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인간에 대한 정의는 너무나 많다. 호모 사피엔스, 호모 루덴스, 호모 파베르 등 실로 다양한 정의가 있으나, 지금도 새로운 정의들이 속속 등장하는 것은 그만큼 인간에 대해 명확한 정의를 내리기가 어렵다는 사실을 방증하는 것이다.
프랑스의 석학 자크 아탈리(Jacques Attali)는 일찍이 인간의 본질을 '호모 노마드'(Homo Nomad)라고 정의하였다. 여기서 '호모'는 인간을 나타내는 말이고, '노마드'는 유목민, 유랑자를 뜻하는 말이다. 따라서 호모 노마드는 모든 인간이 기본적으로 떠도는 사람, 곧 이주민이라는 의미를 담고 있다.
우리 지역 곳곳을 다니다 보면, 외국인 이주민들을 쉽게 만날 수 있다. 현재 대구경북의 외국인 이주민 수가 무려 10만 명을 넘어섰으니, 어쩌면 당연한 일인지도 모른다. 그런데 문제는 이러한 이주민들 중에서 인종차별 경험이 있는 사람이 너무나 많다는 점이다. 한 설문 조사에 따르면, 우리 지역에 거주하는 외국인 이주자의 약 70%정도가 정주민들로부터 차별을 경험한 것으로 나타났다.
우리는 종종 유명 스포츠 선수들이 외국에서 생활하면서 인종차별을 당하는 것을 목격한다. 한 예로, 최근 영국에서 활동하고 있는 손흥민 선수가 인종차별을 경험한 적이 있다고 밝힌 바 있다. 이러한 소식을 접한 국내 팬들은 어떤 생각이 들까. 1966년 3월 21일부터 '세계 인종차별 철폐의 날'을 지정하여 계도하고 있으나, 아직도 국제 사회나 우리 사회가 달라지지 않는 것은 무엇 때문일까.
철학자 테일러(Paul C. Taylor)에 의하면, 원래 인종(race) 개념은 스페인어 '라자'(raza)에서 유래하며, 백인과 다른 인종을 차별하기 위해 사용한 용어였다. 하지만 최근 우리 사회를 살펴보면, 이러한 인종차별은 더욱 심화되어 피부색뿐만 아니라 소득이 낮은 동남아시아 출신자나 중국 동포(조선족) 및 러시아 동포(고려인 3세), 나아가서는 혼혈인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형태로 나타나고 있다.
사실 대구경북 지역에 살고 있는 우리는 모두 다 이주민들이다. 왜냐하면 우리들 대부분은 직장이나 유학 혹은 여타 다양한 사유로 인해 이곳으로 이주한 채 살아가고 있기 때문이다. 아무리 이 지역에 오래 살았던 사람도, 처음부터 이곳에서 살았던 사람은 거의 없을 것이다. 필자 역시 고향을 떠나 이 지역에서 30여 년을 살고 있는 이주민이다.
이렇게 조금만 넓게 생각해 보면, 국내에서 이주하였건 외국에서 이주하였건 간에 이주민이라는 입장에서는 아무런 차이가 없다. 일반 가정이나 다문화가정이나 관계없이, 그들은 모두 이주민이고 유목민이다. 우리 인간은 고향을 떠났다는 점에서 노마드이며, 낯선 문화와 낯선 사람들과 함께 섞여 살아간다는 점에서 노마드이다.
따라서 현재 우리가 사용하고 있는 '다문화가정'이란 말도 이러한 이주민들에게 붙여진 이름일 뿐이다. 조금 일찍 이 지역에 정주했다는 사실로 그들을 차별하는 행위는 너무나 비인간적이다. 우리는 한데 어울려 사랑으로 살아가야 한다.
곳곳에 꽃들이 만개하여, 온갖 향기로 보는 이의 발걸음을 멈추게 하는 축복받은 계절에, 지역 이주민들을 미소로 대하는 사람들이 많았으면 하는 바람을 가져본다.

대구교육대학교 교수
댓글 많은 뉴스
이재명 90% 득표율에 "완전히 이재명당 전락" 국힘 맹비난
권영세 "이재명 압도적 득표율, 독재국가 선거 떠올라"
[우리 아기가 태어났어요]신세계병원 덕담
"하루 32톤 사용"…윤 전 대통령 관저 수돗물 논란, 진실은?
'이재명 선거법' 전원합의체, 이례적 속도에…민주 "걱정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