 바꾸기 위해 목숨을 건다.

'다시, 봄'은 자식을 살려내기 위한 엄마의 간절함과 어느 덧 그녀의 일상에 들어온 남자를 구하기 위한 여자의 노력을 시간 판타지에 녹여 놓은 영화다. 시간의 소중함 속에서 현재의 자신을 찾아가는 것이 시간여행을 그린 영화의 단골 레퍼토리이고, 이 영화 또한 그런 의도를 보이고 있다.

그러나 쉽게 공감되지 않는 것이 아쉽다. 주인공 은조는 딸을 구하는 엄마 은조와 남자를 구하기 위한 여자 은조, 그리고 다시 현재로 되돌아가고 싶은 사람 은조의 세 유형으로 나눌 수 있다. 셋 모두 절박함이 생명이다.

영화
영화 '다시, 봄'

주인공 이청아는 맑고 깨끗한 이미지의 싱글맘이다. 기자라는 직업에 1인 시위까지 불사하는 거친 이미지는 아니다. 모성애를 표현하는 감성연기는 눈길을 끈다. 특히 호민을 대하는 애틋함은 잘 묻어난다. 그러나 세 캐릭터가 보여줘야 할 절박함은 묻어나지 않고, 그래서 캐릭터에 몰입이 쉽지 않다.

'다시, 봄'은 동명의 웹툰이 원작이다. 웹툰은 줄거리 보다 생략과 상상으로 그려내는 이미지들이다. 이를 영화로 옮기기 위해서는 만화적 프레임 밑에 있는 개연성과 내러티브를 살려내야 된다. 그러나 영화는 이 부분 보다 로맨스와 멜로, 여고생 감수성 트랜드만을 쫓고 있다. 그래서 만화의 컷처럼 한 장면에만 신경 쓴 듯 전체의 조화는 보이지 않는다.

정용주 감독은 엄정화 주연의 '오로라 공주'(2005)의 조감독과 각본을 거쳐 '네버엔딩 스토리(2011)로 후쿠오카아시아영화제 대상을 받기도 했다.

'다시, 봄'은 예쁜 그림이 그려진 여고생의 노트같은 영화다. 꽃잎이 떨어지는 책상에 놓아두면 좋을 예쁘기만 한 그림책이다. 김중기 문화공간 필름통 대표

◇시간여행을 다룬 용어들을 살펴보자.

1. 타임루프(Timeloop)

타임루프는 고리처럼 특정한 시간 속에 갇혀 맴도는 것을 말한다. 그 시간을 벗어나지 못하고 똑같은 일들이 반복해서 일어나면서 벌어지는 설정이다. 빌 머레이 주연의 '사랑의 블랙홀'(1993)과 톰 크루즈 주연의 '엣지 오브 투모로우'(2014)가 대표적이다.

2. 타임리프(Timeleap)

자신의 의지대로 과거와 미래로 시간을 이동하는 것을 말한다. 시간을 설정할 수 있는 '타임머신' 도 타임리프 영화인 셈. '백 투더 퓨처'(1985)와 '시간을 달리는 소녀'(2006), '어바웃 타임'(2013)이 여기에 해당된다.

3. 타임워프(Timewarp)

타임워프는 시간이 왜곡(warp)되는 것을 뜻한다. 현재의 시간에서 과거나 미래가 혼재되면서 벌어지는 사건을 다룬 영화들이다. 사건이 서로에게 영향을 미친다. '프리퀀시'(2000), '동감'(2000), '나비효과'(2004)가 그런 영화다.

4. 타임슬립(Timeslip)

미끄러지다는 뜻의 슬립처럼 시간이 미끄러져 어느 시간으로 돌아가는 것을 뜻한다. 1994년 무라카미 류의 소설 '5분 후의 세계'에서 처음 등장한 신조어다. 본인의 의지와 관계없이 시간의 흐름에 올라탄 케이스다. '시간여행자의 아내'(2009)가 대표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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