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남 진주의 한 아파트에서 40대 남성이 불을 지른 뒤 대피하는 주민들을 상대로 흉기를 휘둘러 5명이 숨지고 13명이 다쳤다.
17일 오전 4시 29분쯤 진주시 가좌동 한 아파트 4층에 사는 안모(42)씨가 자신의 집에 불을 질렀다. 안씨는 이후 아파트 2층 계단에서 대피하려고 집 밖으로 나온 주민들을 상대로 준비해둔 흉기를 마구 휘둘렀고, 70대 남성 1명, 60대·50대 여성 각 1명, 19세·12세 여학생 등 주민 5명이 숨졌다. 3명은 중상, 2명은 경상을 입었다.
8명은 화재로 인해 발생한 연기를 마셨거나, 별다른 부상은 없지만, 충격을 받고 인근 병원으로 이송됐다. 이런 과정에 소란을 듣고 잠에서 깬 다른 주민 다수가 공포에 떨며 옥상 등으로 대피한 것으로 전해졌다. 당시 112 등에는 "흉기로 사람을 찌른다", "사람들이 대피하고 있다"는 등 신고가 잇따랐다.
안씨는 범행 전 미리 준비한 휘발유를 뿌려 방화한 것으로 확인됐다. 안씨는 자신의 아파트 주방에 휘발유를 뿌린 뒤 신문지에 불을 붙여 방화했다.
경찰은 안씨가 어느 시점에 어떻게, 어느 정도의 휘발유를 마련했는지 추가 조사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또 주민들에게 자상을 입힌 흉기 2자루의 출처도 범행 전날 동선을 파악해야 확인 가능하다고 덧붙였다. 안 씨는 무직으로 2015년 12월 15일 15평짜리 임대 아파트에 입주해 그동안 혼자 살아왔다.
경찰 관계자는 "오전 중 피의자가 진술을 거부하다가 오후 들어 범행을 인정했는데 범행 동기에 대해서는 횡설수설해 정확한 범행 경위 확인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휘발유와 흉기 2자루를 어떻게 준비했는지 조사하고 있다"고 말했다.
안씨는 범행은 시인했으나 동기에 대해 "음해하려는 세력이 있어 방어를 위해 범행을 저질렀다"고 말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과정에서 임금체불 때문에 범행을 저질렀다는 말도 했으나 경찰은 신빙성이 없는 진술로 보고 있다.

한편 안씨는 1년 전부터 수차례 난동을 부린 것으로 드러났다. 특히 안 씨 바로 위층에 살다 이번에 흉기에 찔려 숨진 최모(18) 양은 평소에도 안 씨로부터 상습적으로 위협을 받아와 가족들은 지난달 집 앞에다 폐쇄회로(CC)TV까지 설치한 것으로 나타났다.
안 씨의 위협적인 행동과 난동은 고스란히 카메라에 잡혔다. 안 씨가 지난달 하교 후 다급하게 집으로 들어가는 최양 뒤를 쫓는 모습과 집 앞에 오물을 뿌리는 장면 등이다.
사건이 발생한 아파트 주민들은 "안 씨가 지난해부터 위층에 사는 주민 집과 승강기 등에 오물을 투척하고 위협적으로 욕을 하는 등 그동안 공포의 대상이었다"고 밝혔다.
이 아파트 관리소에 따르면 안 씨는 지난해 9월 25일 자신의 집 바로 위층과 303동 2개 승강기에 인분을 투척하는 것을 비롯해 지난달 12일과 16일에도 오물을 투척하는 등 수차례 난동을 부린 것으로 확인됐다.
안 씨는 지난 1월엔 주민 2명을 시비 끝에 폭행하기도 했다. 주민들과 관리소는 최근 이런 안 씨의 계속된 위협과 난동으로 보름 전 경찰에 신고했다. 주민들은 당시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이 "도저히 대화가 안 된다며 그냥 돌아갔다"고 말했다. 이번에 사건이 발생한 아파트와 파출소 간 거리는 직선거리로 불과 200m 떨어져 있다.
주민들은 안 씨가 과거 조현병을 앓은 것으로 안다며 경찰과 보건당국의 허술한 대처를 꼬집었다. 한 주민은 "평소에도 정신질환을 앓는 것처럼 이상 행동을 보이고 심하게 폭언을 해 살기를 느낀 주민이 많았다"며 "이런 사람을 경찰과 보건소가 빨리 파악해 조처하지 못한 걸 이해할 수 없다"고 비판했다. 일부 주민은 안 씨가 층간 소음으로 평소에도 자주 아래 위층과 다툰 적이 있었다는 얘기를 전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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