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박순석의 동물병원 24시] 가정에서 하는 반려동물 재활 운동

하이(6·스피츠)의 재활치료 전(좌) 모습과 재활치료 후(우) 모습. 탑스동물메디컬센터 제공
하이(6·스피츠)의 재활치료 전(좌) 모습과 재활치료 후(우) 모습. 탑스동물메디컬센터 제공

하이(6·스피츠)가 휠체어를 타고 내원했다. 하이는 3개월 전 갑작스러운 허리 통증을 호소하며 하반신이 마비되었다. MRI 검사 결과 1번 요추부 척수에서 발생한 출혈, 염증으로 인해 척수 신경 손상이 의심되었다. 하이는 수술 대상이 아니었으며 내과적인 약물 치료, 전침 치료, 재활 치료가 병행되었고 두 달 뒤 뛰어다닐 수 있게 되었다.

의학적으로 신경세포는 손상되면 회복되지 않는다. 하지만 손상되지 않은 신경세포가 일부라도 남아있는 경우, 남은 신경세포를 활성화해 운동과 감각 기능을 대신하도록 유도하는 것이 재활치료의 기본 원리이다.

내과적인 약물치료와 침 치료는 수의사에게 의존하여야 할 부분이지만 재활운동은 보호자의 역할이 크다. 하반신 마비뿐만 아니라 수술 후 재활에도 도움 될 수 있는 가정 재활 운동법을 소개한다.

전침치료(상)와 허들넘기(하). sheabelpets.com
전침치료(상)와 허들넘기(하). sheabelpets.com

◆1단계: 누운 자세에서의 재활 운동

이는 기립이 불가능한 동물환자의 배뇨 유도, 장운동 촉진, 근육과 인대(건)의 위축 방지, 관절의 운동성 유지가 목적이다.

1. 손으로 아랫배를 마사지한다. 방광이 확장된 것이 느껴지면 천천히 압박하여 배뇨를 유도한다.

2. 허리 근육(췌장근)을 마사지하여 불편함을 느끼지 않는 정도까지 허리를 펴준다.

3. 엉덩이, 무릎, 발목, 발가락 관절을 굽히고 펴는 굴신운동을 느리게 각 10회씩 반복한다.

4. 발바닥을 받쳐주며 다리를 구부렸다 펴는 운동(페달링·pedaling)을 아주 느리게 20회씩 반복한다.

◆2단계: 서 있는 자세에서의 재활 운동

미끄럽지 않은 바닥에서 발바닥이 지면에 밀착된 상태에서 실시한다. 털과 발톱은 깎아주는 것이 도움 된다.

1. 허리 또는 엉덩이를 받쳐주어 앞다리 힘으로 버티고 서있는 자세를 유도한다. 장애가 심한 경우 스탠딩 보조기구를 이용할 수 있다.

2. 뒷다리의 보폭은 조금 넓게 벌리고 발바닥을 지면에 밀착시켜 서 있는 자세를 유도한다.

3. 서 있는 자세가 익숙해졌다면 엉덩이 윗부분을 가볍게 눌러주어 스쿼트 운동을 반복한다.

5. 스쿼트 운동이 익숙해졌다면 손바닥으로 발바닥 패드를 받치고 페달링(standing) 운동을 유도한다. 잘 적응한다면 두 발을 동시에 실시할 수 있다.

짐볼을 이용하여 균형 잡기(좌)와 침 치료(우). sheabelpets.com
짐볼을 이용하여 균형 잡기(좌)와 침 치료(우). sheabelpets.com

◆3단계: 걷기(Walking) 유도

걷기를 유도하기 위해서는 걷기를 즐거워할 수 있도록 동기 부여 하는 것이 도움 되며 과체중일 경우 체중감량은 필수다.

1. 서 있는 자세에서 엉덩이를 머리 방향으로 살짝 밀어주면 앞발로 체중을 버티려는 반응을 보인다. 보호자는 최소한의 도움만 주면서 동물이 넘어지지 않고 버틸 수 있도록 유도한다.

2. 걷는 과정에서 넘어짐이 반복되므로 주변에 담요를 배치해 동물이 두려움 없이 넘어지고 일어나는 과정을 반복하도록 유도한다. 보호자는 인내심을 가지고 간식을 제공하거나 칭찬을 통해 동물이 스스로 걷도록 동기를 부여해야 한다.

3. 걷기가 가능하더라도 굴신 운동, 페달링 운동, 스쿼트 운동은 반복한다.

◆4단계: 자발적인 놀이 운동

1. 보호자와 함께하는 즐거운 놀이나 산책은 재활 효과를 극대화 시킨다.

2. 짐볼을 이용한 균형잡기, 수영, 장애물 넘기 등 다양한 방법으로 난이도를 높인다.

재활치료는 동물의 건강 상태가 정확히 진단되어야 하고, 수의사에게 재활의 목적과 방법을 충분히 설명 듣고 숙지하신 후 재활 운동을 시작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재활 과정에서 통증이 발생할 경우 운동은 즉각 중단하고 수의사의 검진을 받길 바란다.

박순석 탑스동물메디컬센터 진료원장
박순석 탑스동물메디컬센터 진료원장

박순석 탑스동물메디컬센터 진료원장

SBS TV동물농장 수의사로 잘 알려진 박순석 원장은 개와 고양이, 야생동물을 구조하고 치료한 30년간의 임상 경험을 토대로 올바른 동물 의학 정보를 제공하고 바람직한 반려동물 문화를 제시하고자 '동물병원 24시'를 연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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