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아직도 한 시간 씩 밥 해먹니? 가정간편식 시대가 온다

지난해 3조원 돌파, 냉동식품·밀키트 가정간편식 시장 폭발적 성장세
외식업계도 가정간편식 제품 출시하거나, 고급화 전략 승부수

조리가 완료돼 데워서 바로 먹을 수 있거나 반조리 상태의 음식을 뜻하는 가정간편식(HMR) 시장의 성장이 무섭다. 1인가구와 맞벌이부부 등을 공략하며 2017년에만 전년 대비 30% 이상 매출이 늘며 시장 규모가 3조원을 돌파했고 2013년과 비교하면 2배 가까이 커졌다. 이 같은 트렌드 속에 업계에서는 올해 4조원 가까운 매출을 기대하고 있다.

이마트에서 판매하는 가정간편식

◆ 손질된 식재료와 양념 '밀키트', 데워먹으면 되는 냉동식품

한 끼 식사 분량의 손질된 식재료와 양념 등으로 구성된 '밀키트' 제품 시장은 최근 대기업이 앞다퉈 진출할 정도로 인기다. 간편식 보다는 조금 더 손이 가지만 집밥에 더 가까운 품질을 보이는 장점이 있다. 손질된 식재료를 볼 수 있어 품질에 대한 신뢰도가 높고, 준비하는 번거로움을 줄이면서도 요리하는 재미는 일부 남겼다는 평가도 나온다.

동원홈푸드의 '맘스키트' 제품들은 2~3인분 양의 찜닭, 묵은지찜,크림파스타 등의 요리를 간편한 조리만으로 즐길 수 있다.

현대백화점이 계열사 현대그린푸드와 함께 2017년 11월 출시한 프리미엄 가정간편식 PB 제품 '원테이블'은 출시 이후 월평균 3~4만개가 팔려나가며 매출목표를 20% 가량 초과 달성했다.

CJ제일제당의 냉동면 가정간편식
이마트에서 판매하는 가정간편식 '저스트잇' 제품. 이마트 제공.

이마트는 지난해 10월부터 각종 찌개와 국수류 등 40여종으로 구성된 밀키트 브랜드 '저스트잇'을 판매하고 있다. 롯데마트도 '요리하다'라는 이름의 가정간편식 전문 브랜드를 내놓고 있다.

전자레인지나 에어프라이어 등에 데우기만 하면 되는 냉동식품 시장도 뜨겁다.

선두주자는 냉동피자다. 냉동피자 시장은 2016년 90억원 규모에 그쳤으나 지난해 1천억원을 넘기며 2년만에 11배 이상 커졌다.

오뚜기는 2016년 냉동피자 제품을 내놓으며 시장에 불을 지폈고 이후 컵피자, 사각피자까지 내놓으며 국내 냉동피자 시장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오뚜기에 이어 CJ제일제당이 2017년 냉동피자 제품을 내놓으며 2위 업체로 자리 잡았고, 신세계푸드도 오는 5월 냉동피자 공장 준공을 앞두고 있는 등 시장에 본격적으로 뛰어들 준비를 마쳤다.

맘스터치가 지난해 12월 출시한 가정간편식 형태의 닭개장, 닭곰탕 제품. 맘스터치 제공.
CJ제일제당의 냉동면 가정간편식 '고메 중화짜장' 제품. CJ제일제당 제공.

CJ제일제당의 '비비고 불닭 갈비 볶음면', '고메 중화 짜장' 등 냉동면 제품은 지난해 10월 출시 후 6개월 만에 130만개가 팔려나가는 등 호응을 얻고 있다. CJ제일제당 관계자는 "지난해 122억원 규모였던 시장이 올해는 400~500억원 규모까지 커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CJ제일제당은 올해 초 100일 간 가정간편식 브랜드 '고메'가 매출 220억원을 올렸으며, 이는 2018년 같은 기간 보다 50% 가까이 늘어난 수치라고 밝혔다.

◆ 1인가구·맞벌이 증가로 인기, 외식업계는 고민 깊어져

가정간편식 인기 행진의 원인으로는 식재료 보관이 힘든 1인 가구가 증가세인 점, 맞벌이 가구가 매끼니 식사 준비에 많은 시간을 쏟기 어려운 점, 요리에 서툰 사람들도 손쉽게 접근할 수 있는 점 등이 꼽힌다. 가정간편식 제품 수준이 예전보다 많이 향상되며 이들의 수요를 구매로 이어지게 했다는 분석도 있다.

실제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의 '2018년 가공식품 소비자 태도조사'에 따르면 간편식을 구매한 소비자들은 '재료를 사서 조리하는 것보다 비용이 적게 들어서'(23.1%), '조리하기 번거롭고 귀찮아서'(19.3%), '간편식이 맛있어서' (15.2%), '조리시간이 없어서'(13.4%) 순이었다. 1인 가구의 경우 '재료를 사서 조리하는 것보다 비용이 적게 들어서'란 응답이 다른 가구에 비해 많았고, 가구주가 여성인 경우 '재료를 사서 조리하는 것보다 비용이 적게 들어서'와 '조리하기 번거롭고 귀찮아서'가 높게 나타났다.

한편 외식업계는 가정간편식의 부상으로 위기를 겪고 있다.

지난 3월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음식점업 생산지수는 93.7로 2017년보다 3.6% 떨어졌다. 관련 통계가 작성된 2000년 이후 하락폭이 가장 컸는데, 통계청은 경기 둔화와 함께 가정간편식이 활발히 개발되는 것을 원인으로 꼽았다.

맘스터치가 지난해 12월 출시한 가정간편식 형태의 닭개장, 닭곰탕 제품. 맘스터치 제공.

일부 프랜차이즈 프랜차이즈 브랜드들은 자사 제품을 가정간편식 형태로 만들며 대응하는 모습이다.

본죽을 운영하는 본아이에프는 가정간편식 제품 '아침엔본죽'을 2012년 출시했고 편의점과 대형마트에서 2천200만개를 판매했다. 맘스터치 매장에서는 지난해 6월부터 '대중삼계탕', '소중삼계탕' 등 삼계탕 가정간편식 제품을 팔기 시작했고 같은 해 12월에는 '파칼칼닭개장', '파송송닭곰탕' 닭개장과 닭곰탕 가정간편식 제품을 출시했다.

아예 가정간편식과의 경쟁을 피해 가격을 올리더라도 고급화 전략으로 승부를 던지기도 한다. '계절밥상'은 지난해 연말 여의도 IFC점을 즉석조리를 강화한 '라이브 스튜디오 8'로 개편하며 즉석 메뉴를 제공하고 새우·가리비 등 인기 해산물도 제공했다. 평일 점심 기준 다른 매장보다 1천원 비싸지만 개편 후 매출이 30% 이상 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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