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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호의 새콤달콤 과학 레시피] 인공지능이 신약을 개발한다?

김은미 기자
김은미 기자

진시황의 도시, 중국 장안으로 수출하는 회사가 있다. 직원들에게 제품을 하나씩 등에 짊어지고 걸어서 중국 장안까지 가서 팔고 오라고 보낸다면 어떨까? 지금이 박지원의 열하일기에 나오는 조선시대도 아니고 중국 장안, 지금의 시안까지 걸어간다는 것은 말이 안된다. 걸어서 가면 몇 달이 걸리는 거리지만 인천공항에서 비행기를 타면 몇 시간 만에 도착한다. 그리고 돈도 비행기를 타는 쪽이 훨씬 싸다. 요즘 과학계에서 이러한 일이 벌어지고 있다.

바로 인공지능이라는 비행기가 발명되어 비행기를 타고 중국 시안까지 날아가듯 다양한 분야에 인공지능을 이용할 수 있게 되었다. 사람의 병을 고치는 약도 인공지능이 개발하고 있다는 소식이 솔솔 들려온다. 인공지능이 신약을 개발하고 있다니. 요즘 어떤 신약을 개발하고 있는지 그 현장을 살짝 들여다보자.

신약-대구경북첨단의료산업진흥재단 제공
신약-대구경북첨단의료산업진흥재단 제공

▶신약개발에 도전장을 낸 인공지능

'제약사 인공지능 신약개발, 시간‧비용 90% 절감'이라는 제목의 기사가 2018년 10월 한 경제지에 실렸다. 세상에나 이런 일이 진짜 가능하단 말이야? 깜짝 놀랄 일이다. 그러니까 어떤 회사가 물건 하나 만드는 데에 10시간에 걸쳐서 1만원 정도의 돈을 들였다면 이것을 1시간에 단돈 1천원으로 만든다는 말이다. 아무리 요즘 인공지능이 인기를 끌고 있다지만 믿기 힘든 말이다. 그런데 'AI 파마(Pharma) 코리아 컨퍼런스 2018'에 모여든 전문가들은 인공지능이 신약후보 물질을 잘 찾는다며 향후 신약개발 기간과 비용을 지금의 10분의 1 정도로 줄일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인공지능이 신약개발에 뛰어들어 도대체 무슨 짓을 했길래 벌써 전문가들이 이렇게 열렬히 환영하고 있을까? 그 내막을 하나씩 들춰보자.

▶인공지능에게 신약개발을 맡기는 제약사들

요즘 제약사들이 인공지능에 대한 핫한 정보를 접하고 인공지능 회사에 러브콜을 보내고 있다. 미국 제약사 화이자는 IBM과 손을 잡고 면역항암제 개발을 이미 시작했는데 화이자가 가진 암에 관한 자료를 IBM의 인공지능 왓슨에게 넘겨줘서 신약 후보물질을 찾도록 하고 있다. 또한 미국 제약사 머크가 아톰와이즈와 함께 신경질환 치료제를 개발하고 있고, 미국 제약사 얀센과 영국의 베네볼런트가 난치성질환 치료제 개발에 협력하고 있다. 이외에도 머크와 누머레이트, 아스크라제네카와 베르그 헬스 등 제약사와 인공지능 회사가 손을 잡고 질병치료제 개발에 나서고 있다. 인공지능이란 존재가 세상에 알려진 지가 얼마 되지 않았지만 2018년에 이미 글로벌 제약사 28개 이상이 신약개발에 인공지능을 이용하기 시작했다는 소식이 들려온다.

우리가 약국에서 사 먹는 약이나 병원에서 맞는 주사제와 같은 신약을 만드는 것과 컴퓨터 프로그램이라 할 수 있는 인공지능이 도대체 무슨 상관이 있는 것일까? 이에 대해서 영국 지에스케이(GSK) 회사는 명쾌하게 말한다. 인공지능을 이용하면 보통 5년이나 걸리던 신약 후보물질 발굴을 1년으로 크게 줄일 수 있고 비용도 4분의 1로 줄일 수 있다고. 이것은 인공지능과 빅데이터 기술을 이용해서 신약을 개발하면 기존방법보다 돈과 시간을 4분의 1로 줄일 수 있다는 미국식품의약국(FDA)의 발표와도 닿아있다.

이런 기이한 현상은 남의 나라 일만이 아니다. 이미 우리나라 기업들도 신약개발에 인공지능을 이용하고 있다. 국내 바이오기업인 크리스탈지노믹스가 인공지능 회사인 스탠다임과 함께 인공지능을 이용한 암과 간질환 신약개발을 2017년에 시작했다. 이를 통해 비알코올성 지방간 치료에 쓸 수 있는 신약을 발굴하여 전임상시험을 2018년에 했다. 또한 유한양행도 인공지능을 이용한 항암제 개발을 위해서 한국전자통신연구원의 신테카바이오 회사와 업무협약을 2018년에 맺었다. SK바이오팜과 SK C&C도 인공지능을 이용한 약물설계 플랫폼 사업을 2018년에 시작했다.

다양한 신약-대구경북첨단의료산업진흥재단 제공
다양한 신약-대구경북첨단의료산업진흥재단 제공

▶사람 vs. 인공지능 연구원

글로벌 제약사는 신약을 개발하고 있는 석·박사 연구원들을 이미 수천명 가지고 있다. 그런데 왜 인공지능 연구원을 채용하려고 할까? 그 내막을 알기 위해 잠시 비교해보자.

사람 연구원은 일 년에 300개 정도의 논문 자료를 찾아 분석할 수 있지만 인공지능은 동시에 100만 편의 논문을 분석한다. 그러니까 인공지능은 정말 눈 깜짝할 사이에 그 많은 논문을 읽고 분석해서 질병 치료에 좋은 신약 후보물질을 찾아낼 수 있다. 이러한 인공지능의 놀라운 재능은 벌써 국내외에서 빛을 발하고 있다. 인공지능이 1,660억 종의 화합물을 조사하여 기존 약과 약효가 비슷한 물질을 찾아내는 데에 단 3분밖에 걸리지 않았다고 스위스 베른대학 연구팀이 발표했다. 또한 미국에서는 인공지능이 7천종의 약 중에서 에볼라 치료제가 될 수 있는 2종을 단 하루 만에 찾아냈다고 아톰와이즈가 발표했다. 사람 연구원이 이런 일을 한다면 몇 년이나 걸릴 일을 인공지능은 단 하루 만에 해낸 것이다.

새로운 신약을 개발하는 데에 천문학적인 돈과 시간이 들어간다. 학술지 네이처 리뷰에 따르면 신약개발에 평균 15년의 시간과 1조9천억원의 돈이 들어간다고 한다. 그리고 5년 정도 연구해서 1만개 정도의 신약 후보물질을 발굴하면 이 중에 1개가 최종 약으로 만들어서 판매된다고 한다. 이런 상황에서 인공지능이 등장하여 신약 개발 과정의 시간과 돈을 획기적으로 줄여준다니 빅 뉴스임에 틀림없다.

▶쑥~쑥~ 크는 인공지능 신약

불경기가 이어지는 요즘에 연평균 성장률이 40%나 되고 2024년에 4조원의 시장을 형성하는 산업이 있다고 글로벌 마켓 인사이트가 최근에 밝혔다. 바로 인공지능을 이용한 신약개발 시장이다.

국내외 제약사들이 신약개발에 인공지능을 이용하기 시작했고 각국의 정부도 이를 지원하기 위해 팔을 걷어붙였다. 일본에서는 정부 산하 이화학연구소(RIKEN)가 주도하여 제약사와 정보기술기업체 및 도쿄대와 함께 인공지능을 활용한 신약개발을 추진한다고 2017년에 밝혔다. 이 사업을 위해서 일본 문부과학성은 총 1천억원 정도의 돈을 지원한다. 우리나라도 2019년 정부 예산에 인공지능 기반 신약개발 예산이 신설되었다. 보건복지부는 '인공지능 기반 신약개발 전략'을 위해 2019년에 103억원을 지원하고 3년간 총 580억원을 지원한다고 밝혔다.

정보기술(IT) 강국인 우리나라가 이제 인공지능을 이용한 신약개발에 투자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 인공지능을 이용해 개발한 신약이 세계시장에 우뚝 서게 될 날이 올 것을 기대해 본다.

김영호 대구경북첨단의료산업진흥재단 책임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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