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다산 정약용 선생은 목민심서에서 지방관의 가장 중요한 임무로 농상성(農桑盛)과 호구증(戶口增)을 꼽았다. 즉 무엇보다 백성들이 먹고살 수 있는 문제를 해결할 수 있어야 하며 백성들이 떠나지 않도록 살기 좋은 마을을 만들어 인구를 증가시켜야 한다는 것이다.
현재 우리는 의식주 수준의 문제는 어느 정도 해결되었으나, 위의 두 임무는 오늘날 공무원들에게도 절실한 과제이다. 경제적 기반과 정주 여건이 잘 갖추어진 수도권에 비해 지방은 여전히 일자리 부족과 열악한 생활 인프라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공무원들이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주민 삶을 보듬고 지역을 되살리는 사업을 추진해야 하고 그러기 위해서는 중앙 부처를 상대로 재원을 끌어오는 세련된 행정력을 발휘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올해도 어김없이 지방자치단체 공무원들이 1년간의 정부 예산 농사를 위한 준비 작업으로 분주하다. 해마다 정부 예산 일정은 각 지자체가 중앙 부처에 국비 예산을 신청하는 4월부터 본격 시작된다. 지자체가 요구한 국비 예산은 5월 말쯤 부처 예산 심의 그리고 6~9월 초 기획재정부의 예산 심의를 거쳐서 국회에 제출되고 12월 본회의 통과 후 최종 확정된다.
경상북도도 2020년 국비 확보를 올해 최우선의 도정목표로 삼고 만반의 준비를 하고 있다. 지난해 9월부터 '메가프로젝트 TF'를 구성해 60여 개의 중대형 미래 먹거리 사업을 발굴하는가 하면, 올 초에는 정부의 새로운 정책 방향 등을 면밀히 분석하여 335개 사업, 5조9천여억원의 1차 국비 건의 사업을 발굴했다. 여기에 운동화와 점퍼 차림으로 한 달에 1만㎞ 이상씩 현장을 누비는 이철우 경북도지사의 민선 7기 실용주의 리더십이 도청 전반에 새 바람을 일으키면서 한번 해보자는 분위기도 한껏 고조되어 있다. 그럼에도 주변 여건이 녹록지 않은 것도 사실이다. 국가적으로는 경기 상황이 불확실한 데다가 올해부터 중앙-지방 간 재정분권 차원에서 국세의 일부를 지방세로 이양하는 첫 단계로 지방소비세 비중이 높아졌다. 중앙정부 재원이 지방으로 일부 옮겨오는 등 중앙정부의 세입 호주머니가 예년만큼 넉넉지 않을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하지만 이런 여건들이 결코 국비 확보의 무조건적인 걸림돌이라고 봐서는 안 된다. 우선 경북도와 시군은 과연 정부 정책과 산업 변화의 빠른 흐름을 읽고 세련된 프로젝트를 정교하게 개발하여 왔는지, 중앙 부처를 설득할 수 있는 논리를 치밀하게 고민하여 왔는지를 스스로 채찍질해 볼 필요가 있다.
아울러 한동안 답보 상태에 머물고 있던 대구경북 통합신공항 프로젝트가 이철우 경북도지사와 권영진 대구시장의 전방위적인 노력으로, 연내 입지 결정이라는 성과를 거두었듯 5월부터 시작되는 험난한 국비 확보 레이스의 성패도 이처럼 우리의 확고한 의지와 이를 뒷받침하는 전방위적 노력에 달려 있다.
경북도청 본관에는 '안민관'(安民館)이라는 현판이 걸려 있다. 우리 공무원들이 이렇게 열심히 뛰어야만 하는 이유인 농상성과 호구증 임무의 근본적인 목적도 결국은 도민의 편안한 삶을 위해서이다. 우리의 이정표를 다시 한 번 마음속에 되새기고, 도와 시군이 함께 올해의 국비 확보 레이스를 위하여 힘차게 운동화의 끈을 조여 매어 볼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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