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슬픔에 공감하고 아픔을 함께합니다" (천주교대구대교구 세월호 참사 5주기 추모미사 강론)

천주교대구대교구 조환길 대주교가 16일 오후 성모당에서 세월호 5주기 추모미사를 집전하고 있다. 천주교대구대교구 홈페이지 캡처
천주교대구대교구 조환길 대주교가 16일 오후 성모당에서 세월호 5주기 추모미사를 집전하고 있다. 천주교대구대교구 홈페이지 캡처

'세월호' 참사가 일어난 지 오늘로서 꼭 5년이 되었습니다만, 아직도 생각만 해도 가슴이 먹먹해지고 답답해짐을 느낍니다. 21세기 최첨단을 달리는 오늘날 이 시대에 어떻게 그런 어처구니없는 일이 일어날 수 있는지 도무지 이해가 되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생각하기도 싫은 그 엄청난 일이 우리 눈앞에서 일어나고 있었고, 우리는 모두 믿을 수 없다고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던 것입니다.

'세월호'는 경기도 안산의 단원고등학교 2학년 학생 325명을 포함하여 476명의 승객을 태우고 2014년 4월 15일 저녁 9시에 인천을 출발하여 제주도로 향하던 중 4월 16일 아침에 전남 진도 앞바다에서 침몰하고 말았습니다. 해경이 출동하고 헬기가 뜨고 했지만 별 소용이 없었고, 배가 침몰한 후에는 단 한 명도 구조하지 못했습니다.

결국 미수습자 5명을 포함하여 304명의 사망자를 낳게 되었습니다. 사망자 대다수가 단원고 학생들과 선생님들입니다.

4년 전 세월호 1주기 미사 때 어떤 분이 '금요일엔 돌아오렴'이라는 책을 주셨습니다. 세월호 유가족 13분의 육성기록이었습니다. 학생들은 3박4일의 제주도 수학여행을 마치고 금요일에 돌아오기로 되어 있었습니다. 그러나 250명의 학생들은 영영 집으로 돌아오지 못했습니다.

지난 금요일 저녁에 '생일'이라는 영화를 보았습니다. 영화는 세월호 참사로 인해 '수호'라는 아들을 잃어버린 한 어머니를 중심으로 살아남은 사람들의 슬픔을 그리고 있습니다. 졸지에 자식을 잃게 된 가족들의 아픔이 얼마나 크고 이겨내기 힘든지를 잘 보여주고 있습니다.

'금요일엔 돌아오렴'이라는 책에는 단원고 2학년 4반 김건우 학생의 어머니 노선자 씨의 이야기가 나옵니다. 그분은 죽은 아들이 그리울 때마다 자신의 카카오스토리에 글을 올렸습니다. 그 중에 자기 하소연 같기도 하고 일기 같기도 한 글 한 편이 책에 실려 있습니다.
"아무래도 오늘은 울어야겠어. 엄마 마음이 답답해. 미워. 사람들이 미워. 우리 아들이 보고 싶을 때마다 가슴을 쓸어내리고 한숨을 쉬어보고. 나 잘하고 있는 거야 달래도 보고. 눈앞에 아른거리는 우리 아들 모습에 애써 울지 않으려고 밀어내고 있는 나를 알아채는 순간 왈칵 쏟아지는 눈물이 있다. 뚝뚝 말없이 떨어지는 내 눈물소리가 들린다. 아들~잘 있니? 엄마는 네가 보는 대로야. 울다 웃다 똥꼬에 털날 판이야. 엄마도 참 웃기다 싶어. 웃다가 울다가 먹다가... 너도 지금 큭큭대고 있지? 엄마도 엄마가 이상하다 생각하면서도 계속 반복하니 정상인가 하고 지내. 제발 우리 아들 몰라보게 미치지는 말아야지 하고 산다. 엄마 꽉 붙잡아줘~ 언제 어디서든 시간이 아무리 많이 흘러도 우리 건우 내 아들 1초도 망설임 없이 알아볼 수 있게. 알았지? 사랑한다. 온 마음 다해 사랑해."

공감이 가는지요? 공감은 함께 같이 느낀다는 것인데 기쁨을 함께 나누기는 쉽지만 슬픔이나 아픔을 함께 나누기는 어려운 것 같습니다. 함께 마음을 나누고자 해도 아픔을 직접 당한 사람과 똑 같아지기는 어렵습니다.

한 4 년 전에 진도 팽목항에 가서 컨테이너로 만들어진 천주교 경당에서 희생자들을 위한 미사를 드렸고, 미사 후에는 실종자 가족들과 대화를 나눈 적이 있습니다. 우리는 그분들의 이야기를 들어주고 위로의 말씀과 함께 기도를 해주고 돌아왔습니다. 그런데 그 당시 나는 그것으로 어느 정도 할 일을 했다고 스스로 자위하고 있는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사실 유가족들의 슬픔은 끝이 없고 말로 다 할 수 없는 것 같습니다.

'생일'이라는 영화에서 수호 어머니는 죽은 아들의 생일행사를 어떤 단체가 해주려고 해도 하지 않겠다고 하다가 결국 마지막에 아들의 생일행사를 하게 되고 생전에 아들을 알고 지냈던 친구들과 이웃사람들을 초대하여 수호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는 시간을 갖습니다. 이를 통하여 부모는 물론이요 함께 참석한 이들이 내적인 상처의 치유와 화해를 경험하게 된다는 이야기입니다.

오늘날 우리 사회는 남을 위한 배려와 이해와 용서와 사랑이 참으로 요청되는 사회입니다. 최근에 우리 사회에 너무나 많은 갈등과 혐오, 갑질과 비난과 폭력이 난무하기 때문입니다. 세상이 이렇게 된 데에는 우리 모두에게도 책임이 있습니다. 우리는 이 사회의 한 구성원으로서 어떤 책임의식과 공동체의식을 가지고 살아야 할 것입니다.

(중략)

우리나라는 자연재해보다는 인재로 인하여 무고한 사람들이 죽거나 다치는 일들이 너무나 많은 것 같습니다. 대구의 대표적인 것이 2.18 대구지하철 화재사건이나 상인동 가스 폭발사고 등일 것입니다. 그런 인재사고들이 더 이상 일어나지 않도록 우리 모두가 노력해야 할 것입니다.

이번 세월호 참사 5주기를 맞이하여 무고하게 희생된 수많은 영혼들이 하느님의 품에서 영생을 누리시기를 간절히 기도합니다. 그리고 남아있는 우리들은 이 세상을 좀 더 따뜻하고 살 만한 세상으로 만들기 위해 자신이 먼저 모범을 보이며 열심히 살 것을 다짐해야 할 것입니다.

"루르드의 복되신 동정 마리아님, 저희를 위하여 빌으소서. 한국의 순교성인들과 복자들이여, 세상을 떠난 모든 영혼들을 위하여 빌어주소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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