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학부모와 함께 나누고픈 북&톡] '내-생태계' 디자인

우리 사회는 유난히 외모에 대한 관심이 높습니다. 외모와 뷰티에 관한 정보가 스크린에 넘쳐나고, 우리 아이들의 대화 주제로 깊게 자리하고 있습니다. 요즘 말로 '인싸'(인사이더라는 뜻으로 다른 무리와 잘 어울리는 사람을 지칭)의 필수 조건이기도 합니다.


그런데 어른들은 아이들에게, 특히 10대들에게는 안 꾸미는 게 더 예쁘다고 합니다. 학부모님들의 심각한 고민 중 하나가 외모에 관심이 지나친 듯 보이는 자녀를 어떻게 대해야 하는가이기도 합니다. 그러나 '가꾼다는 것'의 저자 박사 선생은 외모를 가꾸는 게 '다른 사람을 의식하고 접하는 세계가 넓어지는 것'이라며 '성장했다는 증거'라고 말합니다.

◆ 내-생태계

박사 글·그림
박사 글·그림 '가꾼다는 것'

'내-생태계'란 한 사람이 성장하기 위해 자신의 삶을 존중하며 가꿔야 하는 '삶의 영역'입니다. '내'가 통치자이자 책임자인 세계이며 다른 사람에게 맡길 수 없는 영역이 '내-생태계'인 거지요. 생태계 안에서 건강을 돌보고, 외모를 가꾸고 태도를 갖추며, 주변을 정돈하고 인간관계를 조율하게 됩니다.

"가꾼다는 건 '네가 너를 발견해 나가는 기록'이기도 해. 그 기록을 조금씩 고치고 발전시켜 나가다 보면, 어느 순간 '되고 싶은 사람'이 되어 있는 걸 깨달을 수 있을 거야."

핵심은 스스로 자신을 찾고 만들어 가는 것입니다. 갑자기 마음먹는다고 해서 자신을 찾는 감각이나 능력이 저절로 생기진 않습니다. 이것저것 시도하고, 실험하고, 경험하면서 마치 조각하듯 깎고 다듬어서 정교하게 만들어 가야 합니다.

'외모를 가리고 덧붙이기보다 자신을 잘 드러내는 게 잘 꾸미는 것이고, 솔직담백한 태도는 자신과 상대방에 대한 존중에서 나오는 힘', '모든 물건은 그것을 소유한 사람의 마음을 요구하므로 아끼고 소중히 여기는 것이 나 자신과 더 크게 지구의 환경을 가꾸는 것'으로 연결하는 저자의 깊이 있는 통찰은 어른들에게도 전이하고픈 가치입니다.

아이들의 균형 잡힌 성장을 도와주는 '내-생태계'가꾸기를 학부모님의 '내-생태계' 가꾸기와 함께 하면 어떨까요? 학업이 먼저라면서 지금 가꾸어야 할 아이들의'내-생태계' 가꾸기를 뒷순위로 밀어두고 있는 것이 아닌지 한 번 살펴보면 좋겠습니다.


◆ 달라서 소중한 우리 아이들

엘리자베스 쇼의
엘리자베스 쇼의 '까만 아기 양'

학부모의 눈은 내 아이에게만 머무르지 않습니다. '엄마 친구 아들'과 비교를 합니다. 그래서 만병의 근원이 되기도 합니다. 잠시 초등학생의 눈으로 엘리자베스 쇼가 전하는 이야기를 함께 나눌까 합니다.

양치기 할아버지의 양들 가운데에는 까만 털을 가진 아기 양 한 마리가 있습니다. 양치기 개 폴로의 명령을 잘 따르는 하얀 양들과는 달리 까만 양은 그러지 않습니다. 폴로가 까만 자기만 미워한다고 생각하니까요. 하얀 털을 갖고 싶었던 까만 양이 찾아와 하얀 스웨터를 짜 달라고 하자 할아버지는 이렇게 말합니다.

"넌 내게 아주 소중하단다. 양을 세다가 깜빡 졸기도 하는데 네가 울타리에 걸려 비틀거리기라도 하면 그제야 난 화들짝 놀라 졸음을 깨고는 하지. 네가 아니면 양들이 몇 마리나 돌아오는지 도저히 알 수 없을 거야."

그리고 할아버지는 흰 털실로 스웨터, 양말 등을 짜면서 까만 털실로 여러 가지 무늬를 넣습니다. 까만 무늬가 있는 상품이 불티나게 팔리고, 그 돈으로 할아버지는 까만 털을 가진 양을 몇 마리 더 삽니다. 드디어 할아버지는 아주 특별한 양 떼를 갖게 됩니다. 까만 양, 하얀 양, 하얀 바탕에 까만 무늬가 있는 얼룩 양이 사이좋게 어우러진 양 떼를 말이지요. 양들의 생김새나 털 색깔은 달랐지만 모두 소중합니다.

초등학교 2학년 국어 교과서에도 실린 동화 '까만 아기 양' 이야기입니다. 주제는 선명합니다. 남과 다르다 말고 개성을 존중하며 그 자체로 인정해 주는 마음을 가지자는 것이지요.

아이들은 저마다의 시간과 공간 속에서 '내-생태계'를 디자인하고 만들어 가고 있습니다. 각기 다른 색을 발하면서 자신의 길을 걸어갈 아이들이 스스로 삶을 디자인할 수 있도록 있는 그대로 응원하면 좋겠습니다.


대구시교육청 학부모독서문화지원교사모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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