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사설] '김정은 대변인'이란 소리 듣기 거북하면 北에 당당하라

청와대가 "문재인 대통령이 김정은 대변인 역할만 한다"는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의 발언에 발끈하고 나섰다. 청와대 관계자는 21일 황 대표의 발언이 "구시대적 색깔론"이라며 "과거에 사로잡힌 모습에 개탄을 금치 못한다"고 했다. 이에 앞서 황 대표는 20일 오후 장외 집회에서 "문 대통령은 경제 살릴 외교는 전혀 하지 않고 김정은 대변인 역할만 하고 있다"며 "대북 제재를 풀어 달라고 사방팔방 돌아다니는데 대한민국 자존심은 어디다 팔아 놓았나"라고 했다.

청와대는 황 대표의 발언이 듣기 싫겠지만 '팩트'는 황 대표의 발언이 '구시대적 색깔론'도, '과거에 사로잡힌 모습'도, '개탄을 금치 못할' 것도 아님을 확인해 주고 있다. 지난해 유럽 순방에서 문 대통령은 북한 비핵화는 뒷전인 채 대북 제재 완화에 대한 협조를 주요국 정상들에게 요청했다. 올해 한미 정상회담과 지난해 미국 방문에서도 마찬가지였다. 불룸버그통신이 문 대통령을 김정은의 수석 대변인이라고 표현할 만했다.

그나마 이는 점잖은 표현이었다. 미국 뉴욕타임스는 더했다. "김정은이 자신의 이미지를 핵에 미친 놈에서 성숙한 협상가로 바꾸길 원한다면 문 대통령보다 더 나은 대리인(agent)을 발견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했다. 문 대통령이 김정은의 심부름꾼이라는 뜻이다.

김정은의 최고인민회의 시정연설에 대해 "한반도 비핵화와 평화 구축에 대한 확고한 의지를 거듭 천명했다"고 한 문 대통령의 '해석'은 이를 재확인해 준다. 시정연설 그 어디에도 그런 대목은 없다. 오히려 김정은은 핵무기를 "국가의 근본 이익"이라고 했고 여기에 "티끌만 한 양보나 타협도 하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김정은 대변인'이라는 소리는 문 대통령이 자초한 것이다. 하지만 대통령 보좌를 잘못한 청와대 참모들의 책임도 크다. 황 대표의 발언에 발끈하기에 앞서 대통령이 정확하게 판단하도록 보좌부터 제대로 하기 바란다.

최신 기사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